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심해지는 '치핵' 관리법은
겨울철에는 신체 활동량이 줄고 몸을 움츠리게 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활동량이 지난겨울보다 더 줄어들었다. 활동량이 줄고 수분 섭취가 적어지면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치핵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또 차가운 바람은 항문과 혈액순환 장애를 불러와 치핵환자들의 증상이 더 심해진다.
치핵, 치질 70% 차지
흔히 항문에 생기는 질환들을 ‘치질’이라고 한다. 이는 항문에 생기는 암을 제외한 양성 질환들을 통칭해 부르는 것이다. 크게 치핵, 치루, 치열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치핵은 전체 치질의 70% 정도를 차지한다. 치핵은 항문관 내 있는 혈관뭉치(혈관총)가 내부 혈액순환 장애로 충혈이 되면서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이는 항문의 점막이 찢어진 치열이나 항문의 염증으로 누공이 발생한 치루와 구분된다.
치핵(痔核)은 항문 점막 주위의 돌출된 혈관 덩어리를 말한다. 치핵은 다시 항문 안에 생기는 ‘내치핵’과 밖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나뉜다. 내치핵은 항문 입구에서 안쪽으로 2~3cm에 위치한 치상선이라고 불리는 구조물을 기준으로 위에서 발생한다. 외치핵은 치상선 아래에 나타난다.
내치핵은 통증 없이 피가 나거나 배변 시 돌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돌출된 덩어리가 부으면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배변 후에도 시원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진행 정도에 따라 출혈만 있는 1기, 배변 시 탈출됐지만 배변 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는 2기, 배변 시 탈출되나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3기, 손으로 밀어 넣어도 원위치로 환원되지 않는 4기로 분류한다.
항문 가까이에서 발생하는 외치핵은 내치핵과 달리 분류법이 없다. 항문 융기에 혈전이 발생한 경우에는 검푸른색의 콩알 같은 모양을 보이면서 심한 통증이 나타난다. 항문 주위에서 단단한 덩어리를 만질 수 있고 터지면 피가 난다.
또 내치핵과 외치핵의 뚜렷한 구분 없이 치상선에 걸쳐 발생하는 혼합형 치핵의 빈도도 비교적 흔한 편이다. 치핵의 약 40%는 증상이 없지만 혈변이 있거나 혈전이 동반된 경우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항문 주변이 가렵거나 변이 속옷에 묻는 경우가 있다. 출혈은 대부분 통증이 없고 주로 배변 활동과 동반돼 나타나는데, 대변 끝에 붉은 피가 같이 묻어나오는 형태가 흔하다.
초기에는 보존 치료로 해결
치핵의 대표적인 원인은 변비다. 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 배변을 할 때 과하게 힘을 주는 일이 반복되면서 복압이 올라가 항문부의 혈액순환을 방해하면서 충혈이 되는 것이다. 또 수험생처럼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혈액순환을 방해해 충혈을 유발할 수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 중 증가하는 황체호르몬이 장운동에 영향을 미쳐 변비를 유발한다. 또 임신 중에는 복압이 올라가서 항문의 혈액순환에 장애를 일으키며, 조직이 연해지고 혈액 양이 많아지는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치핵이 심해질 수 있다. 출산 중에 힘 주기를 하면서 임신 중 심해진 치핵이 갑자기 빠져나와 심한 고통을 유발하는 경우도 많다. 20대 여성들이 겪는 치핵의 원인은 주로 다이어트다. 다이어트를 위해 밥을 적게 먹다 보면 대변량이 줄고 딱딱해져 변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치핵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항문 부위를 살펴본 후 항문 수지 검사와 항문경 검사를 시행한다. 항문 수지 검사란 말 그대로 의사가 손가락을 항문 안으로 넣어 항문과 직장의 상태를 알아보는 것이다. 다른 복잡한 검사 없이 수지 검사만으로도 항문과 직장에 생기는 많은 질병들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항문경 검사는 길이가 7~8㎝ 정도 되는 항문경을 집어넣어 항문 속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는 것으로, 최근에는 항문경에 카메라를 달아서 모니터를 통해 항문 속 상태를 관찰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와 항문기능 검사, 내시경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치핵은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약물이나 좌욕을 이용한 보존적 치료법으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약물치료는 연고나 좌제 형태의 국소용이나 혈류개선제 같은 먹는(경구용) 약물을 사용한다.
수술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거나 출혈이 반복되거나 심한 경우, 가려움증이 해결되지 않고 통증이 호전되지 않을 경우 시행한다. 수술은 보조술식과 치핵근본술식으로 나누어진다. 보조술식에는 부식제 주입법, 고무밴드결찰술, 치핵동맥결찰술 등이 있다. 치핵의 절제보다는 치핵 점막을 고정시키거나 혈관조직의 결찰 등으로 치핵의 크기를 줄이는 방법이다.
치핵근본술식은 치핵 조직을 절제하는 방법이 전통적으로 진행돼 왔다. 최근에는 직장점막절제를 통해 밀려나오는 치핵을 다시 해부학적 위치로 복원시키는 방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이를 ‘PPH 치질수술법’이라고 한다. 기존 치질 수술에 비해 수술 후 통증이나 불편이 적어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빠르며 재발이 적다.
재발 많아 배변 습관 등 관리가 중요
치핵의 가장 확실한 치료는 수술이지만 치핵 수술을 했더라도 배변 습관 등을 관리하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 실제로 질환 중 치료 후 재발률 1위에 해당하는 질환이 치핵이다. 따라서 수술 후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꾸준히 배변 습관 등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핵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루 20~30g의 섬유질과 1.5~2리터의 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 변기에 장시간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화장실에서 독서나 휴대전화 사용을 피해야 한다. 또 변비나 설사를 유발하는 약물의 복용은 피하고, 증상 발생 시 따뜻한 물을 이용한 좌욕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치핵이 있는 환자가 과음하게 되면 다음 날 치핵 증상이 심해진다. 치핵의 발생 원인 중 하나는 항문 주위 혈액이 정체되는 것이다. 알코올을 과다하게 섭취하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고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 항문 주변으로 유입된 혈류가 정체되는 현상이 심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명진 파이낸셜뉴스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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