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파문 김명수, 법원 내부도 집단 반발

김수민.김기정.박현주 2021. 2. 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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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당할 사람 임성근 아닌 김명수"
임 판사 연수원 동기 147명 성명
김종인 "거짓의 명수 거취 결단을"
김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묵묵부답
5일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대법원을 방문한 국민의힘 탄핵거래 진상조사단 장제원·김기현·유상범 의원(왼쪽부터)이 보안직원들에 의해 출입이 막히자 바닥에 앉아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임성근 부장판사의 탄핵을 둘러싸고 법원 안팎에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법연수원 17기는 5일 내놓은 성명을 통해 “범여권 국회의원들이 임 판사를 탄핵하려고 하는 이유는 (중략) 최근 행해진 몇몇 판결들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대법원장은 자신이 지켜야 할 판사를 보호하기는커녕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고 거짓말까지 했다”며 "탄핵당해야 할 사람은 임성근 판사가 아니라 김명수 대법원장”이라고 비판했다.

17기는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다. 전체 300여 명 중 200여 명이 가입한 온라인 단체대화방에 이런 내용의 성명이 올라왔고, 이날 오후 9시까지 147명이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번 성명은 사법연수원 17기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주도했다. 김 전 협회장은 “성명에 동참한 이들 중에는 현직 판사도 일부 포함돼 있어 실명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 독립을 누구보다도 수호해야 할 대법원장이 정치권 눈치를 본 것은 큰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임 부장판사가 폭로한 녹취록에서 김 대법원장은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를 수리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냐”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 하지만 전날 김 대법원장은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루도 안 돼 거짓말이 탄로나면서 김 대법원장은 정치적 중립과 삼권분립 위반, 거짓말 논란 등에 휩싸였다.

법원 내부에서도 실명 비판이 이어졌다. 윤종구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날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서 “법관의 직에 들어오고 나아가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라며 “기본권을 제한하려면 헌법적 정당성이 있어야 한다”고 적었다.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정치적 상황’을 언급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의를 거절한 것에 대해 헌법상 권리를 들어 비판한 셈이다. 정욱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역시 전날 법원 내부망에 “내 편이 아닌 사람을 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싶어하는 외부 정치세력에 휘말려 자중지란을 벌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대법원장 비판에 가세했다.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김도읍·장제원·전주혜·유상범 등 ‘탄핵거래 진상조사단’ 의원들은 김 대법원장과 면담 자리에서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 대법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조사단 측은 “사실상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자청해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결단하지 않을 경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강력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거짓의 명수” “피노키오 대법원장” 같은 비난도 쏟아냈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급하게 탄핵소추 논의가 진행되면서 사법농단 법관들의 반헌법적 행위가 시간을 갖고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며 "국회는 이제서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는 논평을 냈다.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상태다. 주심은 이석태 재판관이 맡았다.

김수민·김기정·박현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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