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가 달라졌다?..'앙숙' 김종인 띄우고 나경원·안철수와 화해[정치쫌!]
서울시장 보선 정국에 여유도 감지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야권의 대권주자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그간 ‘앙숙’ 관계였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거듭 띄워주고 있다. 홍 의원은 앞서 서로 앙금이 남아있던 나경원 전 의원과도 화해했다. 지난 대선 때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도 악감정을 푼 모습이다.
뜻이 맞지 않으면 같은 진영에도 강한 발언을 주저하지 않던 홍 의원의 그간 행보에 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촉이 빠른 그가 대중에게 ‘통합론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이런 움직임에 나선 것 같다”는 말도 나온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 글을 통해 ‘투트랙 2단계 단일화’에 동의한 김 위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김종인 위원장님”이라고 부르고 “사감을 접고 입당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안철수 (국민의당)후보를 단일화를 통해 받아주는 것으로 정리해준 점에 대해 참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도 야권의 큰 어른으로 대의(大義)정치를 해주시고, 당의 정체성 확립에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며 “여당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을 개원 후 처음으로 비난하는 것은 우리가 비로소 야당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반(反)문재인 인사들은 모두가 한 편”이라고 했다.
홍 의원은 앞서서도 김 위원장을 두둔하는 글을 쓰고 “김 위원장의 원전 관련 ‘문 정권 이적행위’ 발언은 토씨 하나 틀린 말이 없다”며 “청와대가 법적 조치를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경악할 만하다”고 했다.
홍 의원은 불과 근 1년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대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종인 당시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향해선 “정체불명의 부패 인사”, “노욕으로 찌든 부패 인사가 당 언저리에 맴돌면서 개혁을 운운하는 몰염치한 작태”라고 원색 비난했다.
그런가하면, 홍 의원은 지난달 12일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하루 앞둔 나 전 의원을 만나 그간 쌓인 앙금을 털어냈다. 나 전 의원은 “과거 당 대표였던 홍 의원이 당이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출마를 거의 강권했다”며 “이번에는 꼭 열심히 해 당선되라는 덕담을 해줬다”고 했다.
법조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실제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시 당 대표였던 홍 의원이 나 전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를 맡은 2019년 홍 의원이 나 전 의원의 원정출산과 아들 이중 국적 의혹을 거론하고, 원내 투쟁전략을 평가절하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었다.
홍 의원은 안 대표와도 관계가 나아졌다. 지난달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에서 ‘깜짝 만남’을 한 이후다. 당시 두 사람은 종정 스님 곁에 나란히 앉아 1시간 가량 덕담을 나눴다. 안 대표는 “홍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큰 뜻을 품었으니 좋은 결과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017년 4월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는 서로 눈도 마주치지 않고 토론을 했다. 당시 안 대표는 “국민만 보고 이야기하겠다”며 한사코 홍 의원에게 눈길을 주는 것을 거부했다. 홍 의원이 “사람을 좀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 의원의 미묘한 행보 변화는 ‘통합론자’의 면모를 갖추기 위한 노력에 따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다음 대선 정국의 시대정신 중 하나가 ‘통합’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움직임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앞서 여권의 대권주자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또한 새해 첫 날부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론을 거론하는 등 ‘통합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촉이 좋은 홍 의원도 국론분열의 현 주소와 대통합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의 이런 모습에는 여유도 묻어난다. 홍 의원의 입장에선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힌 안철수·오세훈·나경원 3인이 뛰어든 것 자체가 나쁘지 않다. 세 명 중 누구라도 야권 단일후보가 돼 당선되면 11개월밖에 남지 않은 대선에 출마하기가 쉽지 않다. 경선에서 떨어진 나머지 두 명은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을 받지 않는 이상 경쟁력에서 타격을 받을 상황이다.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김 위원장도 분위기에 큰 변화가 없는 한 직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홍 의원의 성향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말도 곳곳에서 들린다. 야권의 한 의원은 “홍 의원은 뒤끝 없는 ‘쿨’한 성격의 소유자”라며 “홍 의원은 한때 갈등 관계에 놓인 이였다고 해도 그 사람 자체를 싫어하지 않는 장점을 갖고 있다. 언제든 열린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귀띔했다.
yul@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광고 한 번에 벤츠 한대값” 유튜버 ‘억대 수입’의 실상! [IT선빵!]
- 치매 엄마가 버렸다던 3억 뭉치돈 집에 있었다
- 오토바이 몰던 60대 배달원, 마을버스와 충돌 사망
- “한번에 6000만원!” 유명 유튜버 광고 단가 내부자료 유출 ‘일파만파’ [IT선빵!]
- “한국도 음력이 있어?” 설날까지 중국 것 주장 中누리꾼 [IT선빵!]
- 나경원 “서울서 결혼·출산하면 1억1700만원 혜택”
- 엔씨, '리니지M·2M' 8000억씩 벌었다..연매출 '2조 클럽' 가입
- “코 하나만…” 中 미녀 배우, 성형 실패로 ‘코끝 괴사’ 충격
- 유명희, WTO사무총장 후보직 사퇴
- "옛 연인 나체사진으로 협박"…국가대표 출신 승마 선수 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