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액티브] 화장품·세제·식료품도 충전..포장재 없앤 리필스테이션 가보니
(서울=연합뉴스) 신다현 인턴기자 = "포장에 쓰이는 플라스틱이라도 줄여보려고 집에서 빈 병을 가져왔어요."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정이현(가명·26)씨는 지난 2일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줄이려고 빈 용기에 내용물을 채워 구매하는 '리필스테이션'(refill station)을 찾았다고 했다.
정씨는 플라스틱을 분리 배출하더라도 재활용되는 비율이 낮다는 전문가 말을 듣고 플라스틱병을 재사용하기로 했다.
최근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리필스테이션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에 중구와 마포구 리필스테이션을 방문해 어떤 상품을 살 수 있으며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백화점 리필스테이션, 세제 향 맡아보고 구매…개인용기는 사용 불가
전날 국내 백화점 업계 최초로 리필스테이션을 선보인 A백화점 본점을 2일 찾았다.
지하 1층 슈퍼마켓 내 마련된 리필스테이션에서는 친환경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 내용물을 용기에 옮겨 담아 구매할 수 있었다.
정수기처럼 코크가 달린 대용량 제품이 낯설었지만 샘플을 이용해 향을 맡아볼 수 있는 점은 좋았다. 유칼립투스향, 제라늄오렌지향, 무향 3가지를 판매했다.
안내 직원으로부터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도 있었다.
마음에 드는 향의 세제를 고른 뒤에는 세제를 담을 전용 용기를 500원에 구매해야 했다.
용량과 품질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사탕수수로 만들어진 친환경 전용 용기를 이용해야 한다지만 가지고 간 개인 용기를 사용할 수 없는 점은 아쉬웠다.
세제는 전용 용기에 가득 차는 1ℓ 단위로 판매됐다. 용기를 포함한 세제 한 통 가격은 포함해 7천200원이었다.
유칼립투스향을 선택한 뒤 필요한 양을 주문하자 직원이 전용 용기에 세제를 채운 후 구입일과 세제 성분이 적힌 스티커를 붙여줬다.
A백화점 리필스테이션 관계자는 "리필로 구매할 수 있는 세제와 섬유유연제 모두 친환경 제품"이라며 "(전용) 용기가 100% 재활용되는 데다 디자인도 깔끔해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껍데기는 가라"…알맹이만 파는 합정동 리필스테이션
마포구 합정동에는 '알맹이를 판다'는 의미를 담은 리필스테이션 B상점이 있다.
B상점은 2018년 '제로 웨이스트'(zero-waste)를 표방하며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는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포장을 최소화해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캠페인이다.
클렌징 오일과 로션을 비롯한 화장품부터 올리브유, 페퍼론치노 등 식료품, 각종 차와 커피류까지 다양한 제품을 원하는 양만큼 판매하고 있다.
리필제품 가격은 1g 단위로 책정됐다.
A백화점과 달리 소비자가 가지고 간 용기를 사용할 수 있었다. 용기를 가져가지 못했다면 다른 이들이 기증한 용기를 500원에 사서 사용할 수 있다.
미리 준비해간 유리병을 상점에 비치된 살균건조기와 에탄올을 이용해 소독하고 저울에 올려 영점을 맞췄다. 1g당 30원인 컨디셔너 180g을 유리병에 담아 5천400원에 구입했다.
대용량 제품에 표기된 제조 일자와 유통기한, 성분을 용기에 기록함으로써 기본 정보가 부착된 용기 없이 내용물만 구매하는 리필 구매의 한계를 보완했다.
B상점 이모 공동대표는 "최대한 무 포장을 지향하고 있다"며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물건과 다회성 제품 위주로 구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리필 용기의 살균과 소독을 철저히 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이 더 확대되고 접근성도 좋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경 서울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기존에는 마트에서 리필 상품을 팔더라도 비닐 포장이 되어 있었다"며 "그러나 리필스테이션에서는 그러한 포장도 사용되지 않으므로 폐기물 감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김 활동가는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리필스테이션에 관심을 갖고 매장을 열고 있다"며 "이 범위가 점차 확대돼 일반 소비자들이 동네의 가까운 가게에서도 리필을 통해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shinda020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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