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진학부터 취업까지..탈북 청년 길라잡이

KBS 2021. 2. 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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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 와서 배움의 길을 찾고 대학 문을 두드리는 탈북 청년들이 많은데요.

하지만 한국에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탈북 청년들의 경우엔 혼자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죠.

이런 탈북 청년들을 돕기 위해 대학 길라잡이를 자처한 분이 있다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만나고 왔죠?

[답변]

네, 학부모 단체에서 일하는 조진형 씨 이야기인데요.

벌써 10년째 탈북 청년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이어왔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대학 입시만 도와주는 건 아니라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대학 생활과 졸업 후 취업까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었는데요.

조진형 씨의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한 학부모 단체, 탈북청년들의 멘토라고 불리는 조진형 씨가 회의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뭐하고 계세요?) 1년 동안 진행해야 할 교육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협의 중입니다."]

조진형 씨의 일과는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고민으로 시작됩니다.

2011년 하나원에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대학 진학 관련 강의를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당시 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지원이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습니다

[조진형/탈북청년 대학진학프로그램 운영자 : "북한 이탈 청소년들은 학교 교육 과정에 편입돼서 교육 지원을 어느 정도 받고 있는데 20세가 넘은 북한 이탈 청년들은 거의 사각 지역에 있기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어서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우리가 교육지원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달 국민대 신입생이 될 장범조 씨는 상의할 일이 생길 때마다 이곳을 찾습니다.

조진형 씨는 낯선 한국 땅에서 방황하던 자신에게 꿈을 찾아준 사람입니다.

[장범조/탈북청년 : "제가 학과를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지 못해서 진로 상담 학과 정하는 거랑 그 학과에 대한 기본적인 과목들에 대해서도 배우고 자소서나 아니면 면접 보는 그런 걸 많이 도움 받았습니다."]

사실 장 씨는 3년 전 대학에 입학했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학업에 대한 갈증 때문에 지난해 대학 입시에 다시 도전했고 이번에도 조진형 씨가 발 벗고 나섰습니다.

[장범조/탈북청년 : "항상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정했어야 했는데 다른 사람한테 저의 상황을 얘기하고 같이 상황에 대해서 해결한다는 게 좋았던 거 같아요."]

10년 동안 조진형 씨와 함께한 탈북청년은 무려 380여 명!

입시 조언뿐만 아니라 대학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세세한 지도도 아끼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정성 때문인지 중도에 학업을 포기하는 탈북청년들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요.

대학교를 들어가고 졸업은 했지만 높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하는 탈북청년들이 신경쓰였다는 조진형 씨.

그래서 대학생활 뿐만 아니라 취업에까지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대학 4학년인 김혁 씨.

석 달 전 북한 음식을 판매하는 온라인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하는데요.

2011년에 탈북한 김 씨는 대학 생활은 물론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조진형 씨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김혁/탈북청년 : "저희가 마케팅 지원 사업을 지원할 때 보면 사업계획서가 필요하거든요. 또는 시제품에 관련된 보고서라든가 이런 부분들을 학교에선 그런 거 안 가르쳐 줬는데 조학모(학부모 단체)에선 그런거 가르쳐 줘요. 디테일하게 멘토링 해주거든요."]

곧 출시할 제품을 들고 조진형 씨를 찾아갑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응 혹시 만든거야.) 네. (직접 만든 거란다.)"]

순대가 잘 팔릴 수 있을지 인생 멘토에게 먼저 평가를 받기 위해선데요. 과연 맛은 어떨까요?

[조진형/탈북청년 대학진학프로그램 운영자 : "음식 맛이 한국에서 파는 일반적인 순대보단 훨씬 맛이 향이 진하고 쫄깃한 느낌이 들어서 특화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네."]

다행스럽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네요!

탈북 과정에서 부모님을 여의었던 아픈 기억들.

하지만 조진형 씨를 만날 때면 마음이 편해진다고 합니다.

[김혁/탈북청년 : "이젠 자주 오다 보니까 제 부모님이 안 계셔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올 때마다 아버지 어머니를 뵈러 온다는 생각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거 같아서 좋습니다."]

조진형 씨는 탈북청년들에게 무엇보다 경제 교육을 특히 강조합니다.

북한 체제와는 다른 한국사회 적응력을 빨리 길러주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창업을 선택한 탈북 청년들에겐 컨설팅부터 사무실 제공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조진형/탈북청년 대학진학프로그램 운영자 : "긍정적인 생각 하고 창업에 도전하라 창업하면 남의 인생 사는 월급쟁이하곤 다르다. 네가 주체가 되는 인생이다. 그런점에서 창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조진형 씨는 더 많은 탈북청년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고민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안정적인 지원을 마련하기까지 고비도 많았습니다.

도움을 주는데도 무뚝뚝한 학생에겐 서운한 감정이 들었고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 학생에겐 안타까움 마음이 컸습니다.

[조진형/탈북청년 대학진학프로그램 운영자 : "생각하는 가치 인식의 차이가 너무 커서 흔히들 얘기하는 라포(신뢰)를 형성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었어요."]

하지만 탈북청년 돕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조진형/탈북청년 대학진학프로그램 운영자 : "제 아들, 딸은 아니지만 저희 도움을 받아서 행복한 표정, 사람의 표정이 바뀌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를 직접 느껴보시면 이젠 그만할까 하다가도 학생들의 그런 모습 보면 다시 원기를 되찾는 거죠."]

조진형 씨는 탈북청년 누구든지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고 말합니다.

아버지와 같은 멘토와 함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탈북청년들, 이들의 밝은 미래를 응원합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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