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ESG채권 시장..'그리니엄' 자리 잡을까

김종성 2021. 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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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자산운용사 ESG 채권 투자 수요 확대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연초부터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채권 발행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ESG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급증하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 연일 조 단위 투자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녹색채권에 가격 프리미엄이 붙는 '그리니엄(Greenium·Green+Premium)'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이 발행하는 ESG채권 금리가 일반 회사채 금리보다 낮게 책정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들어 ESG채권 발행이 크게 늘었지만, 투자수요는 그보다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며 '그리니엄'이 대세로 자리잡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시장 일각에선 전망한다.

'그리니엄'은 녹색채권 발행금리가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현상을 말한다. ESG분야에서 앞서 나가는 유럽에서는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럽에서는 녹색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 비용이 일반채권 대비 낮았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는 등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ESG채권을 발행한 국내 기업들의 경우 낮은 금리에 채권 발행에 성공하며 자금조달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현대차는 지난 5일 발행조건을 확정했는데, 가산금리가 모든 만기구조에서 개별민평금리를 밑돌았다. 만기별로 3년물은 -6bp(bp=0.01%포인트), 5년물 -15bp, 7년물 -20bp다. 현대차는 모든 만기구조의 공모희망금리밴드를 -20~+20bp로 설정했는데, 7년물의 경우 밴드 최하단으로 책정됐다.

지난 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 3천억 원 모집에 2조1천억 원의 뭉칫돈이 몰리는 등 투자수요가 크게 늘어나며 발행금리도 낮아진 것이다. 현대차는 3천억 원으로 예정했던 녹색채권 발행금액을 4천억 원으로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진행한 SK렌터카도 역대 최저금리로 녹색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 3년물(2천20억 원)과5년물(980억 원) 등 총 3천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는데, 이 중 녹색채권인 5년물 금리는 개별민평금리보다 0.53%포인트 낮은 1.916%로 결정됐다.

현대제철은 지난 1월 3년, 5년, 7년물 발행물량을 모두 ESG 채권으로 발행했는데, 개별민평금리 대비 각각 -19bp, -25bp, -32bp씩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현대오일뱅크도 3년물과 5년물을 발행하며 각각 민평금리 대비 -14bp, 13bp 낮은 금리를 결정했고, 7년물과 10년물도 각각 -23bp, -28bp 가산한 수준에서 발행금리를 정했다.

국내 ESG 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채권 직접운용 자산 280조 원 중 30%, 위탁운용 자산 43조 원 전체를 ESG 투자에 적용될 것이라는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또 2022년까지 책임투자 자산규모를 국민연금 기금 전체 자산에서 약 50%까지 확대하고, ESG 투자자산을 국내 채권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산운용사의 채권형 펀드도 ESG투자가 늘고 있다. 지난 월 말 기준으로 신규 설정된 ESG채권펀드 규모는 3천150억 원으로, 여러 자산운용사에서 ESG 채권 펀드 출시를 준비 중이다.

그동안 ESG채권이 은행채와 공사채 위주로 발행되면서 추가 수익을 내기 어려워 펀드 설정이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은행채와 공사채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반 기업의 ESG 채권 발행이 늘면서 펀드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산 종류도 다양해졌다. 투자전략을 다변화할 수 있어 펀드 운용 가능성이 확대된 것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를 선정하고 평가할 때 책임투자 관련 사항을 고려한다고 밝히고 있어 자산운용사의 ESG채권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료=삼성증권]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 ESG채권 투자가 초기 단계로 투자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운용사 위주로 발 빠른 대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ESG채권 투자 활성화로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 투자기관의 ESG채권 투자 비중이 확대되면 장기 ESG채권 중심으로 녹색채권 프림미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ESG채권 투자가 걸음마 단계인 만큼 국내 채권시장에서 '그리니엄'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가 ESG채권만 담는 전략이 늘어야 '그리니엄'이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는 ESG등급이 높은 기업의 일반채권과 ESG채권을 투자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본격적인 녹색채권 프리미엄이 붙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책임투자나 ESG펀드 자산 편입 또는 향후 그리니엄 전망 등을 목적으로 투자한다면 적절한 투자"라며 "ESG채권은 일반 채권과 동일한 가격 변수에 투자자가 제어할 수 없는 ESG채권 인증등급 변수가 추가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종성기자 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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