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복동 할머니 배상금, 정대협이 받게 돼 있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재판에서 승소하면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 김 할머니 몫의 승소 금액을 가져가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정대협이 당초 김 할머니의 ‘소송 수계인(受繼人)’으로 지정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소송 수계인이란 당사자가 재판을 계속할 수 없을 때 그 지위를 이어받는 사람이다. 소송은 2016년 시작됐는데 2019년 김 할머니가 사망하면서 정대협이 소송 수계인으로 참여했다.
해당 소송은 지난 2016년 말 김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20명이 일본 정부에 30억원 손배소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4년이 지나도록 1심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달 다른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2억원 손배소 사건의 1심에서 승소하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은 일본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김 할머니 등이 제기한 소송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본지가 확인한 이 사건 재판 정보에는 숨진 김복동 할머니의 ‘소송 수계인’으로 ‘사단법인 정대협’이 기재돼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이런 경우, 일반적으로 당사자의 승소 금액은 곧바로 소송 수계인에게 간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대협은 현재 해산돼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대협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년 동안 대표를 지낸 단체로, 윤 의원은 업무상 횡령과 준사기 등 8가지 혐의로 작년 9월 기소됐다. 그중에는 윤 의원이 김복동 할머니의 장례식 조의금 등 각종 모금액 3억3000여만원을 개인 계좌에 넣고 그중 일부를 사용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윤 의원에겐 정대협 간부·직원들과 공모해 공공 보조금 3억여원을 부정 수급한 혐의도 적용됐다.
윤 의원 비리의 ‘창구’였다는 비판을 받던 정대협은 작년 8월 총회 의결로 해산했다. 지금은 잔여 재산을 계산하고 처분하는 청산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만약 청산 절차가 완료돼 ‘사단법인 정대협’이 사라진 뒤에 승소 판결이 나면 김 할머니 몫의 승소액은 누가 가져가게 될까.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명시적 법조항은 없다”면서 “법리적으로는 사건 변호인들이 이미 해산된 정대협 책임자들에게 연락해 승소액을 고지하고, 정대협 관계자들은 그 돈에 대한 청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승소하더라도, 법원이 국내의 일본 정부 재산을 찾아 처분해 손배금을 지급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여기엔 한·일 관계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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