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 '줌'에 모여 차례.. 정성 깃들이면 조상님도 '흐뭇'
온라인으로 만나 차례-안부인사
드라이브스루 문안-대리 성묘까지.. 작년 추석부터 비대면 예법 확산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본질.. 상황 맞는 표현 방식 만들면 돼" 中>
‘줌’ 차례… 드라이브스루 성묘… 언택트 설, 마음은 한자리에
다가오는 설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야 하는 마음은 안타깝고 쓸쓸하다. 특히 이번 설에는 직계 가족이라도 5명 이상 모일 수 없어서 더욱 그렇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면 지난 추석에 사상 첫 ‘언택트 명절’을 경험하면서 비대면으로 정을 나눌 수 있는 노하우가 생겼다는 점이다. 온라인 차례부터 드라이브스루 성묘에 이르기까지,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마음은 함께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들을 찾아봤다.
부산에 사는 김지영 씨(40·여)는 지난달 시아버지 제사를 온라인으로 지냈다. 원래는 시어머니와 4남매 가족이 모여 제사를 지내는데, 시어머니가 모이지 말자고 하셨기 때문이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도 못 만나 서운해하는 가족들을 위해 ‘랜선 제사’를 제안했다. 다들 자녀의 온라인 수업으로 ‘줌’에 익숙해진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큰집에서 제사상을 차리되, 각자 집에서 원하는 대로 과일이나 술 등을 곁들였다. 김 씨의 세 자녀는 ‘할아버지 편히 주무세요’라고 쓴 밤하늘 그림을 그려 상에 함께 올렸다. 김 씨는 “지난 추석에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지나갔는데 이번에는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다들 웃음이 터졌다”면서 “서로 ‘제사에 이렇게 웃어도 되느냐’고 할 정도로 반갑고 좋았다”고 말했다.
○ 온라인으로 흐르는 예와 추모
경기 성남시에 사는 60대 A 씨는 지난 추석에 ‘줌(Zoom)’을 활용해 차례를 지냈다. 평소 명절이나 기일에는 서울에 사는 두 동생 가족이 A 씨 집으로 찾아오지만 언택트 명절을 위한 조치였다. 화면 너머 가족들이 “아버지 좋아하시던 보쌈 좀 많이 집어주세요” “술 한잔만 더 올려주세요”라고 말하면 A 씨는 젓가락으로 보쌈을 집고 술을 따르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A 씨는 “제사를 준비하는 정성과 마음가짐은 예전 방식이나 온라인 방식이나 똑같았다”며 이번 설 차례도 이렇게 지내겠다고 했다.
온라인 성묘도 호응이 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추석을 앞두고 마련한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에는 9월 20일부터 10월 4일까지 약 23만 명이 몰렸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난 추석 때 100곳 정도 이용할 수 있었던 온라인 추모공원은 1일 기준 346곳으로 늘었다.
인천가족공원이 선보인 가상현실(VR) 추모 서비스는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8일부터 21일까지 운영된다. 공원 입구 도로부터 VR로 구현돼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납골함이 안치된 장소에 찾아가 차례상을 차리는 듯한 모든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 ‘드라이브스루 문안’에 ‘대리 성묘’도 가능
외부인 출입이 금지된 지 오래인 요양병원들은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인사를 건네거나 음식을 전하게 하는 추세다. 울산 이손요양병원은 지난 추석 때 차를 타고 온 가족들이 차창으로 명절 음식을 건네면 병원 직원들이 건네받아 병동에 전달했다. 400명이 입원한 이곳에 추석 연휴 5일간 배달된 음식 꾸러미는 165개. 이모 씨(83)는 “아이들이 만든 음식을 받으니 나를 잊지 않았구나 싶어 좋았다”고 말했다.
성묘 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양재혁 씨(54)는 지난 추석 문중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제안했다. 예년에는 차량 몇 대에 빽빽하게 타고 다같이 선산으로 이동한 것과 달리, 각 집마다 차를 따로 타고 차에서 내려 묘소를 찾는 사람도 최소화했다. 경남 밀양추모공원도 지난 추석에 드라이브스루 성묘를 선보였다.
경기 양평군 국립하늘숲수목원에 아버지와 장인을 수목장으로 모신 김동주 씨(59)는 지난 추석 때 ‘대리 성묘’를 했다. 코로나19로 방문 자제를 권한 수목원 측의 제안에 따른 것. 수목원 측이 나무의 문패, 수목 주변 정리, 헌화 장면 등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내줘 큰 위안을 얻었다. 울산 남구의 정토사는 사찰에 위패를 모신 200여 명의 추석 합동차례를 대리 진행하고 유튜브로 전달했다. 유족들은 이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채팅창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김기윤 pep@donga.com·이소정·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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