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만 있나, 586도 있다"..與 '제3후보' 잠룡은 누구?
정치 행보 시동 임종석.."민주당원의 역할 최선"
이인영·이광재 주목..남북 관계, 재보선 역할 변수
97그룹 박용진·박주민도 두각..'유보층 40%' 잠재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여권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독주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이른바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약동하는 모양새다.
친노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이 제3후보로 586세대를 거명하며 '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86그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변수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노 유인태 "이재명 대세 아직 몰라…586 나온다"
노무현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 전 의원은 5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세론에 대해 "(대선까지) 1년 넘게 남았는데 무슨 큰 흐름이라고까지"라면서 고건, 반기문 등 과거 선두주자의 사례를 거론한 뒤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나아가 여권 내 제3후보로 "나는 좀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러니까 소위 586세대들이 아마 이번 지방선거 끝나면 꽤 여럿이 아마 대선 레이스로 등장하지 않을까 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후보군을 거명하지는 않으면서도 '86 주자로 인해 판이 흔들릴 것이라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같은 날 한국갤럽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이 지사가 27%를 얻어 이낙연 민주당 대표(10%), 윤석열 검찰총장(9%)을 큰 표차로 앞선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대권 구도의 변화를 점친 것이다.
정치행보 시동 임종석…"민주당원의 역할 최선"
86그룹 중에선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최근 정치행보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총선 불출마 후 '통일운동에 전념하겠다'면서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왔지만 임기말 문재인 정부가 악재를 만날 때마다 엄호사격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들인 뒤 페이스북에 "대통령께서 외롭지 않도록 뭔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담벼락에 욕이라도 시작해보자"고 공분을 표시했다.
탈원전 정책 위법성 감사에 착수한 감사원에 날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오는 4·7 재보궐선거에선 서울시장에 출마한 같은 86 그룹의 우상호 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총선 때 지원유세를 한 것처럼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임 전 실장 측 관계자는 뉴시스에 "설 이후 방역 상황이 풀리면 맡고 있는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의 밀렸던 업무협약들을 계속 진행하려 하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원으로서 지난 총선처럼 해야할 일이 주어진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과 가까운 한 여당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최근에 임 전 실장을 만나보니 고심이 깊은 모양"이라며 "주변에서 대선에 나서라는 권유가 많이 나오고, 문재인 정부에 대한 책임감으로서 자신이 그냥 뒷짐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어보였다"고 전했다.
이인영·이광재 주목…남북 관계, 재보선 역할 변수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주목받는 주자다. 김근태계(GT)로 친노·친문과 결이 달랐지만 여당 원내대표를 지낸 데 이어 문재인 정부 장관으로 기용되며 수용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86그룹 맏형으로 꼽히며 당내 지지 기반도 탄탄하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당 정치인 출신으로서 내년은 정권 재창출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며 "내가 나를 던져서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그거는 그것대로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현직 장관으로 운신의 폭이 제한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더욱이 장관 취임 이후에도 남북미 관계가 여전히 답보 상태다. 이 장관 본인도 인터뷰에서 대선 역할론을 언급하면서도 남북관계 교착 해소가 우선이라고 전제했다.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지난달 28일 kbc 광주방송과의 특별대담에서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친노 핵심으로, 함께 청와대 생활을 한 동료 의원그룹의 신망을 받고 있다.
십여년 가까운 야인생활 동안 정책통으로 갈고닦은 실력은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을 맡으며 빛을 발했다. 친문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에 가입한 것도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이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뉴시스에 "처가집이 부산인 만큼 재보선에서 부산이나 서울 선거를 도울 것"이라며 "선거공간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했다.
97그룹 박용진·박주민도 두각…'유보층 40%' 잠재
한 세대 후배인 97그룹(70년대생·90학번)에서도 잠룡이 속속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재선 박용진 의원은 일찌감치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그는 '유치원 3법'과 삼성 등 대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비롯한 재벌개혁에서 목소리를 높여온 대표적 진보 주자다. 동학 개미들의 관심사인 공매도 금지 재연장도 적극 주장했다. 지난달 20일 광주를 찾아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분명히 하기도 했다.
박주민 의원은 친문 지지층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해찬 지도부 시절 최고위원 중 1위로 당선됐고,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괄목할 성과를 냈다. 2040 의원 모임의 맏형으로 꼽힌다. 최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대선주자로 '깜짝' 포함되기도 했다.
이처럼 여권발(發) 제3후보론이 여전한 것은 친문 주류 후보가 딱히 부상하지 않는 점과, 본격적인 대선국면 돌입 전까지 다수 여론이 관망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날 한국갤럽 조사에서 자유응답 형식으로 다음번 대통령감을 묻는 질문에 40%는 특정인을 언급하지 않고 유보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대선판이 본격적으로 깔리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는 결국 인기투표이고, 여기에 열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정치 고관심층"이라며 "대부분은 '아직은 아니지' 하며 유보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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