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순삭]집콕에 소아비만 증가.. 우리아이 건강 '적신호'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직장인 최모 씨(42)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의 건강관리가 걱정된다. 평소 조금 통통한 정도로 여겼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어나며 복부비만이 심해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무작정 다이어트를 시킬 수 없어 건강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최 씨처럼 아이의 건강문제를 고민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 이전에도 증가세를 보이던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며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365mc 신촌점 김정은 원장은 ‘집콕’ 생활에 줄어든 활동량, 자신도 모르게 늘어난 열량 섭취량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정은 원장의 도움말로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소아비만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미안한 마음을 먹을 것으로 보상하면 안돼요
집콕 생활에 재택근무, 재택학습이 늘어나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고 있다. 이때 부모들은 자신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평소보다 더 많은 음식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근무할 때 아이가 보채는 것을 막기 위해, 또는 같이 집에 있으면서도 놀아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아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하나 둘 주다보면 자연스럽게 ‘칼로리 초과’ 상태에 이르기 쉽다. 대한영양사협회에 따르면 소아비만의 경우 비만정도에 따라 하루에 1000~1500㎉의 식사로 열량을 제한해야 한다. 하지만 음료수와 간식을 먹다보면 1000칼로리는 쉽게 넘어간다.
김 원장은 아이에게 보상을 하거나,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때 먹을 것을 주는 습관은 결과적으로 비만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김 원장은 “음식물 같은 소모성 보상보다는 아이에게 좀더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보상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주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도 가장 간편한 보상이기 때문”이라며 “이보다는 장난감·운동기구 등 조작이 가능한 자극, 미소·칭찬, 부모와 함께 무언가 활동을 하는 등 사회적 자극을 통한 보상을 해주는 게 더 좋다”고 조언했다.
◇인스턴트 간식 대신 건강한 간식으로 교체
소아비만 다이어트의 핵심은 무조건 열량을 줄이는 게 아니다. 김 원장은 “소아비만의 최종목표는 비만도를 줄여 표준체중 전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사실 경도비만인 아이는 체중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만 해도 1년에 5cm의 키성장으로 비만도가 정상으로 돌아와 너무 엄격한 식사제한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성장기 아이의 다이어트는 6~12개월에 걸쳐 서서히 이뤄져야 한다. 하루 300~500㎉ 정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쌀밥 한공기 정도를 줄이면 된다는 의미다. 이럴 경우 주당 약 몸무게가 500g 줄어들고, 6개월 뒤에는 자신의 체중의 10%를 감량할 수 있다. 심한 고도비만이라면 하루 500~1000㎉의 열량을 줄이면 도움이 된다.
김 원장은 과도하게 건강식만으로 식탁을 채우는 것보다 ‘작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식사 자제력이 낮다. 건강을 위해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사실에도 회의적이다.
우선 쌀밥을 혈당을 서서히 올리는 잡곡밥으로 바꾸고, 고기류는 지방이 적은 것으로 교체한다. 튀김류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기름을 쓰는 대신 에어프라이어를 활용하는 등 조리법을 바꾼다. 마요네즈·케찹 등 소스를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과자 대신 야채스틱으로 간식을 대체하고, 탄산음료 대신 우유·두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료를 가까이 한다. 탄산을 너무 좋아한다면 탄산수에 과일청을 조금 넣어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엄마아빠도 집에서 야식 금지
아이가 집콕 생활 이후 부쩍 비만해졌다면, 엄마·아빠의 야식·홈술 빈도가 늘어난 것은 아닌지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김 원장은 “비만한 아이들의 경우, 부모들의 생활습관을 분석해보면 건강과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며 “부모의 생활습관이 자녀에게 그대로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이같은 습관이 아이에게 그대로 이어져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아이 앞에서 야식과 홈술을 즐기는 것은 그만둬야 한다. 김 원장은 “아동은 부모 등 가족의 식습관을 따라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체중관리가 필요한 아이에게 미안해 저녁에 ‘한두개는 괜찮겠지’ 하며 야식을 나눠주다보면 어느새 아이는 살이 찌기 쉬워진다”고 지적했다.
◇아동비만, 지방간 늘리고 성인비만으로 이어질 확률↑
아동비만이 관리돼야 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성인 못잖게 당뇨병 등 만성질환에 노출되기 쉬워서다. 실제로 최근에는 10대 소아청소년에서 간수치 상승으로 인한 지방간이 급증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0~19세 4448명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을 분석한 결과 최근 15년 사이 아이들의 지방간은 44%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비만율 증가로 꼽힌다.
이뿐 아니라 성인 비만으로도 이어지기 쉽다. 김 원장은 “소아비만은 성인비만과 달리 지방세포 크기뿐 아니라 비만의 원인이 지방세포 개수 자체가 늘어난다”며 “지방세포의 크기는 줄일 수 있지만 한 번 증가한 지방세포 개수는 지방흡입이 아니라면 제거할 수 없어 성장기에 비만했던 아동은 다시 비만해질 위험성이 높아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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