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주독미군 감축 중단, 전 세계 미군 재배치 검토"

박현영 2021. 2. 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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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주한미군 조정 가능성 일단 배제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도 재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추진한 독일 주둔 미군의 감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미군 배치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전 세계 미군 재배치에 관한 검토를 주도할 것”이라며 “검토가 진행되는 동안 주독미군 철수와 관련한 모든 계획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미군 주둔이 미국의 대외 정책과 국가 안보 우선순위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국무부 방문은 취임 후 첫 정부 부처 방문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6개월 앞둔 지난해 7월 주독미군을 3만6000명에서 2만4000명으로 1만2000명 감축하기로 했다며 이를 독일에 일방 통보했다. 독일이 방위비를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때문에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한국에서도 미군을 감축하려 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군 철수 명령에 제동을 걸면서 주한미군 재조정 문제도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 주둔과 관련해 “동맹을 협박하거나 갈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다. 이날도 “동맹은 우리의 가장 큰 자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전 세계 미군 재배치 계획의 결과에 따라 향후 주한미군의 역할이나 규모가 조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한·미 양국은 5일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8차 회의를 화상으로 열었다. 지난해 3월 미국에서 7차 회의를 한 뒤 11개월 만에 협의를 재개한 것이다. 당시 양측은 2020년 분담금을 2019년 분담금(1조389억원)에서 13%가량 인상하는 방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은 이날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발언에서도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임자와는 매우 다른 방식을 취할 것”이라며 “우리 선거를 방해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며, 자국민을 독극물에 중독시키는 등 공격적 행동에 대해 그냥 넘어가는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경쟁 속 협력’을 내세웠다. “중국의 공격적이고 강압적인 행동, 인권과 지식재산권에 대한 공격에 맞설 것이지만 미국에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는 함께 일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다.

취임 후 첫 방문 부처로 국무부를 택한 의미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가 대외 정책의 중심으로 돌아왔다”고 선언하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역설했다. 국무부 직원들을 향해서도 “이 정부는 여러분을 표적으로 삼거나 정치화하는 게 아니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를 꾀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무부를 연설 장소로 잡은 건 우연이 아니다”며 “미국의 국가안보 전략은 외교가 이끌게 될 것이란 분명한 메시지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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