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갑질'로 뜨거웠던 일주일.."인권 존중" vs "난폭운전부터"
배달 라이더에 대한 '갑질 이슈'가 금주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일부 아파트의 갑질과 배달원들의 집단반발에 이어 어학원 종사자의 폭언논란까지 더해지며 공론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많은 이들이 라이더 처우 개선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동시에 난폭운전, 법규 위반 등 라이더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스스로 고쳐야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시작은 '아파트 갑질' 이슈였다. 라이더유니온이 지난 1일 서울과 부산, 인천 등 아파트 103곳 입주자대표회의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데 이어 2일에는 민주노총에서 76곳, 빌딩 7곳 관리사무소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라이더들의 아파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진 지 불과 하루 뒤에는 '공부 못하니깐 할 줄 아는 게 배달원밖에 없다'는 발언이 공분을 샀다. 통화 내용이 생생한 목소리로 공개돼 논란을 더했다. 강사로 알려졌던 인물은 추후 셔틀 도우미로 정정됐지만, 이미 해당 어학원은 십자포화를 맞은 뒤였다.
특히 대화 내용에는 "본인들이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했으면 배달을 하겠냐", "오토바이 타고 음악 들어가면서 배달한다", "가정 있고 본업 있는 사람이 이런 거(배달업) 하는 거 못 봤다" 등 차별적 발언들로 가득했다.
배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측은 라이더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근본적 원인이라고 사건을 진단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고 여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COVID-19)가 장기화하며 라이더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17조3828억원으로 전년대비 78.6%가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전국적으로 약 20만명의 라이더가 배달 업계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 때문에 '배달 갑질'에 대응해 라이더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폭설과 한파에도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라이더의 처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일부 라이더들의 난폭운전 등 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라이더들이 '생계형'이라는 핑계에 숨어 보행권, 주거권 등을 침해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다.
배달 앱 이용이 많은 회사원 박모씨(34)는 "인도로 주행하거나 차량 사이를 빠져나가는 배달 오토바이로 위험한 순간이 많았다"며 "갑질 근절과 별개로 라이더들의 태도 변화도 이뤄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라이더 단체로부터 진정이 제기된 아파트 측도 항변했다. 방문절차나 지하주차장 진입 등은 모든 외부인에게 공통으로 적용되기에 '갑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관계자는 "라이더에 대한 입주민 민원이 잦기 때문에 당부를 드리는 측면이 있다"며 "헬멧 역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보안 측면에서 요청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대행업체 측도 난감함을 내비친다. 라이더들이 위탁계약에 따르는 개인사업자 신분이라 배달 서비스 개선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논란이 되는 이슈가 있을 때마다 당부를 드리기는 하지만, 페널티를 줄 수는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라이더가 코로나19 시대의 필수 노동자인 만큼 갈등을 적절히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민들도 자신들의 필요 때문에 배달 기사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배달 기사가 주민 안전이나 주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 갈등 지점별로 논의를 해서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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