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연구로 류머티스 치료 효율 높인 자가면역 전문가
○ 류머티스와 퇴행성 질환 구분해야
성 교수 환자의 60% 정도는 류머티스 관절염이다. 류머티스 관절염과 퇴행성 관절염의 차이는 뭘까. 성 교수는 “두 질병의 구분은 쉽지 않다. 증세를 종합 검토한 후에 최종 진단을 내린다”고 말했다. 다만 개괄적인 자가 진단은 가능하다.
두 질병 모두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통증의 양상은 좀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졌을 때 통증이 나타난다. 가만히 있거나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통증이 없을 수 있다. 다시 걷거나 손과 팔을 쓰기 시작하면 통증이 나타난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정반대다. 비정상적인 면역 반응으로 인해 생긴 염증이 통증의 원인이므로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는 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움직일 때가 아니라 가만히 있거나 멈췄을 때 통증이 생긴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 순간 허리에 극심한 통증이 나타날 수도 있다.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대도 다르다. 퇴행성 관절염이라면 일을 끝낸 저녁 이후에 아플 때가 많다.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이라면 자고 일어난 아침 시간대에 통증이 더 심하다.
아프거나 붓는 관절의 위치도 약간씩 다르다. 손가락을 예로 들자면 퇴행성 관절염일 때는 손가락 마디 끝 부분이 주로 아프다. 반면 류머티스 관절염은 손가락 마디의 중간 부위와 손가락과 손등이 연결되는 부위가 주로 아프다.
퇴행성 관절염이라면 관절 부위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일을 줄여야 한다. 류머티스 관절염이라면 일단 염증을 가라앉히면 통증이 약해진다. 이 단계에서 환자들이 치료를 소홀히 하기 쉽다. 성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은 치명적인 합병증의 우려가 있기 때문에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뼈엉성증과 폐 섬유화 합병증 연구”
성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의 가장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뼈엉성증(골다공증)과 폐 섬유화(폐가 딱딱해지는 병)를 꼽았다. 성 교수는 이 합병증에 대한 역학 연구를 여러 차례 진행했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처방한다. 문제는 적은 양만 쓰더라도 골절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201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활용해 이를 증명했다. 당시 13만8000명의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를 분석해 보니 68%가 스테로이드를 쓰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이 환자들이 하루에 7.5mg 이상의 스테로이드를 쓸 때 골절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성 교수가 분석해 보니 2.5mg 이상만 쓰더라도 골절 위험이 높아졌다. 이런 식으로 6개월 동안 약을 쓰면 골절 위험은 1.5배 증가했다.
성 교수는 “가급적 치료를 빨리 끝내 스테로이드 약물을 끊는 게 최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스테로이드를 써야 한다면 골절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이후 심평원은 골다공증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 기준을 하루 기준 7.5mg에서 5mg으로 낮췄다. 성 교수의 연구를 간접 반영한 것이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3550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폐 섬유화 진행 정도도 연구했다. 그 결과 류머티스 관절염의 합병증으로 폐 섬유화가 진행될 경우 사망률은 8배로 높아졌다. 성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2∼5%가 폐 섬유화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두 질환의 상관관계를 실제 데이터로 규명한 것은 성 교수가 처음이다.
○루푸스 꾸준한 치료 필요
루푸스 환자도 성 교수를 많이 찾는다. 이 병은 장기, 관절, 피부 등에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자가면역 질환이다.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 환자의 50∼60%는 콩팥(신장)으로 병이 번지는데, 이를 루푸스 신염이라고 한다.
20대 초반 환자가 이 병에 걸릴 경우 5∼10%는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성 교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가도 일상으로 돌아간 환자들이 더 많다. 투병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10년 전 찾아왔던 당시 20대 초반의 여성 A 씨 사례를 들었다. 단백뇨 수치는 보통 200mg 이하를 정상으로 여긴다. A 씨는 1만 mg을 넘겼다. 폐에도 물이 찼고, 체중은 10kg 이상 불어나 있었다. 심각한 상태였다.
성 교수는 강력한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를 동시에 투여했다. 이후 기나긴 투병이 이어졌다. 다행히 A 씨 상태는 점점 좋아졌다. 마침내 결혼도 하게 됐다. A 씨는 임신을 원했다. 치료를 시작하고 만 5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임신을 위해 면역억제제를 끊었다. 성 교수는 “상태가 좋아지고 5년 정도 경과하면 상황을 보고 면억억제제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순조롭게 아기를 출산했다. 요즘도 A 씨는 3개월마다 성 교수를 찾아 몸 상태를 체크한다. 성 교수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병이지만 50세를 넘어서고 폐경 이후가 되면 사실상 완치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은 여성 호르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성 교수가 권하는 관절건강법 근력 유지하며 체중조절… 금연으로 폐 섬유화 막고 정기적 치아 스케일링을 |
류머티스 관절염이 유전될 확률은 30∼50%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성윤경 한양대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실제 확률은 이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했다. 성 교수는 유전적 요인보다는 환경적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이를테면 식습관과 생활 패턴이 비슷하면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유전적 요인을 탓하기보다는 관절 건강부터 챙길 것을 주문했다. 그는 크게 세 가지를 권했다. 첫째가 체중 조절이다. 과체중 상태가 되면 특히 무릎 관절이나 발목에 퇴행성관절염이 생기기 쉽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에게도 과체중은 병을 악화하는 요인이 된다. 성 교수는 “체중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적당한 근력을 유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둘째는 금연이다. 성 교수는 “흡연은 류머티스 관절염과 연관된 항체가 만들어지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 항체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난 후 류머티스 관절염을 유발할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 중에서 폐 섬유화 합병증이 나타나는 경우에는 흡연과의 연관성이 더욱 크다. 성 교수는 “간접흡연도 질병 유발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족 모두 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는 구강 위생이다. 성 교수는 “류머티스 관절염의 발생이 치주염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의 경우 젊은 나이에 치주염이 생기고 치아까지 심하게 손상될 때가 많다. 또 구강 건조를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인 셰그렌 증후군에 걸릴 확률도 정상치보다 10배 높다. 성 교수는 특히 류머티스 관절염 환자라면 정기적으로 치아 스케일링을 받을 것을 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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