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잘 버티면 '수혜' 낙인?.. 기업 옥죄는 이익공유제

이한듬 기자 2021. 2. 6.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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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이익공유제의 그림자] 자발적 참여 이끈다지만 사실상 강제 우려

[편집자주][주말리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이익공유제’ 논란이 재계를 덮쳤다. 코로나19로 수혜를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업종에 이익을 공유하자는 것인데 재계는 강력히 반발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를 어떻게 산정할지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데다 해외기업과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지만 명목상의 조건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이익공유제, '자발적' 조건이라는데.. "사실상 강제?"


정치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이익공유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재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기업이 이미 자발적인 성금 기부와 인프라 제공 등으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힘을 보태는 상황에서 준조세 성격의 제도를 도입할 경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부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전제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기업이 정부 정책을 거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자발적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다.

◆민간기업에 이익 공유 압박 논란

이익공유제 논의에 불을 지핀 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이 대표는 1월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코로나19 이익공유제’ 화두를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수혜를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 이익의 일부를 나눠 양극화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그는 “고소득층 소득은 더 늘고 저소득층 소득은 오히려 줄어드는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양극화 대응은 주로 재정이 맡는 게 당연하지만 민간의 연대와 협력으로 고통을 분담하며 공동체의 회복을 돕는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익공유제에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오히려 성적이 좋아지고 돈을 버는 기업이 있다”며 “그런 기업이 출연해서 기금을 만들어 소상공인·자영업자·고용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다면 그건 대단히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화해서 정부가 강제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간 경제계에서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운동이 전개되고 참여하는 기업에 국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않을까”라고 전제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은 ‘포스트 코로나 불평등 해소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기업의 자발적인 기부와 정부 여유자금을 활용해 상생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일부터 열리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익공유제 관련 법안을 처리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재계는 이미 성과공유제가 시행 중인 상황에서 추가적인 이익공유제 도입은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한다. 성과공유제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에 따라 신제품 개발과 생산성 향상 및 비용 절감 등 대기업과 협력기업의 공동협력으로 인한 성과를 나누는 제도로 주요 대기업이 이 제도를 시행 중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경우 성과가 높은 반도체 부문 협력사에 매년 두차례에 걸쳐 수백억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기업은 인센티브 지급과 상생펀드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로는 협력사의 경영안정을 위해 자금운용을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최대 수백억원을 쾌척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한 노력을 전방위로 기울여온 상황에서 추가적인 자금 출연 압박을 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발적 탈 쓴 강제기금 변질 우려

사실상 강제적인 준조세 성격을 띤 것도 문제다. 문 대통령은 자발적 참여를 강조하며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을 성공적인 예로 들었다. 농어촌상생협력 기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당시 협정으로 혜택을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농어촌지역을 돕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으로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매년 국정감사 시즌마다 상생협력 기금 출연이 미흡하다며 주요 기업의 임원이 국감장에 소환돼 국회의원의 질타를 받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국감에도 삼성·현대차·SK·LG·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사회공헌 담당 임원이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A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 참여에 미온적이면 상생에 역행하는 비윤리적 기업으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다”며 “이익공유제가 마련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도 “별도 재단을 통한 사업관리나 목표 기업 수 설정, 기업 간 정책지원 차별화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비자발적 참여’를 강제할 소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도 제도의 강제성에 우려를 표한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도 돈을 많이 버는 기업은 세금을 많이 낸다”며 “사실상 세금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익공유제를 시행 중인 것과 마찬가지인데 임의로 또 다른 준조세를 신설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다지만 정부가 대기업에게 이익공유를 부탁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이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기업은 정부가 주체가 돼 지원하는 게 맞다. 민간의 돈을 정부가 자의적으로 운용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코로나 사태에서도 큰 이익을 거둔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부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건 안 된다”며 “이익을 공유할 경우 세액 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등 참여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강제하게 되면 기업에 또 다른 세금을 내라는 얘기”라며 “제도를 적용받지 않는 외국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여당을 중심으로 이익공유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 사진=뉴시스 장세영 기자


외국기업 빼고 국내기업만 이익공유?.. 이유 있는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혜를 본 기업이 피해를 입은 기업이나 소상공인에 이익을 공유하는 ‘이익공유제’ 도입을 놓고 재계의 반발이 거세다. 수혜의 기준을 특정하기 모호한 데다 주주의 이권 침해와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기업과의 역차별도 큰 문제다. 실적공개의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기업은 이익 증감 여부를 측정하기 어렵고 이익공유제 참여를 압박할 경우 자칫 국제분쟁에 휩싸일 우려도 있다. 사실상 이익공유제가 국내기업만 겨냥한 준조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수혜 판단 어떻게?

