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 휴가, 지난 5년 새 얼마나 바뀌었을까
회사가 보장한 정당한 복지지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휴가계를 올릴 때 망설인다. 특히 주말이나 징검다리 연휴에 붙여 낸다거나 2~3일 복수 연차를 낼 때 눈치를 본다. 물론 최근 세대가 변하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곳도 적지 않다.
익스피디아가 지난 10년 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휴가 사용일은 메르스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5년 이래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처음으로 실시한 2018년부터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개념이 보편화하면서 휴가 사용 문화도 한층 개선됐다.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는 주어진 유급휴가를 모두 사용했다. 눈치족보다는 소신족이 늘어난 방증이다. 평균 유급휴가 사용일(12일)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무급휴직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년도인 2019년(15일)보다 약 3일 가량 줄었으나, 지난 5년간 유급휴가 사용 추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6일, 2016년 8일, 2017년 10일, 2018년 14일, 2019년 15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실제로 주어지는 연간 유급휴가일수(15일)는 전 세계 평균(20일) 수준보다 적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휴가를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82%에서 2018년 72%, 2019년 74%, 2020년 70%로 한국인의 휴가 만족도가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이다.
2020년 한 해 동안 제한적인 일상을 보내고 난 뒤, 전 세계인은 휴가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특히 한국인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휴가의 소중함을 크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92%)이 전보다 휴가를 가치 있게 여기게 됐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휴가를 활용해 떠나는 여행을 꼽았다. 여행에 대한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휴가를 쓰고 여행을 떠나는 일을 단순히 일에서 멀어지는 경험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60%),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계기(39%)로 인식하게 됐다.
인식의 변화는 여행의 패턴도 바꿨다. 한국인은 작년 한 해 동안 가까운 동네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다녀보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인파가 적은 소도시를 찾아 휴가를 즐기면서 여행이 꼭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이 아닌 낯선 곳에 머물며 워케이션(Workation)이나 재텔근무를 경험하는 등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새로운 패턴도 생겨났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인들은 여행을 계획하거나(27%) 지난 여행을 돌아보면서(25%) 간접적으로나마 여행 기분을 내보기도 했다. 여행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활동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한국인 응답자 과반수(57%)는 코로나 상황을 겪고 나서 여행을 통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더욱 다양해졌다고 답했고, 버킷리스트 달성을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59%)며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은주 익스피디아 마케팅팀 매니저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인의 휴가 사용 현황을 조사하면서 한국인의 휴가가 양적, 질적으로 모두 발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휴가가 단순히 업무에서 벗어나는 목적을 넘어 새로운 여행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거나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기로 재정의 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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