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문화센터 짓고, 유기동물 입양비도 지원

최은혜 2021. 2. 6.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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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가구 26% 껑충
놀이터·캠핑장 등 속속 운영
'반려 친화 도시·동네' 공들여
지자체 현장 전담 인력 확대
유기동물 구조, 학대 방지해야

동물복지 팔 걷은 지자체
동물복지 메인 이미지
울산에 사는 박다인(39)씨는 최근 반려견 ‘고순이’와 함께 주말마다 찾아가는 곳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반려동물 문화센터 ‘애니언 파크’다. 울산시 북구에 위치한 이곳은 널찍한 공간의 반려견 놀이터와 운동장, 가족쉼터 등이 있고 배변봉투와 강아지용 음수대 등을 갖추고 있어 고순이를 데리고 주말 나들이를 하기에 좋다. 반려동물 간식과 각종 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상점,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박씨는 “고순이가 목줄을 풀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무척 반가웠다”며 “다만 입장료가 사람과 반려견 각 6000원으로 시에서 운영하는 시설치고는 비싼 편이라는 점은 불만”이라고 말했다.

배변봉투·강아지용 음수대 등 갖춰

울산시는 111억 이상을 들여 민간위탁시설로 지은 애니언 파크를 지난해 9월 개관하면서 ‘반려 친화 도시’를 조성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내 주요 관광지에 반려견 배변수거함을 설치하고 ‘펫존(Pet Zone)’을 지정해 반려편의시설을 구축해 나가는 등 반려관광산업 촉진에 적극 나선다는 구상이다. 앞서 경북 의성군에도 지난해 6월 반려동물 문화센터 ‘펫월드’가 들어섰다. 펫 카페와 반려동물 전용 수영장, 실내·외 놀이터, 캠핑장 등이 있는 이 시설에는 부지매입비와 사업비 등 총 119억 여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강원도 평창군 역시 동물의료센터와 애견호텔 등을 포함한 반려동물 관광테마파크를 조성 중이고, 춘천시도 반려동물 놀이터 개장을 앞두고 있다. 대전시도 218억원을 투입해 내년 준공을 목표로 유성구 금고동에 반려동물공원을 조성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9월 반려동물 문화센터 ‘애니언 파크’를 개관했다. [뉴스1]
지방자치단체들이 이처럼 반려동물 관련 시설을 확충하는 데 나선 것은 점차 늘어나는 반려인구를 겨냥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9년 26.4%로 늘어났다. 지자체들은 문화센터나 테마파크 같은 시설을 짓는 것 외에도 ‘펫티켓’ 교육이나 돌봄 서비스 제공 등 반려동물 친화적인 정책을 앞 다퉈 마련하고 있다. 경기도·광주광역시·서울시·울산시·인천시 등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치료자를 위해 반려동물 임시보호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자가격리 가구에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배변패드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서초구는 명절이나 휴가철에도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는 돌봄 쉼터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반려동물 문화교실을 운영한다.

반려동물의 증가와 함께 늘어난 유기동물 문제도 심각해졌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의 수는 2017년 10만2593마리에서 2018년 12만1077마리, 2019년 13만5791마리로 계속해서 증가했다.

전주엔 국내 첫 유기동물 재활센터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에 따라 유기동물 입양을 지원하거나 길고양이 중성화 및 급식소 사업을 추진하는 지자체도 많아졌다. 전주시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유기동물 재활센터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센터는 구조된 뒤 열흘의 공고기간이 지나도록 입양되지 못한 유기동물을 이송 받아 기본 훈련과 사회적응 훈련, 미용 등을 거쳐 입양자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는 사람에게는 예방접종 등 입양비용을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하고 반려동물 관련 법령과 펫티켓 등을 교육한다. 2019년 동물복지 전담부서를 신설한 전주시는 길고양이 급식소를 늘리고 중성화 비율 70% 이상을 목표로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도 나섰다. 전국의 길고양이 중성화 건수는 2017년 3만8059마리에서 2019년 6만4989마리로 늘었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곤 하는 동물학대 등 해마다 증가하는 동물 관련 범죄를 다루는 일에도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경의 수사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단속과 조사 권한이 있는 동물전담 특별사법경찰(동물보호 경찰)을 지자체 산하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7년 12월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동물보호 감시원에게 사법경찰의 권한을 부여하는 법적 근거는 마련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동물보호 특사경이 존재하는 지자체는 경기도뿐이다. 경기도의 경우 민생사법경찰단에 동물보호를 담당하는 팀이 있는데, 사실상 여러 분야 수사를 병행하고 있어 전담팀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려인구가 늘고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동물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 지자체의 동물복지 전담 인력은 지난해 130명 늘어나 현재 지자체당 1.1명 수준이다. 시·군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는 2019년 기준 서울 1곳, 경기 4곳 등 총 39곳에 불과하다. 김지현 농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중앙부처가 제도와 정책을 입안하지만 결국 현장에서 얼마나 잘 작동되는지는 지자체의 역할이 크다”면서 “인력 확보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직접 협의하는 등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 “반려·비반려 동물간, 지자체간 복지 양극화 심해”

이형주
지방자치단체들이 동물복지 정책 마련에 나서는 데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지나치게 반려동물 편의에 치중돼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짓는 반려동물 문화센터에는 미용실·장묘업체 등 민간업체가 입주해 수익사업 위주로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형주(사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이미 복지 수준이 높은 반려동물을 위해 편의시설을 짓는 것이 ‘동물복지’를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번식장이나 개농장 동물, 전시동물, 묶여 사는 시골개 등 최소한의 복지도 확보되지 않은 동물들이 여전히 많은데 정작 이런 동물들을 위한 예산은 많이 쓰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물복지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그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선거 때마다 나오는 동물복지 공약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편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투표를 하는 게 동물이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문화센터나 테마파크 건립의 주된 목적은 관광객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 ‘동물복지’의 의미와는 무관한 것들이에요. 정책 방향 설정에 있어 동물복지의 개념을 제대로 정립할 필요가 있습니다.”

같은 예산이라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동물들을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의견이다. 그는 “지자체 직영 동물보호센터가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인도적인 관리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9년 기준으로 직영 동물보호센터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는 부산·대구·인천·광주·울산·세종 등 6곳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이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을 위주로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동물보호관리센터가 동물 관련 민원을 처리하고 유실·유기동물 구조와 입양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자체의 동물보호 담당 부서와 유기동물보호소를 합친 기능을 하는 셈이죠. 부상 동물 구조나 학대 행위 단속 등에도 사법권을 갖고 적극 개입합니다. 세부 조항을 꼼꼼하게 명시한 동물보호조례를 제정하고, 위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 교육도 실시하고요.”

우리나라는 동물보호 전담 인력이 부족해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기도 힘들 뿐더러 수사권이 없어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진단이다. 그는 “제도와 인력을 보강하고 지자체간 편차도 상향평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혜 기자 choi.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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