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10년차면 연봉 1억 우습죠"..'넥 카라쿠베'의 그늘[이진욱의 렛IT고]

이진욱 기자 2021. 2. 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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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발 개발자 모시기 '쩐의 전쟁'?..이직시 파격 대우에 역대 연봉자 수두룩

[편집자주] IT 업계 속 '카더라'의 정체성 찾기. '이진욱의 렛IT고'는 항간에 떠도는, 궁금한 채로 남겨진, 확실치 않은 것들을 쉽게 풀어 이야기합니다. '카더라'에 한 걸음 다가가 사실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게 목표입니다. IT 분야 전반에 걸쳐 소비재와 인물 등을 주로 다루지만, 때론 색다른 분야도 전합니다.

게임·포털 등 IT(정보기술) 업계에 우수 개발자 유치 경쟁이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최근 넥슨이 개발직군의 초봉을 5000만원으로 인상하고 공채 계획까지 내놓으면서다. 게임업계 맏형 넥슨이 큰 돈을 풀면서 판교를 중심으로 개발자를 모시기 위한 '쩐의 전쟁'이 점화되는 상황이다. 타 직군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개발자들의 연봉이 주목받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넥슨, 연봉 800만원 파격 인상…게임업계 연봉 연쇄 인상?
넥슨은 지난 2일 기존 4200만원이던 개발직군 신입사원 연봉을 5000만원으로 올리는 것을 비롯해 재직 직원들의 연봉을 800만원 일괄 인상했다. 비개발직군은 37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올랐다. 성과급은 별도 지급된다. 이같은 소식에 판교에 위치한 IT 기업들은 술렁였다. 전사 직원들의 연봉이 오른만큼 경력 개발자들도 최고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돼서다. 벌써부터 넥슨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연봉이 높기로 유명한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를 본따 '넥'카라쿠배라는 신조어도 나온다.

넥슨과 경쟁하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등 대형 게임사들은 다소 불편한 상황을 맞게 됐다. 우수한 개발자를 구하기도 벅찬 마당에 기존 개발자를 지키는 것도 급급해졌다. 게임업계는 전반적으로 성과급에 후하다. 엔씨소프트는 해마다 전 직원에게 특별격려금 수백만원을 지급하고, 스마일게이트도 지난해 연말 전 직원에게 특별 격려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불규칙적인 보너스가 고정된 몸 값을 따라갈 순 없다. 넥슨의 연봉 인상이 파급력이 큰 이유다.

수년전 넥슨에 근무하다 엔씨소프트로 이직한 개발자 A씨는 "연봉은 말 그대로 1년간 보장된 몸 값이니 성과급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며 "이직할 당시엔 엔씨소프트의 연봉 조건이 더 좋았는데 넥슨의 인상 소식에 살짝 후회스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넥슨발 연봉 인상은 게임 업계 전반에 개발자 연봉 연쇄 인상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영향과 함께 게임업의 성장도 지속됨에 따라 개발 인력은 더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인력난에 '파격 대우' 앞세운 IT기업…박탈감 느끼는 타직군
게임업계 뿐 아니라 IT 업계에서도 개발자는 후한 대접을 받는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IT 서비스의 역할이 커졌지만 만들 사람이 부족하다. 기업이 먼저 모시려하니 개발자의 위상은 치솟을 수 밖에 없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AI·빅데이터·클라우드·AR·VR(증강·가상현실) 등 주요 IT분야에서 부족한 국내 개발자는 향후 5년간 3만2000명에 달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와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해 11월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인력확보가 중요한데 인력을 뽑고 싶어도 개발자가 없다"고 읍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로 개발자 공채 공고를 내기도 했다.

인력이 부족하니 이른바 빼내가기, 훔쳐가기도 성행한다. 최근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쏘카가 SK텔레콤에 공식 항의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우버와 손잡은 SK텔레콤이 쏘카의 현직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개발자가 다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직 제안이 문제될 건 아니었음에도 쏘카가 이렇게까지 나선건 그만큼 개발자가 경쟁력의 요체라서다.

대우는 파격적일 수 밖에 없다. IT 기업들은 저마다 ‘업계 최고 수준 대우’를 전면에 내세운다. 최근 핀테크기업 '핀다'는 경력 개발자 공채를 내면서 합격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1억원과 사이닝보너스 1000만원을 지급 조건으로 내걸었다. 앞서 쿠팡은 경력 개발자에게 ‘사이닝 보너스’로 5000만원을 지급했고,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 입사 후 일시금으로 쥐어줬다.

개발자들은 위상이 높아지면서 직장인들의 부러움과 시기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같은 회사, 같은 연차인데 연봉 차이가 1000만원이 난다거나, 5년 늦게 입사한 개발자 후배가 이직하면서 억대 연봉을 받았다는 등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의견들이 주를 이룬다. 게임사에 다니는 비개발직군 B씨는 "같은 회사에 다닐때도 개발자와 연봉 차이가 꽤 컸지만, 이들이 이직했을때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개발자로 팀장급만 돼도 타 직군 임원 정도 대우를 받는 것으로 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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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욱 기자 showg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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