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된 K-방역의 상징 ..씨젠의 저평가 논란을 보는 법 [株포트라이트]
지난해 7000억 이상, 올해 9000억 이익 달성에도 주가 고점 대비 반토막
코로나19 진단 실적 만으로는 가치주 신세 면치 못해
연말 1조 이상 현금으로 성장의 꿈 보여줘야
[헤럴드경제 정순식 기자] 전 세계에 유례 없는 피해를 안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와 동거한 지 어느덧 1년이 다가온다. 전 세계 증시는 급격한 붕괴와 기록적인 반등의 새 역사를 썼다. 주식 시장 내에서도 극명한 희비가 엇갈렸다. 새로운 삶의 방식은 언택트주의 비상을 가져왔고, 컨택트주의 몰락을 초래했다. 코로나19 진단주와 치료제, 백신 주식 또한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K-방역의 대표 주자로 주목받은 주식이 있다. 다름 아닌 진단키트의 대장주 씨젠이다. 이 씨젠을 둘러싼 밸류에이션 논란이 한창이다.
씨젠의 저평가 논란은 씨젠이 현재 적용받고 있는 주가수익비율(PER)에서 비롯된다. 향후 12개월 간의 예상되는 이익을 기준으로 한 현 주가 수준을 평가하는 12개월 선행 PER에서 코스피 지수는 15배를 적용받고 있다. 주가는 미래 가치를 선행하는 만큼 과거의 이익이 아닌 미래 이익을 기준으로 주가를 평가하곤 한다. 1년 후의 예상 이익 대비 현 주가 지수가 15배에 달한다는 의미다. 코스피 종목들의 평균이 15배인데 반해, 씨젠은 8.4배를 적용받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1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 또한 7300억원 대에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누가 봐도 현저하게 싸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더구나 씨젠은 바이오 섹터다. 수십에서 수백배의 PER을 적용받는 현실을 볼 때 씨젠의 주주들로선 시장이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낄 만하다. 그래서 씨젠 소액주주들은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을 강력히 요구한다. 또 무상증자와 배당확대 또한 주장하고 있다. 이에 씨젠 측은 주당 1500원, 총 390억원의 현금배당 계획을 공시하며 주주달래기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씨젠의 주가가 시장 대비 싸진 데는 백신의 개발과 적극적은 보급이 결정타였다. 앞으로 백신이 널리 보급돼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코로나19 상황에서 급증했던 매출과 이익 또한 사상누각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씨젠은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던 지난 4분기에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역시 씨젠의 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증권가 리포트의 컨센서스에서도 증명된다. 최근 1개월 이내 발간된 씨젠에 대한 매출액 컨센서스는 1조3927억원, 영업이익은 8844억원이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 1조1612억원, 영업이익 7345억원 대비 20%가 넘는 성장세를 시현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다. 하지만 주가는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해 8월 32만2000원을 고점을 돌파하지 못한 채, 10월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지난 5일 기준 17만8700원을 기록 중이다. 1월 말에는 16만원 대까지 추락하며 주가가 반토막이 나기도 했다.
현 주가 흐름은 씨젠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급변했음을 대변하고 있다. 탁월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진단키트 시장의 독보적 강자가 될 수 있음을 기대했던 성장주의 지위에서 시장을 평정해버린 가치주의 반열에 오른 것으로 시장은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주가가 5배 이상 오른 상황에서 주가가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도 진단키트 대장주로서의 검증된 실적이 작용하고 있다. 고점 대비 반토막이 아닌 저점 대비 5배의 주가로 봐야할 시점이라는 의미다. 이에 투자자들은 씨젠의 리포트에서 공통으로 지적되는 부분을 포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와 올해 쌓인 현금을 토대로 활발하게 이뤄질 인수합병(M&A)와 신사업 진출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핵심으로 지목된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급증한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향후 신규 성장 동력이 확보되면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높은 기업 가치가 정당화 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말 씨젠이 보유할 현금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김승회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부 유보 현금은 향후 인력 보강 및 신사업 진출 혹은 잠재적인 M&A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인공지능 전문가와 제조·구매 총괄, 마케팅 총괄 인력 등을 영입하면서 글로벌 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지난 1일 씨젠은한 번의 검사로 주요 변이 바이러스를 구분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당일 씨젠은 8.9%의 상승세를 시현했지만, 이후 주가는 등락을 거듭 중이다. 코로나19의 신종 진단법 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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