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직장인 휴가, 지난 5년 새 얼마나 바뀌었을까

장주영 2021. 2. 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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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보장한 정당한 복지지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휴가계를 올릴 때 망설인다. 특히 주말이나 징검다리 연휴에 붙여 낸다거나 2~3일 복수 연차를 낼 때 눈치를 본다. 물론 최근 세대가 변하면서 이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 남아있는 곳도 적지 않다.

사진 = 언스플래쉬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 익스피디아는 최근 연례 유급휴가 설문조사 2021(Vacation Deprivation Report 2021)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에서 2000년에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익스피디아는 2005년부터 글로벌로 확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올해는 지난 해 11월 18일부터 12월 9일까지 북미와 중미, 유럽,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데이터를 모았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호주 뉴질랜드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총 16개국 9200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한국인은 300명이었다.

익스피디아가 지난 10년 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직장인의 휴가 사용일은 메르스 종식 이후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2015년 이래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처음으로 실시한 2018년부터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개념이 보편화하면서 휴가 사용 문화도 한층 개선됐다.

사진 = 익스피디아
무엇보다 지난해는 휴가에 대한 인식 변화에 있어서 새로운 분기점이라 불릴만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한국인 여행객은 휴가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 국내에 국한한 이동 제약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을 대신해 국내 곳곳의 매력을 새롭게 발견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면서 전보다 휴가를 더욱 가치 있게 활용하는 데 집중한 것.

한국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는 주어진 유급휴가를 모두 사용했다. 눈치족보다는 소신족이 늘어난 방증이다. 평균 유급휴가 사용일(12일)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무급휴직 상황이 발생하면서 전년도인 2019년(15일)보다 약 3일 가량 줄었으나, 지난 5년간 유급휴가 사용 추세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2015년 6일, 2016년 8일, 2017년 10일, 2018년 14일, 2019년 15일로 5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사진 = 익스피디아
하지만 휴가 사용이 한층 편해진 양상과는 별개로 한국인 응답자 대다수(70%)는 여전히 휴가일 수를 부족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3년 연속, 휴가 부족에 대한 불만을 가장 크게 느끼는 국가 2위에 올랐다.

실제로 주어지는 연간 유급휴가일수(15일)는 전 세계 평균(20일) 수준보다 적다. 그러나 2017년부터는 휴가를 부족하다고 느끼는 비율이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7년 82%에서 2018년 72%, 2019년 74%, 2020년 70%로 한국인의 휴가 만족도가 점차 개선되는 모양새이다.

사진 = 익스피디아
지난해 한국인은 휴가를 집(47%)이나 집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호텔(16%)에서 보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는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70%)가 많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있는 아이를 돌보는 등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휴가를 사용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27%)

2020년 한 해 동안 제한적인 일상을 보내고 난 뒤, 전 세계인은 휴가를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됐다. 특히 한국인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휴가의 소중함을 크게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9명(92%)이 전보다 휴가를 가치 있게 여기게 됐다고 답했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 블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휴가를 활용해 떠나는 여행을 꼽았다. 여행에 대한 시각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휴가를 쓰고 여행을 떠나는 일을 단순히 일에서 멀어지는 경험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60%),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시야를 넓히는 계기(39%)로 인식하게 됐다.

인식의 변화는 여행의 패턴도 바꿨다. 한국인은 작년 한 해 동안 가까운 동네를 여행자의 시각으로 다녀보거나, 잘 알려지지 않아 인파가 적은 소도시를 찾아 휴가를 즐기면서 여행이 꼭 먼 곳으로 떠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체감했다. 또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이 아닌 낯선 곳에 머물며 워케이션(Workation)이나 재텔근무를 경험하는 등 일과 여가를 병행하는 새로운 패턴도 생겨났다.

사진 = 언스플래쉬
올해도 거리두기를 실천할 수 있는 조용한 여행지(25%) 선호, 언제든 여행 계획을 변경할 수 있는 환불 보장 상품(23%)의 확대,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으로 이동(23%)하는 추세 등 지난해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새롭게 생겨난 여행 트렌드들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인들은 여행을 계획하거나(27%) 지난 여행을 돌아보면서(25%) 간접적으로나마 여행 기분을 내보기도 했다. 여행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며 코로나 이후의 여행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활동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였다. 한국인 응답자 과반수(57%)는 코로나 상황을 겪고 나서 여행을 통해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더욱 다양해졌다고 답했고, 버킷리스트 달성을 위해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59%)며 앞으로의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 = 언스플래쉬
집 안에서의 생활이 길었던 만큼, 더욱 소중해진 가족 관계를 증명하듯 앞으로의 휴가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쓰겠다는 사람도 많았다. 한국인은 휴가의 좋은 영향으로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하고(88%), 귀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92%)는 점을 강조했다. 휴가 사용의 목적을 가족 구성원을 돌보고 그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58%)에 두거나, 휴가 중에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45%)도 많았다.

이은주 익스피디아 마케팅팀 매니저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인의 휴가 사용 현황을 조사하면서 한국인의 휴가가 양적, 질적으로 모두 발전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휴가가 단순히 업무에서 벗어나는 목적을 넘어 새로운 여행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거나 가족과의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계기로 재정의 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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