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근의 병영톡톡] 미국, 남중국해 근해 핵추진 항공모함 2척 배치
국방백서 "동북아 불확실성 커져..중·일·러도 동북아 군사력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국방부는 지난 2일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서 동북아시아 지역 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과 갈등이 정치·군사·경제 분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서 미·중·일·러 간의 역학관계가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특히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사 활동으로 역내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 지역에서 전략·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도 해·공군력을 중심으로 군사력을 경쟁적으로 증강하고 있다고 국방백서는 기술했다.
미국, 아태지역으로 첨단전력 급속 이동…항모 2척
미국은 중동지역에서 9개월 넘게 이란을 견제하는 등 중부군사령부 지원 임무를 수행하던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CVN-68)를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시켰다. 이 지역에는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CVN-71)가 작전 임무를 수행 중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핵 추진 항모 2척이 남중국해 근해서 활동하게 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아태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외교 및 군사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남중국해 근해에 미 항모 2척 전개는 지난해 7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군사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니미츠호 항모타격단은 유도미사일 순양함 프린스턴함(CG59), 유도미사일 구축함 스터릿함(DDG104), 이지스 구축함 랠프 존슨함(DDG114) 등으로 이뤄졌다.
루스벨트호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요격 능력을 갖춘 '베이스라인7'을 최초 탑재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러셀함(DDG59), 이지스 탄도미사일 방어(BMD) 체계를 갖춘 존 핀함(DDG113), 유도미사일 순양함 벙커 힐함(CG52) 등을 거느린다.
국방백서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버지니아급(7천800t급) 공격핵잠수함(SSN)과 해저 무인잠수정, B-1B 전략폭격기와 B-52 장거리 폭격기, 해군의 최신예 트리톤(MQ-4C) 무인정찰기를 아태지역에 배치했다.
또 현재 19척의 버지니아급을 매년 1척씩 건조해 총 66척을 확보할 계획이다. SSN은 2천500㎞ 밖에서도 정밀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BGM-109) 12발을 탑재한다. F-22 랩터와 F-35A/B 등 스텔스 전투기와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도 배치됐다.
미 전략사령부, 핵위협 '전략적 억제 실패 위험' 재평가
미국은 아태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 견제뿐 아니라 이들 국가의 핵 공격 상황 가정 등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한 방어 능력을 재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리처드 미국 전략사령관은 '전략적 억제 실패 위험' 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미 해군연구소가 최근 전했다.
핵으로 무장한 적과의 위기 또는 갈등 과정에서 실제 적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결론에 따라 미 전략사령부 차원에서 핵 공격 방어 능력을 재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처드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의 핵 능력을 최대 위협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은 핵 능력 강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조만간 ICBM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장거리 폭격기를 축으로 하는 3대 핵전력(nuclear triad)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동식발사차량(TEL)을 이용한 ICBM 지상운용 시스템을 구축해 작전 유연성을 높이고 있고, 향후 10년간 핵무기 비축량은 현재의 2배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핵 능력에 대해서도 "10년 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 구애받지 않는 중거리 및 단거리 핵전력을 공격적으로 현대화하기 시작했다"면서 "폭격기와 ICBM, SLBM, 핵탄두 미사일 탑재 잠수함 등의 사용을 뒷받침하는 교리를 현대화하고 있다"고 리처드 사령관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대화 작업이 70%가량 완료됐고, 몇 년 안에 완전히 실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의 이런 핵 능력 및 공격을 저지하는 '맞춤형 억제 전략'을 개선하고 있다고 리처드 사령관은 전했다.
국방백서, 중·일·러 군사력 증강 기술…일, 함정·잠수함·초계기 늘려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은 '근해 방어와 원양에서의 국익수호'가 가능한 현대화된 해군 건설을 위해 전략적 억제와 반격, 해상 기동·합동작전 능력 등을 향상하고 있다. 원양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항공모함, 신형 핵잠수함 건조에 집중하는 한편 상륙작전 능력 보강을 위해 해군 육전대사령부를 창설했다.
공군은 '항공-우주통합(天空一體)·공방겸비(攻防兼備)' 목표 달성을 위해 조기경보·공중타격·항공 방어 능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항공과 우주 전력을 일체화하고, 공격과 방어 능력을 겸한 강력하고 현대화된 전략 공군을 건설한다는 목표라고 한다.
로켓군은 차세대 중·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ICBM 등의 전력화를 추진 중이며, 극초음속 비행체(HGV)를 탄두에 탑재한 신형 준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대응한 신형 무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도 남중국해 인근의 초계 활동과 태평양 원해훈련을 강화하고 있고, 2019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한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국방백서는 평가했다.
러시아 해군은 2018년 보레이급(2만4천t급) 전략핵잠수함(SSBN) 3척을 건조해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있다. 앞으로 8척을 운용하는 보레이급은 사거리 1만㎞에 MIRV(독립 목표 재돌입 탄두)를 10발까지 장착하는 불라바 SLBM을 기본 16∼20발 탑재한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지르콘'과 핵탄두를 탑재하는 초음속 순항미사일 '칼리브르', 핵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 등 첨단 비대칭 무기를 개발 중이다. 북양함대와 태평양함대의 장거리 원양훈련을 통해 장거리 전력투사 능력을 높이고 있다.
전략미사일군은 구형 미사일을 신형 RS-24(Yars)와 RS-28(Sarmat)로 교체하고 있다. RS-24는 2011년 첫 도입 이래 RS-12M(Topol-M)을 대체한다. 특히 올해 도입을 목표로 시험 중인 RS-28은 극초음속 활공 비행체인 아반가르드를 탑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국방백서는 설명했다.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부대, 잠수함 부대, 고정익 초계기 부대의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3년까지 호위함을 47척에서 54척으로, 이지스 구축함을 6척에서 8척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정익 초계기는 P-1 신형 초계기 위주로 65대를 유지하고, 초계 헬기를 76대에서 80대로 증강한다.
잠수함은 16척에서 22척으로 증강하고, 이즈모형 호위함(만재배수량 2만7천급)에 F-35B를 탑재하도록 개조하고 있다. F-35A와 F-35B(42대 포함) 전투기를 147대 도입할 계획이고, 공중급유와 수송부대, 무인기 부대를 신규 편성했다. 작전 반경을 확대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지난해 우주작전대를 항공자위대 예하에 새로 편성하고 규모 확대와 실질적 작전운용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군의 지상작전사령부에 해당하는 육상총대(2018년 4월 신설) 예하에 사이버 및 전자파 작전부대를 신규 편성해 새로운 영역에서의 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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