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일반고 강화 정책'에도 고위 공직자 자녀들은 자사고·특목고 몰렸다

김보연 기자 2021. 2. 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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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칠승 신임 중기부 장관 딸은 국제고
황희 문체부 장관 후보자 딸은 외국인학교 진학
'내로남불' 비판…"이럴거면 특목고 폐지 정책 없애라"

"(딸이) 가겠다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

지난 3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한 이야기가 연일 정치권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시 교육청 등 교육당국이 일반고 위주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 여당의 주요 고위공직자들이 정작 자신들의 자녀는 외국어고, 자립형사립고, 국제고 등 특수목적고를 보내고 있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이다.

일반고 강화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핵심 국정 과제로, 정부는 특목고를 모두 폐지하고 2025년 3월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전형적인 '내로남불'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나왔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개각을 통해 교체한 권칠승 장관의 딸은 고양 소재 국제고를 졸업했으며, 황희 문화체육부 장관 후보자의 딸도 목동의 한 자사고를 1학기 다니다 현재 서울 소재 외국인학교를 다니고 있다. 권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5일 임기를 시작했다. 황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9일 열린다.

고교평준화를 주장해온 권 장관의 딸이 특목고를 진학했다는 사실은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에서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한 데 대해 찬성했는데, 자식은 특목고에 보냈다. 내 애는 영어를 잘하고, 남의 애는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가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지적하자, 권 장관은 "특목고 폐지는 제 오래된 소신이고 딸에게도 얘기했지만 (딸이) 가겠다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 제가 보낸 게 아니라 본인(딸)이 간 것"이라고 했다.

권 장관은 20·21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화성병)으로 재임하며 고교 평준화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권 장관은 2016년 총선 공약으로 '고교평준화'를 내걸었다. 그는 당선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평준화는 불필요한 우월감과 자괴감을 만들어 위화감을 조성한다. 비교육적인 제도"라며 "학교는 인재를 뽑는 곳이 아니라 좋은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고 밝혔었다. 권 장관은 2020년 총선 공약에도 고교평준화를 포함시켰다.

황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황 후보자의 딸은 자사고를 다니다 2019년 2학기 외국인학교로 전학을 갔다. 이 외국인 학교의 한 해 수업료는 4200만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재선 의원(서울 양천갑)인 황 후보자 역시 고교평준화를 주장해왔던 인사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인터뷰에서는 "자사고의 경우 그 학교의 철학과 특성이 있어야 하는데 무조건 공부 잘해서 대학 잘 가는 서열화가 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 장관과 황 후보자에게 바통을 넘긴 전임 장관들의 자녀들도 모두 특목고를 나왔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의 장남은 서울 소재의 외국인학교를 나왔고, 박양우 문체부 장관의 차녀 역시 자사고인 세화여고, 삼녀는 대원외고를 나왔다.

이 밖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의 장남은 안양외고 출신이며 차남은 미국에서 중학교를 다닌 뒤 경기도에 있는 청심국제고에 진학했다. 청심국제고는 국내 유일의 사립 국제고로, 1인당 연간 학비가 약 18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장녀는 자사고인 이화여고 출신이고, 차녀와 장남은 용산국제학교를 나왔다. 용산국제학교의 연간 학비는 3000만원 가량이다.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경우도 있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차녀는 스웨덴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의 장녀는 프랑스에서, 성윤모 산업통상부 장관은 스위스에서 고교를 나왔다.

자사고 축소 정책을 추진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두 아들을 모두 외고에 보냈다. 조 교육감은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공적 책무를 다해야 하는 입장에서 매우 무겁고 불편한 사실이 아닐 수 없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딸도 외고에 입학했다가 일반고로 옮겼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정부 여당의 반성 없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여당 주요 인사들의 자녀의 특목고 진학은 이미 2019년 한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전희경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장관 18명의 자녀의 출신 학교를 전수 조사해 12명(66%)이 특목고 또는 강남 8학군에 있는 학교를 보내거나 유학을 보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고교 평준화를 외치며 교육의 평등을 강조하는 이들이 정작 자기 자식들은 가장 비싸고 교육 수준이 높다는 학교에 보내고 있다. 말과 행동이 따로 논다"며 "이미 한차례 크게 논란이 됐음에도 또 같은 문제가 불거지는 것은 이에 대한 반성 의식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럴거면 특목고 폐지 정책을 없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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