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차 전기차 3차 물량, 중국 CATL이 절반 쓸어갔다
현대차가 준비 중인 차세대 전기차의 배터리 3차 물량 중 절반 이상을 세계 1위의 중국 배터리 업체인 CATL이 수주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2023년 이후 출시되는 전기차 3차종에 달 배터리를 입찰했으며 이 중 2차종을 CATL이 수주했다. 나머지 하나는 SK이노베이션이 가져갔다. CATL에 배정된 배터리는 3차 물량의 50~60%를 차지하고, 2023년 출시 후 5년간 판매가 누적되면 최대 매출이 10조원까지 예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차 입찰에선 SK이노베이션, 지난해 2차 입찰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선정됐다. 현대차가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여러 업체를 골고루 택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3차 물량에선 CATL가 두 차종을 휩쓸며 사실상 압승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CATL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데다 기술력도 오히려 한국 기업에 앞선다는 평가도 있다”고 말했다.
CATL은 중국 정부 당국의 전폭 지원을 등에 업고 2017년부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자국 배터리 업체를 쓴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해오다가 작년에야 LG와 SK 배터리 탑재 전기차에도 보조금을 주기 시작했다.
CATL은 최근 대대적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일(현지시각) 최대 290억위안(약 5조원)를 투자해 지난해 109GWh(기가와트시)이던 생산 능력을 2023년 3배로(336GWh) 늘리고, 2025년 말 5배(500GWh), 2030년 말 6배(600GWh)로 늘린다는 것이다. 중국뿐 아니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주요 생산 기지인 유럽에도 공장을 짓고 있다. CATL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마다 매출의 7%를 연구 개발에 쏟아붓는 동시에 각종 수주전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물량을 싹쓸이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충격적 결과”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K, LG, 삼성 등 그룹 총수들이 직접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만나며 배터리 수주를 지원했지만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에 공장을 짓고 있는 CATL이 현대차와 유럽 현지 자동차 업체들을 공략하면 국내 기업들이 상당히 힘들어진다”면서 “CATL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세계 통신 장비 업계를 장악한 화웨이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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