지난해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해외 각국의 국경 봉쇄와 인적·물적 교류와 생산시설 가동의 중단 및 수요 감소 등은 항공과 여행업 등 주요 산업에 큰 피해를 입혔다.
반면 언택트 문화에 따른 ‘집콕 수요’ 증가로 가전제품·IT기기·온라인 관련 제품의 구매가 늘면서 가전과 반도체업계 등은 톡톡한 반사이익을 누렸다. ‘코로나 이익공유제’ 도입 논의는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오히려 실적이 상승한 기업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여해 피해가 큰 기업을 돕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재계는 이익을 산정하는 것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말 그대로 코로나로 인한 이익 증가가 명확하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기업의 손익은 코로나 외에도 ▲세계 경기 ▲제품의 경쟁력 ▲마케팅 역량 ▲시장 트렌드 변화 ▲업황 ▲환율 ▲사업 정리나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좋았다고 해서 반드시 코로나의 수혜를 봤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의미다.

권혁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전략팀장은 “기업의 이익이 코로나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으로 발생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코로나와 연관성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것도 어렵다”고 꼬집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의 수익은 회사의 경영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고 여러 방면에서 영향을 받는다”며 “수익이 늘었다고 해서 코로나19 수혜 업체로 판단하는 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주주의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 주주는 기업의 이해관계자로 경영에서 발생하는 잔여수익에 대한 청구권자다. 기업은 매년 경영실적에 따라 주주에게 정기적으로 이익을 배당하거나 잔여수익을 특별 배당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 노력을 펼친다. 하지만 잔여수익을 이해관계자가 아닌 다른 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에 분배할 경우 주주의 이익을 직접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재계 단체 한 관계자는 “주주에 대한 경영진의 배임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기업은 무풍지대?

가장 큰 문제는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외국기업은 사실상 이익공유제의 영향권 밖에 있다는 점이다. 외국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수혜는커녕 한국에서의 통상적인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파악하기 어렵다.

현재 국내에 진출한 구글과 넷플릭스 등 외국기업 대다수는 외부감사와 공시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형태로 한국법인을 세워 실적공개 의무를 피해가기 때문이다. 이익 증감 여부조차 명확하게 파악하기 요원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수혜를 봤는지를 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실적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외국기업에 이익공유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논란의 여지는 여전하다. 권혁민 팀장은 “한국정부가 외국기업에 이를 강요한다고 받아들여질 경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 국제분쟁으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며 “외국기업은 이익공유제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권유한다지만 압박과 다름없다”며 “사실상 국내 기업에 한정된 준조세처럼 작용해 외국기업과의 시장 경쟁에서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계에서는 이익공유제 도입이 강행될 경우 기업의 투자와 미래 성장 동력이 꺾일 것을 우려한다. 권 팀장은 “이익공유제 참여 강제는 기업의 이윤추구 동기를 위축시킨다”며 “반시장적 이익배분 방식은 기업의 혁신활동 등 경제의 활력을 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은 기존에 거둬들인 이익을 바탕으로 앞으로의 경영전략을 세우고 리스크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제도적으로 민간 기업의 이익을 사회에 기여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자동차·철강 등 국내 15개 산업별 단체로 구성된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은 최근 ‘이익공유제에 대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기업의 자율성 보장을 촉구했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많은 영업이익을 낸 기업이 신성장 산업이나 일자리 창출 분야에 왕성한 투자를 하도록 정부가 투자환경을 개선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고 정부가 이를 바탕으로 사회안전망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기업의 이익공유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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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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