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면전서 사퇴 촉구.."물러날 의사 없다는 듯 답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거짓말쟁이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권위와 자격을 완전히 상실했다”면서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국민에 속죄하는 최소한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김 대법원장이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하면서 (여당의 탄핵 추진 등) ‘정치적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한 것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반헌법적인 발상이자, 대법원장 스스로 법복만 걸친 정치꾼임을 고백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질타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히려 탄핵을 당해야 할 사람은 김 대법원장”이라며 “엄청난 탄핵 사유가 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국회 차원에서 김 대법원장 탄핵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 원내대표는 “탄핵안을 발의하자는 의원이 많다”면서도 “이것(탄핵 추진)이 사법부를 흔들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의견을 모으고 더 신중하게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탄핵안을 발의해도) 현실적으로 부결될 게 뻔하다”며 “김 대법원장이 자리를 유지하는 명분만 줄 것이어서 의미가 없다”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대신 이번 사태를 ‘탄핵 거래’로 규정, 진상조사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탄핵 거래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김기현 의원은 이날 오전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후엔 단원인 김도읍·유상범·장제원·전주혜 의원과 함께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을 만나 면전에서 사퇴를 촉구했다. 김도읍 의원은 “(김 대법원장이)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듯이 답변했다”고 전했다.
이날 연합뉴스TV ‘뉴스 1번지’에 출연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이번 논란을 두고 “우선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정말 큰 문제”라며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모든 사안의 시시비비를 판단하는 수장이 거짓말을 하고 국회에 허위공문서를 보낸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미국) 닉슨 (전) 대통령의 도청(워터게이트)도 문제지만 거짓말 그 자체 때문에 탄핵당하지 않았나”라고 덧붙였다.
이낙연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공식 회의석상 등에서 이번 사안 관련 언급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 대법원장이 거짓 해명 논란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만큼, 지도부 차원에서 나섰다 자칫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전날 본회의에서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찬성 179표·반대 102표·기권 3표·무효 4표로 가결했다. 현직 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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