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한테 학대받던 아이는, 경찰서 대신 '편의점' 찾았다

이재은 기자 2021. 2.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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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지난달부터 나무젓가락·컵홀더를 활용해 장애인과 아동의 실종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매장내에서 사용되는 나무젓가락과 컵홀더 1만개에 경찰청 '안전드림' 애플리케이션 QR코드와 '실종자 발견시 경찰서로 연락달라'는 홍보문구를 넣은 것이다.

CU 근무자는 점포 내·외부에서 아동이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을 통해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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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플랫폼 '편의점', 24시간 열고 전국 5만개로 골목 곳곳에 위치..'사회 안전망'으로 기능
지난해 5월 경남 창녕에서 계부와 친모의 폭행을 피해 도망쳐 나온 C(9)양이 창녕 한 편의점에 있는 모습(사진 = 채널A 캡처, 뉴시스)

#지난 8일, 충청북도 청주의 한 편의점에 내복차림의 A군(5)이 들어섰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B씨는 깜짝 놀라 A군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A군은 "너무 춥다"며 "자고 일어나니 집에 엄마랑 아빠가 없었다"고 했다. B씨는 카운터 안 난로 옆에서 A군의 몸을 녹여준 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지난해 5월 경상남도 창녕, C씨는 초등학생 D양(9)을 발견했다. 진흙투성이 옷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는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C씨는 '가정폭력'임을 직감했다. D양의 얼굴과 손가락 등도 성치 않아보였다. 곧바로 근처 편의점이 보였다. C씨는 D양을 편의점으로 데려갔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던 E씨와 함께 C씨는 D양의 상처를 치료하고 식사를 챙긴 뒤 경찰서로 인계했다.

전국 5만개에 달하는 편의점이 지역사회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유통 플랫폼으로서 친숙하고, 골목 곳곳에 위치하고, 24시간 언제나 문이 열려있어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어서다. 편의점 업체들도 최근 주목받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차원에서 아동학대·가정폭력 피해자 보호와 실종 아동·장애인 찾기에 적극 나서는 등 사회적 역할 수행을 강화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GS25는 지난달부터 나무젓가락·컵홀더를 활용해 장애인과 아동의 실종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매장내에서 사용되는 나무젓가락과 컵홀더 1만개에 경찰청 '안전드림' 애플리케이션 QR코드와 '실종자 발견시 경찰서로 연락달라'는 홍보문구를 넣은 것이다. '안전드림' 앱에는 아동, 지적·자폐·정신장애인, 치매환자의 실종에 대비해 신상정보 등이 미리 등록돼있어 실종자가 발생할 경우 빠르게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

GS25가 이 같은 활동에 나선 건 생활밀찰형 플랫폼인 편의점을 활용할 경우 캠페인의 홍보효과가 배가될 것으로 판단해서다. GS25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생활 속에서 자주 매장을 찾고, 매장 내 소모품도 생활 속에서 밀접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객 주의를 환기시킬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편의점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어 다른 유통 업태에 비해 소비자 생활과 특히 밀접하다. 단순 식료품 구매를 넘어 택배, 픽업, 공공요금 수납, 하이패스 충전, ATM(현금인출기) 등의 생활 편의시설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공간으로 인식된다. 편의점이 전 연령대가 24시간 아무때고 편안하게 들릴 수 있는 '동네 사랑방'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성 덕에 편의점은 아동학대, 가정폭력 등 범죄 예방과 신고에도 실제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대 피해자가 학대로부터 도망치면서 24시간 열려있는 편의점에 구조를 요청하기 쉬워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은 본능적으로 밝은 불빛을 향해 가게 돼있다"며 "편의점은 골목 곳곳에서 24시간 운영하고, 피해자가 친숙하게 방문했던 공간이기에 '저곳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각 편의점엔 도난 방지를 위해 계산대 밑에 경찰과의 핫라인 버튼이 설치돼있기에, 긴급 상황시에도 경찰에 신고가 용이하다"고 덧붙였다.

편의점들도 이 같은 역할과 책임을 이해하고 최근 관련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CU는 지난해 계산대 포스기에서 운영 중인 전국 아동실종 예방시스템인 '아이CU'에 '아동학대 긴급신고 기능'을 추가 도입했다. CU 근무자는 점포 내·외부에서 아동이 학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목격했을 때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을 통해 바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GS25와 세븐일레븐은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운영 중이다. 아동안전지킴이집으로 지정된 점포는 학대아동이 편의점을 방문하거나 의심 사례를 발견하면 일차적으로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한 뒤 경찰에 인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GS25는 약 3000개 점포에서 아동안전지킴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세븐일레븐은 약 8000개 점포가 참여신청을 했다. 이마트24은 전국 매장 출입구에 '아동학대 신고 포스터'를 부착하고, 카운터 옆 계산대 모니터에 캠페인 이미지를 상시 노출한다.

전문가들은 편의점들이 이같은 사회적역할에 적극 나서는 것은 최근 국내외적으로 활발한 ESG 경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앞으로 관련 활동은 지속·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GS리테일, BGF리테일 등 편의점 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들은 지난해 S(사회공헌) 분야에서 B+ 등급을 받았다"며 "최근 ESG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기에 앞으로도 편의점들의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이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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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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