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컷] "나 13살일 때 삼촌은 26살"..프랑스 뒤흔든 #미투엥세스트

박성은 2021. 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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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13세였을 때 삼촌은 26살이었어요."

"나도 당했다"며 성폭력 경험을 고백하는 미투 운동이 근친상간을 뜻하는 프랑스어 엥세스트와 만나 만들어진 해시태그, 미투엥세스트.

미투엥세스트의 거센 바람에 놀란 프랑스 당국은 재빨리 관련 법 정비에 나섰습니다.

이어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해 가해자를 신고하려 할 때는 공소시효를 배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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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내가 13세였을 때 삼촌은 26살이었어요."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자각하기까지 수년이 걸렸죠."

최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프랑스어 해시태그 '미투엥세스트'를 달고 수많은 고백 글이 올라왔습니다.

"나도 당했다"며 성폭력 경험을 고백하는 미투 운동이 근친상간을 뜻하는 프랑스어 엥세스트와 만나 만들어진 해시태그, 미투엥세스트.

이는 아버지나 삼촌 등 가족 구성원에게 당했던 성폭력 경험을 고백하는 온라인 운동입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이런 SNS 캠페인이 번진 계기는 한 저명 정치학자의 성추문 때문입니다.

최근까지 프랑스 명문 파리정치대학 시앙스포를 감독하는 국립정치학연구재단(FNSP) 이사장을 맡았던 올리비에 뒤아멜.

그러나 지난달 뒤아멜의 의붓딸 카미유 쿠슈네르가 과거 뒤아멜이 의붓아들을 여러 차례 강간했다고 폭로하는 책을 출간한 겁니다.

쿠슈네르와 쌍둥이 남매지간인 남성 피해자는 당시 14세였습니다.

쿠슈네르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뒤아멜과 어울리던 많은 정계 인사들이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대부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고 주장했죠.

다른 수많은 문화권처럼 프랑스 사회 역시 근친상간은 드러내놓고 논의할 수 없는 문제로 터부시됩니다.

미투엥세스트 운동에 용기 내 동참한 사람들은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이런 폭력을 빠르게 찾아내고 막을 기회라고 봤습니다.

미투엥세스트의 거센 바람에 놀란 프랑스 당국은 재빨리 관련 법 정비에 나섰습니다.

프랑스 상원은 지난달 21일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는 행위 자체를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켜 하원으로 넘겼는데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든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가족, 친족간 성적 학대 피해 여부를 조사하고 예방 교육을 하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면수심의 범죄'로 비유되곤 하는 친족 성폭력.

2019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상담통계현황에 따르면 성폭력 상담 10건 중 1건은 친족 성폭력이었는데요.

그중에서도 7~13세인 어린이 피해가 33.3%로 가장 높았으며, 친족 성폭력 피해 이후 상담까지 걸리는 시간이 10년 이상인 경우가 55.2%에 달했습니다.

어린 시절 겪은 친족 성폭력이 오랜 기간에 걸쳐 피해자의 인생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겁니다.

이에 친족 성폭력의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뒤아멜의 의붓아들 성폭력 사건 역시 사건 발생으로부터 무려 30년이 지나 수면 위로 떠올랐죠.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파리지방검찰청은 직권을 남용해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뒤아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친족관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 폐지를 골자로 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는 오랜 기간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가해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고통과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친족 성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해 가해자를 신고하려 할 때는 공소시효를 배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는데요.

친족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고도 긴 세월 침묵한 채 살아가는 피해자들.

미투엥세스트 운동과 함께 친족 성폭력 처벌 강화와 피해자 지원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성은 기자 김지원 작가 최지항

junep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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