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아내 몰래 차린 오피스텔 게임방'..이혼 사유일까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게티이미지

아이 하나를 두고 둘째를 임신 중인 맞벌이 부부가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이혼을 고민할 정도로 화가 났습니다. 남편이 자신 몰래 오피스텔에서 월셋방을 구해놓고 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미리 말도 하지 않고 직장 앞의 오피스텔을 월세로 계약하고 게임을 해 온 남편에게 어이가 없어 당황한 아내의 사연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상대 배우자에게 상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부동산을 계약하는 등 재산 처분을 몰래 한 게 문제입니다. 이렇게 서로 상의하지 않은 채 고액의 보증금이 포함된 월세 부동산 계약을 몰래 체결한 경우,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요?

◇아내 몰래 오피스텔에 게임방 차린 남편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편이 아지트를 만들어 놓고 있었네요’라는 글이 처음 올라온 것은 지난 18일입니다. 이 글을 쓴 A씨에 따르면 사연은 이렇습니다.

첫째가 4살이고 현재 임신 중이라는 A씨는 맞벌이 부부입니다. 집은 용산이고 남편의 직장은 여의도, A씨 직장은 강남에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같이 적금이나 청약, 보험을 넣고 생활비는 공동으로 입금한 계좌에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용돈으로 각자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통장은 서로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지만 그동안 굳이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A씨가 어느 날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하는 사이트에서 통장들을 정리 하다 남편이 새로 만든 계좌를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 본 그 통장에는15만원씩 여러 명이 입금해주고 또 그 돈을 모아 60만원을 꾸준히 이체하는 내역이 있었습니다.

남편은 직장 소재 지역에 오피스텔을 구하고 회사 동료를 포함해 총 4명이 같이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컴퓨터 4대를 설치하고 게임방처럼 꾸며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고 놀았다는 겁니다. 보증금은 연말 성과급에서, 월세는 용돈에서 충당했습니다.

A씨는 남편이 그동안 집에 늦게 올 때마다 야근을 하는 줄 알고 진짜 일이 힘든가보다 하면서 걱정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랴, 집안일을 하랴 바빴지만 일이 바쁜 남편에게 말을 하지 않고 참기도 했습니다.

가끔 A씨가 회사로 야근하다 힘들면 먹으라며 배달 음식을 시켜줄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럴 때면 남편은 직장에 가서 음식을 들고 와 사진까지 찍어 보냈다고 합니다. 이렇게 A씨를 완벽하게 속여온 남편 때문에 A씨는 이혼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상의 없이 오피스텔 게임방 임대…부부간 신뢰 깨는 행위

보증금이 억대에 달하는 오피스텔을 배우자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계약한다는 것은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회사에서 지급한 성과급 액수를 속여 보증금을 내고 매월 월세를 내며 이중 생활을 해온 남편의 행위로 부부간 신뢰는 깨졌습니다.

아내 입장에선 더 이상 함께 결혼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맞벌이 부부로 살고 있는 이상 미리 협의해 결정한 각자의 용돈은 마음대로 사용해도 됩니다. 하지만 부동산 계약을 할 정도로 큰 금액이라면 부부간의 상호 의논은 필수입니다.

A씨가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면 민법 상 규정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해 실제 이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배우자가 마음대로 재산을 처분하거나 의논 없이 생활의 중요한 일들을 결정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경우엔 부부간의 신뢰가 깨져 더 이상 부부생활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유로 이혼을 할 수 있습니다.

글: 법률N미디어 송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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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경(변호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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