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는 표적함?"..해군은 아니라지만, 논란은 여전 [박수찬의 軍]
해군은 4일 충남대학교와 함께 경항모 세미나를 열어 건조 필요성을 적극 홍보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세미나에서는 다양한 각도로 경항모를 볼 수 있는 최신 조감도 8장과 경항모를 중심으로 한 기동함대의 모습을 담은 상상도가 공개됐다.
상상도에는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와 해상작전헬기, P-8A 해상초계기와 무인기, 차기구축함(KDDX) 등을 거느린 경항모의 모습이 포함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날 제8차 방위사업협의회를 화상으로 개최, 경항모 건조 사업 공감대 확산 방안과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관련 기관별 협의 사항을 논의했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경항모 건조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경항모 보유 근거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중국 해군이 서해에서 활동폭을 넓히는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함정 확보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정승균 소장의 발표에 따르면, 경항모 톤수는 3만t으로 길이는 265m, 폭은 43m에 달한다.
265m에 달하는 경항모 길이는 다른 나라의 항모와 비교해도 크다.
프랑스 샤를 드골 핵추진항공모함은 261m, 미국 아메리카급 강습상륙함은 257m,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1세급 경항모는 230m다.
해군 경항모보다 긴 것은 영국 퀸 엘리자베스2세 항모(길이 280m) 정도다. 폭도 후안 카를로스1세급(32m), 아메리카급(32m)보다 넓다.
이는 F-35B와 마린온 해상기동헬기를 포함한 함재기 운용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미 해군은 아메리카급을 만들면서 와스프급 강습상륙함보다 더 크게 설계했다.
미 해병대가 기존에 사용하는 해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보다 F-35B가 길이, 폭, 높이가 1m 정도 늘어났다. F-35B는 해리어보다 더 많은 종류의 항공무장을 탑재하고, 스텔스 성능 유지에 필요한 정비소요도 추가된다.
따라서 와스프급보다 항공기 격납고, 항공유 및 무장 보관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해군의 경항모도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연료와 물자 보관 능력이 크면 해상작전기간도 늘릴 수 있다. 군수지원함 소요를 다소나마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톤수로만 따지면 이탈리아가 제작중인 강습상륙함 트리에스테나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1세급 등과 유사한데, 이들 함정의 길이는 250m 미만이다.
결국 3만t이라는 숫자는 경하배수량(물품을 싣지 않은 상태)을 의미할 가능성이 크다. 화물을 실은 최대 중량인 만재배수량은 약 4만t에 달할 전망이며, 연구 및 설계가 진행되면 아메리카급과 유사한 수준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함재기 규모도 당초 20대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형식만 경항모일 뿐, 실제는 중형 항모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등 주변국의 견제 반발 가능성을 감안해 3만t이라는 숫자를 언급, 의도적으로 성능을 낮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독도함과 마라도함은 해외에선 강습상륙함으로 분류되지만, 해군은 대형수송함이라고 부른다.
일본도 오오스미 상륙함과 휴가, 이즈모 헬기모함 건조를 대외적으로 설명할 때, 실제 능력을 불확실하게 언급하거나 낮추기도 했다.
해군과 충남대가 주최한 경항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경항모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 안젤로 주립대 교수는 “경항모 도입 시 한국 해군의 작전 능력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길병옥 충남대 교수는 “경항모전단 건설은 국가안보 확립과 경제성장, 첨단 핵심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국방 뉴딜 정책”이라며 “국내 개발을 전제로 산업계 추산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35조8000억 원”이라고 밝혔다.
길 교수는 경항모 건조에 2조 원, 함재기 20대와 해상작전 헬기 8대 도입에 3조 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형전투기(KF-X)의 해군형 개조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항모착함 충격을 견디려면 사실상 새로운 기체를 개발해야 한다.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수리온이나 마린온 헬기 개발 당시처럼 해외에서 기술협력 파트너를 구해야 하는데, 전략 기술에 속하는 함재기 개발 기술을 이전할 나라는 많지 않다. 구식 기술을 비싼 값에 들여와야 할 수도 있다.
KF-X를 개조해도 문제는 남는다. 수직이착륙 기능이 없는 KF-X를 이륙시키려면 경항모에 사출기를 장착해야 한다. 이는 경사갑판 추가로 이어진다.
사출기와 경사갑판 추가는 건조비를 폭증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해군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군 당국이 F-35B를 염두에 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미사일 분야(5조원)도 마찬가지다. SM-3 같은 대탄도탄미사일은 이지스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공대함미사일은 F-35B에 장착할 수 있는 미국산이나 유럽산을 쓸 전망이다. 남은 것은 국산 해궁 함대공미사일뿐이다.
해군은 “지상비행기지는 북한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 등으로 피해를 입어 전쟁 초기 정상운용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으나 경항모 탑재 전투기들은 적 미사일 공격에서 생존해 효과적으로 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반론이 나온다. 공군기지가 피격돼 기능이 정지될 정도라면 부산, 제주 등 경항모가 드나들 주요 해군기지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자 보급 및 정비 역할을 맡을 군항이 미사일 공격으로 기능을 상실하면 경항모가 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활주로 복구훈련에 심혈을 기울이는 공군의 복구 및 작전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함재기로 적의 측후방을 공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해병대 상륙작전을 위한 해안 공습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적 내륙 타격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육군 현무 탄도미사일과 공군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해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도 내륙 타격이 가능하다. F-35B로 적지를 공습하는 것이 이들 무기보다 효과가 더 좋을지는 불확실하다.
경항모 도입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해군에 기대하는 것은 단순한 당위성이 아니다. 근거에 기반한 논리다. △경항모가 등장할 2030년대 국제 질서외 위협 전망 △예상되는 위협과 경항모의 상관 관계 △경항모 탑승 인력 수급 방안 △운용 계획 △예상 전투력 △무인기 등 미래 첨단 기술 접목 등이다.
기존 논리로 “서해 경계선을 넘나드는 중국 군함에 맞설 호위함 확보가 더 급하다”는 반론을 잠재울 수 있을까.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해군 관계자들과 국방과학기술 및 조선 종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연구를 해서 대국민 설득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다면 경항모 사업은 올해 말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 또다시 논쟁의 소용돌이에 직면할 것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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