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키 132cm 남아, 자신보다 작은 가방에 갇혀

여행 가방에 13시간 감금돼 호흡곤란 호소 끝 사망
'천안계모 감금·살인사건'..'징역 25년'에 불복 상고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지난해 6월 충남 천안시 서북구의 한 아파트. 성모씨(43)가 거실에서 여행용 가방을 들고나와 양아들 A군에게 지시했다.

"들어가."

가로 50㎝, 세로 71.5㎝, 너비 30㎝ 가방을 보며 키 132㎝, 체중 23㎏의 A군이 뒷걸음치며 간절하게 애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러나 더는 저항할 수 없었던 A군은 결국 입 벌린 가방 안에 몸을 웅크리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아홉살 나이로는 왜소한 편인 A군이지만 가방 안은 너무 좁고 답답했다.

성씨는 지퍼를 잠그고 20분 뒤 점심 약속을 위해 외출했다. 집안에는 성씨의 친자녀 두 명만 있었다.

외출 3시간 뒤 돌아온 성씨는 "가방 안에서 나오려고 A군이 일부러 소변을 봤다"는 친자녀의 말에 격분했다.

그는 안방에서 더 작은 여행용 가방(가로 44㎝, 세로 60㎝, 너비 23㎝)을 들고나왔다. 이미 3시간 이상 밀폐된 공간에 있던 A군은 몸이 땀과 소변으로 젖어 있었다.

A군은 "아니에요, 아니에요"라고 다시 애원했으나 결국 자신 키의 절반도 안 되는 더 작은 가방 안으로 들어가야 했다.

A군은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지퍼 끝 천을 뜯었다. 성씨는 뜯어진 곳을 테이프로 봉했다. A군이 다시 가방의 뜯어진 곳으로 손을 내밀자 성씨는 반항으로 간주하며 더욱 분노했다.

당시 상황을 검찰은 "최대 160kg의 무게로 수 분 동안 뛰며 가방을 누르고 가방 안으로 미용기기 온풍을 넣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지만 이는 사실 언론이 순화한 표현이며 실제 있었던 일은 더욱 끔찍하다.

A군의 꿈은 경찰관이었다. 또래처럼 장난기가 많고 친구들과 잘 어울렸다.

그러나 하지도 않은 잘못을 인정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것은 1년 전부터 함께 산 양모의 잦은 학대와 체벌 때문에 생겼다. 친부가 집을 자주 비워 A군은 주로 성씨와 시간을 보냈고 성씨는 A군을 향해 습관적으로 옷걸이, 나무 주걱, 요가 링을 휘둘렀다.

그러면서 성씨는 A군을 집요하게 추궁하고 압박했다. A군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인정해야 했다.

A군은 사망 당일에도 허위자백을 했다. 그날 성씨의 친자녀가 A군이 허락 없이 자신의 게임기를 만졌다며 의심하자 A군은 부인하다가 결국 거짓인정을 했다.

그러나 게임기를 만진 것은 양모 성씨였다. 그렇지만 성씨는 "게임기를 망가뜨리려고 만졌다"며 화를 내고 A군을 13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천안계모 여행가방 감금·살인 사건'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온국민을 분노케한 바로 그 사건이다.

검찰은 "A군의 생명·신체에 심각한 타격과 호흡곤란 등을 야기한 성씨는 A군이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성씨는 살인, 특수상해, 상습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해온 성씨는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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