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집 샀는데 개발지역 묶이면 현금청산? "재산권 침해" 반발

이소은 기자 2021. 2. 6.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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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4일 오전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강당에서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정부가 신규로 도입한 공공주도 사업에서 토지주에게 부여하기로 한 우선공급권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대책 발표일 이후 신규 매입계약을 체결할 경우,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아직 구역지정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매입자를 투기세력으로 간주하고 재산처분 선택권을 침해하는 이같은 규제는 말도 안된다는 게 시장 및 법조계의 의견이다. 하지만 정부는 '법리검토가 다 끝난 사항'이라며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책 발표일 이후 매입하면 무조건 현금청산
정부는 지난 4일 '공공주도 3080 대규모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하면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 새로운 공공주도 사업을 신규 도입했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역세권 준공업지 저층주거지 등을 수용해 고밀개발 하는 사업이며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조합이 아닌 공공이 단독 시행하는 식이다. 두 사업 모두 공공이 토지주로부터 토지를 수용해 사업을 진행하며 토지주에게는 새로 들어서는 아파트·상가 등을 공급 받을 수 있는 우선공급권이 주어진다.

문제는 이 우선공급권이 모든 토지주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는 대책 발표일 이후 신규 매입한 토지주에게는 우선공급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 청산하겠다고 밝혔다. 투기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얘기다.

그러나 대책이 나온 후부터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사유재산권 제약이라며 위헌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 새로운 사업이 추진될 구역 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매입자를 우선공급권 부여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관련 규제를 두고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수요자는 "이렇게 되면 나중에 공공개발 되면 강제로 집을 빼앗길 수 있으니 빌라나 노후한 아파트는 거의 매수 불가일 것"이라며 "사고싶은 지역이 있는데 1년 뒤에 그 지역이 무슨 개발로 묶일지 미리 어떻게 알고 결정해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다른 수요자는 "워낙 말이 안되는 얘기라 세부 내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지구지정 이후 산 사람들에 국한 되는 얘기 아니겠냐"고 기대했다.

정부 "토지보상법에 따라 정당보상하므로 문제 없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집값이 안정되지 않고 전셋값마저 크게 뛰면서 아파트보다 저렴한 다세대 및 연립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주택 수요자들이 다시 늘고 있다. 2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연립주택 평균 매매가격은 3억1343만원을 기록했다. 10월(3억673만원)보다 670만원(2.2%) 올라 역대 최고치다. 상승폭은 아파트(1.8%)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2020.12.2/뉴스1

하지만 국토부는 이런 기대를 일축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확히 지난 4일부터 신규매입 하는 토지주에게는 우선공급권이 안나오는 것이 맞다"며 "본래 구역지정을 할 때 누구에게 우선공급권을 줄지 정하면 되는건데 이번 사업에서는 그 기준을 대책발표 날로 잡아 추격매수를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헌논란에 대해서도 이미 내부적 법리검토가 끝난 상황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금청산 시 보상금 역시 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하므로 '정당보상'이라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현금 청산을 통해 종전의 재산권을 충분히 보상해드리고 내보내는 것"이라며 "기존 토지주에게만 주어지는 '우선공급권'은 보상금에 '플러스알파' 개념이기 때문에 우선공급권이 부여되지 않는다고 해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신규 매입자에게 우선공급권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구역은 토지거래허가지역으로 묶인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려는 이중 조치다. 우선공급권은 못 받더라도 감정평가에 따른 보상금은 챙기겠다고 진입하는 세력까지 막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측은 "기존 재개발 구역에서도 소위 '딱지'는 못받더라도 나무 하나 심어놓고 보상금을 받으려는 세력이 있다"며 "보상금 수령을 위한 부지매입까지 할 수 없도록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사 "명분도 없이 재산처분 선택권 침해하는 조치"
국토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내용이라 강조했지만 법조계의 반응은 다르다. 토지주의 재산처분 선택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실수요자를 투기세력으로 단정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기존에는 재개발사업에서 재산처분에 대해 분양신청을 하고 싶으면 하고 원하지 않으면 현금 청산을 받는 것이었는데 이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본래 정비사업에서 지분쪼개기, 조합원 입주권 양도·양수를 제한하는 것은 투기수요를 막는다는 명분이 있어 가능한 것인데, 이번에는 사업 구역도 안정해졌는데 어떻게 신규매입자를 투기로 단정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아울러, 국토부가 언급한 '정당 보상' 역시 현실적으로는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얘기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보상하더라도 재개발은 공익 사업이라 개발이익이 배제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시세보다 낮게 평가 받고 나가는 게 일반적이다. 재건축 역시 일정 시점을 못박아서 시세로 간주하기 때문에 대부분 실제 시세의 70% 수준에 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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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기자 luckyss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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