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넘어간 '임성근 판사' 탄핵..쟁점은 '시간·중대성 위반'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들이 밀어붙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헌재가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판사 탄핵에 대해 어떤 선택을 내리느냐에 따라 이정표가 될 수 있는 만큼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임성근 퇴임까지 3주…물리적 시간 부족으로 '각하' 될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국회에서 가결된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접수했다. 탄핵 심판 사건은 전원재판부에서 심리하며, 헌재는 조만간 임 부장판사 측의 의견을 듣고 증거조사를 하는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사건번호(2021헌나1)도 부여됐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때와 달리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이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임 부장판사의 임기는 이달 말 종료되는데, 3주 안에 이러한 절차를 다 거쳐 결정을 내릴 수 있냐는 것이다. 실제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까지는 2달이,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까지는 3달이 걸렸다.
탄핵심판은 서면심리가 아닌 구두변론으로 진행되고, 당사자가 신청하면 증거조사도 할 수 있다. 임 부장판사 측은 전날 국회 탄핵안 가결 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절차도 생략한 채 의결됐다"며 "향후 헌재 탄핵심판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해 나가겠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때에는 국회의 국정조사나 특검 등이라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법사위 차원의 조사조차도 이뤄지지 않은 만큼 헌재 심리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임 부장판사 탄핵을 놓고 시각이 극명하게 갈린다. 판사 출신인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탄핵은 불법 및 부실탄핵"이라며 "탄핵요건에 맞는지 여부를 법사위에서 조사하고 본회의에서 보고를 받아야 하는데, 본인의 변명도 듣지 않고 인민재판식으로 해버렸다"고 비판했다.
반면 임 부장판사 탄핵소추안을 대표발의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tbs 라디오에 출연해 "판사는 공직의 하나일 뿐이다. 국민이 준 권한 위임의 조건을 자기가 위배했으면 언제든지 수거당할 수 있다"며 '이번 탄핵소추 절차를 밟은 취지는 판사 개인 한 명을 탄핵하는 데 있기보단 행위의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3주안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각하할 것이란 관측이 다수다. 임 부장판사의 사표 처리가 된 다음에 탄핵을 하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로서는 각하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본다"며 "탄핵은 공직에서 파면시키기 위한 것인데, 임 판사가 떠난 뒤에 내리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했다. 현직 한 부장판사도 "3주안에 헌재가 결정을 내리기에는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집중심리시에는 결정내릴 수도…'중대성 위반 여부'가 쟁점
다만 헌재가 이 사건을 우선적으로 집중 심리하면, 선고를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헌재는 법관탄핵 재판의 선례가 없고 국민적 관심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전담 재판연구관 태스크포스(TF)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헌재의 판단 기준은 전직 두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제시된 '중대성의 원칙'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앞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직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가'를 기준으로 삼아 노 전 대통령 탄핵은 기각, 박 전 대통령 탄핵은 인용했다.
범여권이 가결시킨 탄핵소추안에 따르면 탄핵소추 사유는 임 부장판사가 '세월호 7시간'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사건에 대한 재판에 관여해 판결문을 수정하고, 야구선수 A씨의 도박죄 사건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판 등에 관여해 사법권을 남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세월호 7시간' 사건에 대해 임 부장판사는 작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의 재판개입을 인정하면서도 "형사수석부장의 일반적인 직무권한 행위에 속한다고 해석될 요지가 없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야구선수 도박죄 공판절차회부 재판 관여도 가장 낮은 단계의 징계인 견책을 받아 종결됐다.
이를 놓고 보면 임 부장판사는 노 전 대통령 때처럼 탄핵이 기각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임 판사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의 경우와 유사하다"며 "노 전 대통령도 선거개입 의혹이 있었지만, 헌재는 파면시킬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고 판단했었다"고 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판결이 내려진 상황에서 판결문의 표현을 수정하는 일은 통상적으로 있어왔고, 또 형사수석부장은 판결에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자리"라며 "당시 직권이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고 했다.
다만 법관은 대통령과 달리 선출직이 아니고 다수라는 점에서 중대성의 원칙이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야권 일각에서는 시간이 촉박함에도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한 것은 친여(親與) 성향의 헌재가 시간 내에 인용 결정을 내릴 거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헌법재판관 9명 중 대부분이 문 대통령과 김명수 대법원장, 민주당 지명·추천으로 임명됐다. 이번 임 부장판사 탄핵 심판 사건의 주심 재판관에도 진보 성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이석태 헌법재판관이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권 서울대 법과대학 명예교수는 "설사 헌재가 임 판사 탄핵을 기각하더라도, 민주당으로선 이번 탄핵소추를 통해 판사들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전했다는 점에서는 목적을 달성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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