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간 차단벽'과 쇠사슬로 대법원 출입문 막은 김명수

2021. 2. 6.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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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김명수 대법원장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사현관에서 방호원들에게 저지당하자 입구 바닥에 앉아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0여분 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의 안내로 청사안으로 들어갔다. / 장련성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을 항의 방문한 야당 의원들이 30분 가까이 대법원 청사로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대법원 측은 청사 출입문에 채운 쇠사슬도 모자라 방호원들로 인간 차단벽까지 세웠다고 한 의원이 소셜미디어에 알렸다. 대법원장은 임성근 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해 헌정 사상 최초로 일선 판사를 탄핵한 정권의 조연 역할을 했다. 그래놓고 ‘탄핵 때문에 사표 수리 못 한다고 한 적 없다’는 거짓말까지 했다. 의원들을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의원들이 현관과 복도 바닥에서 1시간쯤 연좌 농성한 끝에 대법원장실에 들어갔지만 대법원장은 사퇴한다는 말은 끝내 안 했다고 한다.

김 대법원장이 15분 동안 만나면서 사실과 다른 말을 또 했다고 의원들은 전했다. 대법원장이 ‘임 판사가 재판을 받고 있어 사표 수리할 수 없었다’고 했는데 관련 규정에는 그런 경우에도 사표를 받을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반박했더니 대법원장이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거짓말을 덮으려고 또 거짓말을 했다면 할 말이 없다.

김 대법원장은 임 판사에게 “나도 탄핵이 현실성 있다거나 탄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사표를) 수리해버리면 (민주당이) 탄핵 이야기를 못 한다”고 했다. 법률가로서 정권이 강행하는 판사 탄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그 탄핵에 가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장으로 자리보전만 할 수 있다면 후배 법관을 억지 탄핵에 넘기는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대법원장 취임할 때 “법관 독립 침해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겠다”고 했던 것은 순전히 빈말이었다.

헌법재판소도 임 판사 탄핵 사건의 주심으로 민변 회장 출신이며 세월호 관련 단식 농성을 한 이석태 재판관을 지정했다고 한다. 정부, 국회, 대법원과 헌재를 모두 장악한 정권의 폭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이제는 판사들을 향해 ‘정권 불법 사건 재판 잘하라'고 겁박까지 한다. 임 판사 사법연수원 동기 140명이 정권의 무도함을 비판하고 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했지만 듣지도 않을 것이다. 이번에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만 이기면 모든 문제를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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