[기후는 경제다]고공행진하던 탄소배출권의 콧대는 어쩌다 꺾였나

김경은 2021. 2. 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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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100% 이상 급등하던 탄소배출권 2020년 마이너스 전환
성장률 둔화와 코로나 여파로 일시적일 수도
온실가스 배출량 추세적으로 줄여야
재생에너지 전환 등 빠른 혁신 필요
"탄소배출량 못 줄이면 글로벌 시장서 도태"
사진=연합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전지구의 기후환경은 인간의 경제 활동으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기후변화 해결은 더이상 슬로건으로 그쳐선 안되는 시대가 온겁니다.

이제 기후는 역으로 개별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됐습니다.

기후는 명약관화한 경제적 현상인 겁니다. 기후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를 통해, 기후가 우리에게 어떻게 돈이 되는지 그 매커니즘을 한번 들여다보면 보다 확실해질 겁니다.

2021년 新기후체계 시대 도래…韓 정부, 온실가스배출감축 목표 연내 상향 추진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1차 당사국총회(COP21)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195개 협약 당사국 대표들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를 넘지 않도록 하고, 더 나아가 1.5℃까지 제한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2016년 11월 공식 발효된 파리협정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등에 관한 국제 약속으로 활용돼온 교토(京都)의정서를 대체합니다. 올해가 바로 파리협정 시행 원년이라고 해서 ‘신(新)기후체계’ 시작의 해라고도 합니다.

파리협정은 교토의정서와 달리 지구 평균기온 목표치를 처음으로 명문화하고, 각국은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기로 약속한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2월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2050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를 제출했습니다. 2030년까지 2017년 배출량(7억910만t) 대비 24.4% 감축키로하고, 2025년 이전에 감축목표를 상향하겠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환경부는 당장 올해까지 이 목표를 상향조정하겠다고 지난 1일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공언했죠. 24.4% 감축 목표하에서도 약 1만7300t이나 감축해야하는 엄청난 목표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배출량의 증가 추세가 꺾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10년안에 감축 목표치를 지금보다 더 올려 배출량을 감소세로 전환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건 셈입니다.

사진=AFP

고공행진하던 탄소배출권, 배출량 줄자 주춤

다행히 지난 3일 발표된 ‘2019년도 배출권거래제 운영분석 결과’를 보면 지난해 배출량이 2015년 ETS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2.3% 감소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인지, 경제성장률 둔화로 경제활동이 잠시 주춤했던 결과인지는 추가 연구조사를 실시한다고하니 조금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이렇게 배출량이 줄어들자 그 높았던 배출권의 콧대가 누그러졌다는 점입니다.

한국거래소의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배출권의 장내·외 평균 거래가격은 2015년 t당 1만1007원에서 2016년 1만7179원, 2017년 2만879원, 2018년 2만2127원으로, 매년 전년 대비 156%, 122%, 106%씩 급등했습니다.

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KAU를 기준으로 보면 KAU20은 2019년 말 한때 4만원까지 치솟다가 배출량이 줄었다는 컨센서스가 시장에서 흘러 나오면서 상승세가 꺾였습니다. 코로나19로 공장가동을 일시적으로 멈춰세워야했던 2020년 들어서 KAU20 가격은 처음으로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 전환한 2만30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2021년 2월 현재는 1만9000원까지 떨어진 상황입니다.

코로나19 여파로 탄소배출량이 줄고, 정부가 이월 제한 등을 시행하면서 배출권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할당배출권(KAU) 지표물 KAU19년 가격 그래프 추이(출처:한국거래소)

“탄소배출량 못줄이는 기업은 시장서 도태”

그러나 상존하는 가격 불안요인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더 이어질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배출권 할당대상업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배출권 거래가격의 전망에 대한 설문에 앞으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이 70%를 차지했는데, 그 이유로 배출권 할당량 부족(80.5%), 시장 내 실질적 공급물량 부족(43.4%), 제3자 참여 및 파생상품 도입(11.2%) 등이 제시됐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되면 장기적으로 ETS 대상기업의 할당량 감축폭은 더 상향될 수밖에 없고 배출권 구매부담은 커집니다.

결국 배출권 가격 상승에 대비해 기업들은 산업공정 과정에서 배출량을 줄이거나, 에너지 사용을 재생에너지로 사용해 탄소배출량을 감축하는 ‘혁신’을 도입하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ETS에 대한 기업들의 부정적 인식은 여전히 높습니다. △배출권 구매로 인한 경영 부담 △감축 목표 상향에 따른 배출권 구매 부담증가 예상 △경영진의 관심 부족 △행정 부담 가중 △감축 비용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ETS가 경영 전반에 미친 영향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50점도 채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지 않아도 되는 업체 중에 자발적으로 뛰어든 곳도 4곳에 달합니다. 전체 610개 대상 업체 중 몇 곳 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업체들은 ETS를 돈벌이 기회로 인식하고 있는 겁니다. 탄소배출량을 감축해 남은 배출권을 팔아 이득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앞으로는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라며 “정부의 규제뿐만 아니라 투자자와 소비자까지 기후변화 대응 기업에 대한 투자와 소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빠른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경은 (ocami8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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