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앤 한반도] '北 원전' 문건 논란..남북관계 영향은?

KBS 2021. 2. 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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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홍희정입니다.

김명주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남북의 창 세트를 새로 개편했는데요, 앞으로도 저희 남북의 창은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남북의 창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주요 소식부터 보시겠습니다.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문건을 전격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는데요.

이번 논란으로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경수로 제공을 추진했던 역사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거 북한 원전 건설이 무산됐던 배경은 무엇인지, 또 이번 논란이 남북 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짚어 보겠습니다.

이슈앤 한반도, 정은지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2018년 4월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남북 정상의 첫 만남.

남북 정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고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했습니다.

당시 정상회담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책 한 권과 USB를 건넸습니다.

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한반도 신경제공동체에 대한 설명 자료였습니다.

[판문점 선언/2018년 4월 27일 : "남북 경협 사업의 추진을 위한 남북 공동조사 연구 작업이 시작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USB 안에 북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내용이 포함됐는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판문점 정상회담 직후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을 작성했다가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삭제한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야당은 ‘충격적 이적행위’, 대북 원전 게이트’라는 표현까지 쓰며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했고,

[김종인/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1월 31일 : "정권 차원의 보답으로 북한 원전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여권은 북측에 건넨 자료 어디에도 원전 건설 내용은 없었다며 ‘철 지난 북풍 공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윤건영/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 "USB가 북한에 전달되었다는 것, 그것은 그 안에 한반도 신경제 지도 구상이 담겨있다는 뜻, 모두가 이미 2018년 당시에 밝혀왔던 겁니다."]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던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기자회견을 자청해 협력 방안에 원전은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의용/외교부 장관 후보자/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 "낙후된 북한의 수력 화력 발전소의 개선, 재보수 사업. 이런 아주 매우 대략적 내용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USB에 담긴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환서해, 환동해, 접경 지역 이렇게 3대 벨트를 중심으로 한 남북 경제 협력 제안이었다고 했습니다.

정 후보자는 같은 내용을 판문점 회담 직후 존 볼턴 당시 미 국가안보보좌관에게도 똑같이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언제 북미 간에 타결이 돼서 또다시 경수로를 지어준다든지 원자력 발전소 지어주면서 북핵 위기가 타결될 수도 있잖아요. 그렇다면 주무 부처인 산자부는 당연히 거기에 대해 대비하는 것이 마땅한 것이죠."]

여권의 거듭된 반박에도 탈원전 정책을 펴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는 논란이 계속되면서 산업부는 삭제됐던 문건을 전격 공개했습니다.

이 문건에는 어느 곳에 원전을 건설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는지가 담겨 있는데요.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일, 과연 가능한 걸까요?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방안’이라는 6장짜리 문건입니다.

맨 앞부분에는 내부 검토 자료이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적혀있습니다.

북한 원전건설 추진 방안은 크게 세 가지.

한반도에너지 개발기구 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 즉 함경북도 금호지구에 원전을 건설하는 게 1안입니다.

2안은 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3안은 백지화된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송전망을 통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방안입니다.

각각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그리고 3가지 안 가운데 1안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의견도 문건에 명시됐습니다.

[주한규/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신한울 3, 4호기 같은 거 지어서 전력 공급해주면 북한이 1년 내내 필요한 전력의 85%나 공급해 줄 수 있어요. 남쪽 입장에서 보면 합리적이지만북한은 전력 제어권을 남쪽에 주는 거잖아요. 북한이 그걸 받아들이기는 힘들겠죠."]

문건에는 한계도 분명하게 적혀 있었습니다.

“현재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따라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 구체적인 추진 방안 도출에 한계가 있다, 비핵화 조치가 구체화된 이후에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신희동/산업통상자원부 대변인/1월 31일 : "동 문서는 추가적인 검토나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이 그대로 종결되었습니다. 북한에 원전 건설을 극비리에 추진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북한에 원전 등을 건설해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구상은 30여 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꾸준히 논의돼 온 사안입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은 북한에 200만 킬로와트의 경수로 발전소를 지어주고 북한은 핵시설을 동결하기로 했습니다.
기초 공사까지 진행됐지만 2003년 2차 북핵 위기로 중단됐습니다.

[조선중앙TV/2003년 1월 : "임시 정지시켜놓았던 핵무기 전파방지 조약으로부터의 탈퇴 효력이 자동적으로 즉시 발생한다는 것을 선포한다."]

2005년 6자 회담을 통해 북한의 경수로 건설이 다시 추진됐지만, 이후 북한의 거듭된 핵미사일 시험으로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북한에 원전을 지으려면 비핵화라는 전제 조건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실제 북한 경수로 공사 업무를 담당했던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에 원전이 건설되려면 북한 비핵화, NPT 복귀와 IAEA 사찰, 유엔과 미국의 제재해제라는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대한민국 원자력 기술의 일부 원천기술이 미국에 있기 때문에 그런 경우 반드시 미국이 동의해야 됩니다. 따라서 남북한의 원자력 발전소 건설 합의가 있어야 하고 북미 간에도 원자력 협정이 반드시 체결돼야만 실시가 되는 것입니다."]

북한의 원전 건설은 그동안 번번이 무산됐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할 만큼의 관심 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원전 건설 추진 논란과 관련해선 북한은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새해를 알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된 김정은 위원장의 2019년 신년사.

‘경제’라는 단어를 38번이나 언급한 김 위원장은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전력 문제도 언급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1월 : "수력발전소 건설을 다그치고 조수력과 풍력, 원자력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 나가며..."]

김 위원장은 석 달 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원자력 발전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주한규/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 "북한 전력 상황을 보면 북한은 발전소 총 발전 용량이 800만 킬로와트 밖에 안 돼요. 우리나라는 1억이 넘는데 아주 적은 양이거든요. 그것도 대부분이 수력발전소에요. 59% 되는 게 수력 발전소고 수력발전소는 효율이 낮아요."]

북한 원전 건설 문건을 두고 남측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북한은 아무런 반응 없이 상황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홍현익/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한국의 보수 야당이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서 특히 국내 선거를 앞두고 이런 걸 하는 건 한두 번 봐왔던 게 아니기 때문에 또 시작이구나 이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요."]

남북 정상이 주고받은 USB 내용을 공개하라고 야당이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정상회담 관행이나 남북 관계를 볼 때 부적절하다며 선을 긋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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