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왜 금융당국을 꾸짖었나..DSR이 뭐길래 [박종서의 금융형통]
금융위원회가 다음 달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을 발표합니다. 선진화라는 말을 붙인 이유는 능력만큼만 돈을 빌리도록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장에서는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여보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합니다.
'집값 잡기' 목적으로 발표되는 DSR 규제
대책은 크게 두 가지로 진행됩니다. 먼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인별로 적용합니다. DSR은 연소득에서 1년에 원리금으로 쓰는 돈이 얼마인지 따지는 규제입니다. 예를 들어 1년에 1억원을 버는 사람이 그 해에 전체 대출에 대한 원금과 이자로 4000만원을 내고 있다면 DSR은 40%입니다.
지금은 은행별로 DSR 4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어떤 차입자에게 DSR을 70%로 적용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차입자의 DSR을 10%로 낮추면 됩니다. 금융위가 예고한 방식에 따르면 앞으로는 그 누구도 DSR 40%를 넘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아직 개인별 DSR 비율을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적용되고 있지요. DTI도 DSR과 비슷한데 주택담보대출만 원리금을 반영하고 나머지 대출에는 원금을 빼고 이자 상환액만 따집니다. DSR은 신용대출을 포함한 모든 대출의 원금까지 계산합니다.
신용대출은 전체 대출을 10년에 걸쳐 갚는 것으로 가정합니다. 1억원을 빌렸다면 실제로 원금을 갚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년에 1000만원씩 상환한 것으로 봅니다. 1년에 갚아야할 원금이 늘어나다보니 DTI보다 DSR 규제에서 대출한도가 줄어듭니다.
DSR은 은행 단위로 따지지만 어떤 개인들에게는 이미 적용하고 있습니다. 시가로 9억원이 넘는 돈을 주고 집을 살 때와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사람이 1억원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을 때입니다.
( 저도 기사를 쓸 때마다 머리가 아픕니다. 금융부 후배 김대훈 기자가 DSR 계산법을 기사로 썼습니다. “개인 DSR 규제로 대출 더 죈다…고액 신용대출도 원금 분할상환” 기사를 검색해보시면 됩니다.)
결국은 고액 신용대출을 줄이겠다는 뜻
가계부채 대책 방안의 두 번째 핵심은 일정 금액 이상의 신용대출에 대한 원금분할상환 의무화입니다. 신용대출은 보통 만기 때까지는 이자만 갚지요. 만기는 1년짜리가 대부분인데 만기가 돌아오면 해마다 연장을 하고요. 더 이상 빚을 낼 필요가 없을 때 한꺼번에 갚는 게 일반적입니다.
앞서 DSR 소개드릴 때 신용대출에 대해서는 실제로 원금을 갚지 않아도 계산상으로만 10년에 걸쳐 원금을 상환하는 것으로 한다고 말씀드렸지요. 이제는 진짜로 갚으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신용대출 원금분할 상환과 관련해서 두 가지 변수가 생깁니다. 신용대출을 얼마나 받아야 원금분할상환 의무가 생기는지와 몇 년에 걸쳐서 갚도록 강제하려는지 입니다.
신용대출 만기가 1년이라고 했을 때 무이자로 6000만원을 빌렸다면 한 달에 500만원씩 갚아야 합니다.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이 돈을 대출받았다면 DSR은 60%(6000만원/1억원)가 돼버립니다. 금융당국도 이런 일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겁니다. 만약 3년에 걸쳐서 갚으라고 하면 1년에 2000만원을 상환해야 하니까 DSR은 20%(2000만원/1억원)네요.
그런데 6000만원을 초과해서 빌릴 때만 원금분할 상환을 하도록 규제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DSR은 6%(600만원/1억원)로 떨어집니다. 지금처럼 6000만원을 10년에 걸쳐서 갚는 것으로 계산되니까요. 아마 눈치를 채신 독자분도 있으실 겁니다. 가계부채 선진화 대책의 최종 목표는 바로 고액의 신용대출을 억제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을요.
정부는 생활자금으로 쓰려는 돈줄을 막지 않으면서도 주택구입용으로 얻으려는 신용대출을 죌 수 있는 조합을 찾으려고 애쓸 듯 합니다. 개인별 DSR을 몇 퍼센트로 할지, 신용대출 원금상환 의무를 부과하는 기준을 얼마로 정할지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일률적인 기준을 정해놓으면 소득이 낮은 청년층은 집을 살 정도의 대출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핀셋 지원’을 하겠다는 게 금융위의 발표입니다.
고신용자들의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는 비상식
저는 돈을 갚을 능력이 충분한 고신용·고소득자들에게 신용대출을 억제하는 정책에 동의하기가 어렵습니다. 금융상식에 부합하지 못하니까요. 처음에는 금융당국이 적당히 규제하는 시늉만 내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기대를 접었습니다.
금융관료의 손을 이미 떠난 것 같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금융위에 “신용대출을 통해 부동산 대책 효과를 하락시키는 행위를 조치하라”고 지시했지요.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그냥 놔두면 집값이 더 오를 수 있으니 해법을 마련하는 뜻이겠지요.
금융당국은 문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다음 달부터 은행권의 신용대출을 월 2조원대로 줄이라고 다그쳤습니다. 그 전까지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장에 돈을 넉넉히 푸는 게 좋다는 인상이었습니다.
신용대출을 줄이라는 ‘청와대의 목소리’는 지난해 8월뿐만 아니라 최근에도 있었다는 게 여러 경로로 파악됐습니다. 얼마 전 은행 임원들에게 신용대출을 어떻게든 억제하라고 했는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신용대출은 지난 12월에 감소했다가 1월에 다시 급증했지요.
이런 상황이니 다음달 가계부채 선진화 대책은 상당히 강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금을 융통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신 분들은 미리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3월부터 당장 시행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점진적으로 신용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참고로 기존에 받아줬던 신용대출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이너스 통장은 신용대출이지만 원금분할 상환 대상이 아니라고 하네요.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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