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아지네마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갈 곳 없는 유기견보호소

조혜진 2021. 2. 6.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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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김포시의 한 사설 유기견보호소를 보호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지자체에서 농지에 설치된 불법건축물이라며 철거를 요구했다는 겁니다.

알고보니 이곳은 2018년 유기견 보호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박정수 소장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가 대체 뭘까요.

대형견 200마리 돌보는 ‘아지네마을’ 이야기

박 소장이 6년째 운영 중인 ‘아지네마을’. 이 곳에 대한 철거를 막기 위해 7명의 봉사자가 뭉쳤다고 합니다.

이들은 시정명령서를 받은 박 소장의 고민을 듣고 청와대 청원을 올리고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습니다.

박 소장은 연신 고마움을 표하며 “그동안 어려움도, 고비도 많았는데 이렇게 모르는 사람들이 나서서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니 ‘그래도 잘못 산 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소회를 밝혔습니다.

‘아지네마을’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6178)


아지네마을은 유기견 취재로 시보호소 등을 여러 차례 찾았던 취재진에게도 놀라운 모습이었습니다.

성인 10명은 누울 수 있을 공간에 8, 9살짜리 대형견이 1~2마리씩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견사 안에서도 여기저기 움직일 수 있었고 견사 밖에는 개별 투약기록이나 산책기록 등이 쓰여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유산균을 먹이는가 하면 점심은 황태국에 버무린 사료였습니다. 이곳의 유기견들은 인간의 욕심을 위해 목숨을 부지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 입양을 기대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대형견이 200마리나 됩니다.


아지네마을에서 일하는 강 모 팀장은 “ 나이가 많은 유기견은 입양이 어려운데 다른 곳에 가면 안락사 대상”이라며 “이곳에 있는 아이들은 유기견도 있지만 개농장에서 구조한 아이들이나 일부러 버리고 간 아이들도 있어 안타깝다”라고 전했습니다.

박 소장 역시 “ 철거하라면서도 이곳에 살고 있는 생명들에 대해서는 지자체에서는 관심이 없다”라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철거하라고 하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라고 말합니다.

민원 1통에 갈 곳 없어져...“사설보호소에는 비일비재한 일”

약 500평 규모의 아지네 마을은 민가와 떨어진, 인근에 작은 공장들만 있는 부지에 위치해 있습니다.

그래서 6년을 운영하면서도 관련 민원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올초 민원이 한 건 접수됐습니다.

아지네마을로 불편을 호소하는 내용이 아니라 이전에 비슷한 보호소를 운영하다가 철거당했다며 아지네마을도 운영해서는 안된다고 이를 신고한 겁니다.

김포시청에 문의하자 “불법건축물 단속은 읍사무소 몫”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해당 읍사무소에서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아지네마을만 예외를 둘 수는 없다”라며 곤란한 내색을 비쳤습니다.

읍사무소의 말처럼 예외를 두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민원, 갈등으로 철거 위기에 내몰리는 것은 사설보호소에게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대전 유성구 유기견보호소 ‘시온쉼터’


2018년에는 사설보호소 ‘한나네집’이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철거를 유예받기도 했고, 4년째 관련 갈등이 진행 중인 곳도 있습니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시온쉼터’입니다.

이곳에서는 220여 마리의 유기견이 생활하고 있는데 사유지이지만 개발제한구역 내 불법건축물이라며 철거 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 4년간 총 4,000만 원 가량의 강제 이행금이 부과됐고, 이를 내지 못하자 200만 원의 벌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반복되는 사설 동물보호소 갈등...해결책 없나?

시온쉼터를 운영하는 오은숙 소장은 “2018년부터 부지를 찾기 위해 전국 안 가본 곳이 없다”라며 “ 가축사육제한구역이 아닌 곳은 대부분 축사 부지라서 웃돈이 많이 붙기 때문에 옮길 수가 없더라”라고 호소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지금 상태에서는 유기견보호소가 갈 곳이 마땅치 않다”라며 “개가 가축이냐 아니냐의 문제이기도 해서 어려운 것은 알지만 유기견보호소 만큼은 가축사육제한구역 등 관련 법 적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지네마을’ 박정수 소장에게 수여한 대통령 표창


이어 지자체가 좀 더 역할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행법상 지자체는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데에 협조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300곳의 보호소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버려지는 개만 13만마리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중에서도 직영 보호소는 40곳에 불과합니다.

미처 수용하지 못 하는 유기견이 위탁보호소로, 또 그곳에서도 감당이 안 되면 사설 보호소로 가게 됩니다. 단순히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건축물 단속은 읍사무소에서 하더라도 시청이 동물 복지 차원에서 고민하고 갈등을 중재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성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성호 교수는 “경기도 시흥시는 유기견보호소 설립을 추진하는 등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라며 “ 갈등이 생겼을 때 유예할 수 있는 부분은 유예한다거나, 이전을 돕는다거나 지자체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결국 유기견을 줄이기 위해 우리 모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아지네마을 강 팀장은 “입양을 위해 왔다가 아이들의 나이나 크기, 생김새로 손사래를 치는 경우도 있다”라며 “작고 어린 강아지만 찾는 것이 아니라 주 양육자의 성향을 고려할 때 가장 잘 맞는 유기견을 입양해야 파양이나 또다시 유기되는 일이 적어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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