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받는 날까지 길고양이 사료 버린 그 사람..드디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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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일대에서 길고양이 급식소의 사료가 상습적으로 폐기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용의자인 70대 노인이 검거돼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처벌 과정까지 지켜본 캣맘 신춘숙(65)씨는 6일 연합뉴스에 "지난해 사료가 버려진 것을 발견할 때마다 신고했는데, 드디어 8개월 만에 처벌이 이뤄졌다"면서 "벌금 액수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처벌이 됐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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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 "경찰 수사로 범인 잡아 8개월 만에 판결..경각심 생기길"
(동두천=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지난해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일대에서 길고양이 급식소의 사료가 상습적으로 폐기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용의자인 70대 노인이 검거돼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고 처벌 과정까지 지켜본 캣맘 신춘숙(65)씨는 6일 연합뉴스에 "지난해 사료가 버려진 것을 발견할 때마다 신고했는데, 드디어 8개월 만에 처벌이 이뤄졌다"면서 "벌금 액수는 크지 않지만, 그래도 처벌이 됐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씨는 "범인이 경찰서 조사받으러 가는 날에도 길고양이 급식소에 일부러 들러 사료를 또 갖다버렸다"면서 "범행이 발각돼 앞으로 더는 사료를 버리지 못한다는 생각에 약이 올라서 그랬다는데, 그 얘길 듣자 선처할 마음조차 없어졌었다"고 덧붙였다.
'길고양이 급식소'란 먹이 그릇으로 인해 미관이 지저분하다는 등의 민원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 등에서 직접 설치한 시설물이다.
소요산 급식소도 동두천시에서 2019년 설치했으며, 사료를 갖다 놓고 관리하는 것은 지역에서 고양이들을 돌보는 신씨와 같은 '캣맘'들이 해왔다.
신씨에 따르면 소요산 급식소의 경우 하루에 사료 20㎏을 15곳에 분산해 두는데, 지난해 6월 급식소 절반에서 사료가 버려져 발견되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사료 그릇이 엎어져 있거나, 급식소 주변 계단이나 계곡 등에 사료가 뿌려져 있었다. 모두 길고양이들이 먹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전에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지만, 캣맘 경력 25년차인 신씨가 보기에 이번 상황은 특히 심각했다고 한다.
동두천경찰서는 신씨의 신고가 잇따르자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토대로 용의자의 대중교통 이용 내역을 확보해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A(76)씨를 검거했다.
신씨에 따르면 6개월 넘게 범행이 지속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증거가 확보되고 A씨도 인정한 것은 지난해 6월 5일과 23일 두 차례였고, 경찰은 A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의 거주지에서 지하철을 갈아타고 소요산으로 와 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범행 동기는 단순히 길고양이들을 싫어해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씨는 "비슷한 사건이 전국에서 자주 발생해 매번 신고되는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 검거가 됐다는 얘긴 들어본 적 없었다"면서 "경찰서 형사 몇 분이 CCTV를 열심히 찾아내 범인을 잡아줘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신씨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판사는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과 A씨가 모두 항소하지 않아 지난 4일 1심 판결이 확정됐다.
신씨는 "길고양이한테 직접 학대를 저지른 게 아니라, 급식소 사료 문제로 처벌까지 이어진 건 전국에서 아마 처음인 것 같다"면서 "8개월 만에 판결이 났는데, 이번 사례가 널리 알려져 경각심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고 했다.
그는 "길고양이 먹이 주기는 불법이 아니다"라면서 "사람은 하루 세 끼를 먹고 더 먹기도 하는데, 길고양이들은 겨우 한 끼 먹으러 왔다가 급식소가 훼손돼 있으면 굶주린 배를 채우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데, 제발 부탁이니 그냥 지나쳐가 달라"고 호소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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