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의 트랩 대령, 91세로 별세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트랩 대령 역을 맡아 ‘에델바이스’를 불렀던 노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Christopher Plummer·91)가 5일(현지 시각) 별세했다. AP통신은 그가 미국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플러머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그의 외증조부는 존 애벗 캐나다 전 총리다. 1957년 데뷔해 영화, 연극, 뮤지컬, TV 드라마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영화에만 100편 넘게 출연했다. 그는 연기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영연방 수장인 영국 여왕으로부터 명예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AP통신은 “플러머는 50년 넘게 영화계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역할을 했지만, 그를 스타로 만든 것은 트랩 대령 역할이었다”고 했다. 1965년 개봉한 ‘사운드 오브 뮤직’은 1938년 오스트리아를 배경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를 피해 조국을 떠나야했던 본 트랩 가족 합창단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플러머는 이 영화에서 아내를 잃고 일곱 명의 아이를 홀로 키우는 권위적인 트랩 대령 역할을 맡았다. 트랩 대령은 발랄한 성격의 가정교사 마리아를 만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고, 마리아와 결혼해 가족들과 함께 나치의 지배를 피해 스위스로 망명하게 된다.
플러머는 영화에서 감미로운 ‘에델바이스’를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로 소화해 주목 받았다. 그러나 정작 플러머 자신은 트랩 대령 역할에 대해 “재미가 없고 일차원적”이라며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고, 오스트리아 현지 촬영 중 제작진과 갈등을 빚어 “술을 엄청나게 많이 마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평생 10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했던 플러머는 마이클 밀스 감독의 ‘비기너스(2010)’에서 암 환자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75세의 나이로 커밍아웃을 하는 동성애자 역할로 2012년 생애 첫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당시 82세의 나이로 오스카 트로피를 움켜쥔 그는 최고령 아카데미 수상 배우로 기록됐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당신(아카데미상)은 나보다 겨우 두 살 더 많지요. 내 평생 동안 어디 있었어요?”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아카데미상은 그가 태어나기 2년 전인 1927년 처음 만들어져 1929년 첫 시상식이 열렸다. 미국 NBC방송은 그의 별세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마지막 10년은 그 어떤 배우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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