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검사가 쓴 '가짜뉴스 형사처벌과 언론·출판의 자유'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2021. 2. 6. 07: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간]가짜뉴스 형사처벌과 언론·출판의 자유
이문한 법무연수원 부원장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인 이문한 법무연수원 부원장이 '가짜뉴스 형사처벌과 언론·출판의 자유'를 냈다. 한국학술정보 제공
'가짜뉴스'란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세상이다. '가짜 뉴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국회에서는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말만 무성할 뿐 법률가의 시각에서 '가짜 뉴스'를 어떻게 규제해야 하는지, 그리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모든 사건의 종착역은 검찰과 법원으로 향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과연 두 기관은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 짚어주는 전문가는 흔치 않다.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인 이문한 법무연수원 부원장 겸 총괄교수(50·사법연수원 27기)가 '가짜뉴스 형사처벌과 언론·출판의 자유'(한국학술정보)를 냈다. 이 책에서는 지난 2008년 당시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두 가지 사건 등을 되돌아보면서 '가짜 뉴스'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두 사건 모두 아직까지도 논란이 계속되는 사건이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다는 점에서 숙고할 만한 가치가 있다.

첫 번째 사건은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방송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논란은 PD수첩 방송 이후 급격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정부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한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의 불신은 오히려 깊어졌다. 검역 주권과 국민의 식품 안전을 보장하라는 촛불이 곳곳에서 밝혀졌다.

정부는 방송 내용이 거짓이라고 판단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함께 법원에 정정보도 및 반론보도를 청구했다. 법원은 정부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반론 및 정정보도를 하라고 판결했다. 검찰도 수사에 나서 PD수첩 제작진 등을 정부 관료에 대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그 과정에서 수사팀을 이끌었던 임수빈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는 수뇌부와 이견을 보이다 결국 사직했다.

재판 과정에서 법원은 방송 내용에 일부 허위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법부의 결론은 잘 알려져 있듯이 '무죄'였다.

저자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언론이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과 감시를 위한 보도를 하는 경우 그 내용에 일부 허위나 과장이 있다 하더라도 반론보도나 정정보도를 넘어서 관련 공무원에 대한 명예훼손죄의 형사적인 책임까지 묻는 것은 자칫 언론· 출판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으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보인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위한 보도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언론의 자유' 법리와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일까. 현직 검사인 저자는 PD수첩 사건에 대해 이렇게 평가한다 "공영방송사로서의 공정성, 위 방송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 및 국민의 피해, 실제 상당수 허위 왜곡보도의 내용 등이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법원이 위 보도와 관련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도 모두 기각한 것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우선시한 나머지 사회질서 유지와 국민의 최소한의 권익 보호에 다소 소홀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언론의 자유가 무제한적인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저자가 다룬 두 번째 사건은 광우병 보도와 더불어 2008년 당시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 사건이다.

'미네르바' 박 모씨가 올린 글 중에는 정확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도 있었고, 결국 박 씨는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죄로 구속 기소됐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법원은 박 씨에게 '공익을 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고 헌법재판소는 박 씨에게 적용된 전기통신기본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를 아예 처벌하는 규정이 없어도 좋은 것일까. 저자는 헌법재판소의 다수 의견에 대해 비판한다. 헌법재판소는 처벌규정에 적혀 있는 '공익을 해할 목적', '허위의 통신'이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헌으로 판단했지만, 법해석을 통해 충분히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허위 사실의 표현'을 규제할 필요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허위사실의 표현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이뤄진 경우에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제재하고 처벌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정보통신망에서의 허위사실 유포에 대하여 처벌의 공백이 생긴 상태에서, 대선과 총선 등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를 처벌할 개정법률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보완입법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다만 이렇게 된 데에는 과거의 무리한 수사가 '원죄'였다는 반성도 잊지 않는다. "필요, 최소한으로 입법해 놓고 법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데 편법으로 이법, 저법 적용하다보니 무리하게 적용되는 경우가 있어 위헌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현재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가짜뉴스 방지법'에 대하여 신중한 입장을 견지한다. 일명 '가짜뉴스 금지법'등 국회에서 발의됐던 개정안의 경우 '가짜뉴스'의 정의가 명확하지 못해 언론· 출판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위험성이 있으므로, 정의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해 일정한 의무를 부과하고 위반 시 과도한 과태료 등을 부과할 경우 자칫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을 사실상 민간업체에서 하게 되는 '사적 검열'이 생기게 돼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은 자칫 자율적인 규제가 원칙인 인터넷 공론의 장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저자는 검사로서의 수사 경험을 바탕으로, 사건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는 장치를 제안하기도 한다. "국가기관이나 국가 최고 권력자 등이 관련된 주요사건의 수사 진행 및 처리와 관련해서는 수사기관 내부의 면밀한 검토뿐만 아니라 필요한 경우,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전문가 등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판단이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즉 한쪽으로 치우쳐 판단하지 않도록 지켜보는 눈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할 수 있으므로 여러 관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추상적인 방향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어떻게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명예훼손 사건은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죄)이지만, 친고죄(고소 또는 고발이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죄)는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이유로 고발이 되어 수사가 시작되는 현실도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명예훼손 사건도 피해자가 직접 피해를 호소하며 국가형벌권 발동을 촉구할 경우에만 수사가 개시될 수 있도록,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에서 친고죄로 바꾸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저자는 대검찰청 공안과장,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장 등을 지냈다. 저자가 직접 맡았거나 지휘한 가짜뉴스 관련 사건들을 포함해 다양한 사례를 분석했다.

저자는 "실무가가 직접 사건을 다뤄보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은 별로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연구하시는 분들이 실무를 경험한 사람의 시각에서 본다면 공부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 믿어 책으로 내게 됐다"고 말했다.

400페이지가 넘는, 법 조항과 사례 등 쉽게 읽히지 않는 전문적인 학술책인데도 초판이 2주 만에 모두 판매되는 등 반응도 뜨겁다. 저자의 20여년 검사 생활의 내공과 국회 전문위원으로서의 입법 현장 경험 등이 두루 녹아있는 책이다.

검찰 내 대표적인 공안통인 이문한 법무연수원 부원장이 '가짜뉴스 형사처벌과 언론·출판의 자유'를 냈다. 한국학술정보 제공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