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회식 대신 '홈술' 늘어..당신의 간은 여전히 괴롭다

박효순 기자 2021. 2. 5.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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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음주 경험자의 절반가량이
“코로나에도 음주량 못 줄여”
작년 7월 주류 규제 완화로
술도 음식과 함께 배달 가능
습관적으로 반주 지속 땐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져

한국건강증진개발원(원장 조인성)이 최근 전국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90.7%가 ‘음주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경제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경우 92.8%로 평균보다 높았다. 음주 경험 응답자의 44%가 음주량을 줄이려고 했는데, 주요 이유는 ‘건강 악화·체력 저하 등 신체적 이유’(46.0%), ‘숙취가 심해서’(21.4%) 등이었다. 계속되는 음주가 건강에 큰 문제를 초래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음주 경험자의 약 51%는 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음주량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43.6%는 ‘코로나19 전부터 현재까지 음주량을 줄이지 않고’ 있으며, 7.3%는 ‘코로나19 이전에 음주량을 줄였지만, 현재는 음주량을 줄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1.4%는 ‘코로나19 이후 음주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조인성 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음주 경험자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유행에도 불구하고 음주량을 줄이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에 따라, 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혼술’이 증가한 상황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조 원장은 “혼술은 습관화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거리 두기로 인해 단체회식이나 개인적 모임 같은 것이 줄었지만 혼술은 늘어나고 있다. 술을 끊거나 음주량을 줄이려는 노력 자체도 성과가 떨어지는 등 ‘술의 건강폐해’ 위험성이 ‘도돌이표’를 찍고 있는 양상이다. 게다가 지난해 7월부터 주류 규제 완화로 인해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은 경우라면 술을 함께 배달받을 수 있게 됐다. 술도 언제든 가정이나 직장에서 주문해서 마시는 시대가 된 것이다.

술에 포함된 알코올은 마약과 같은 의존성 유발 물질이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습관적으로 반주를 한다면 내성이 생겨 점점 음주량이 늘어나고 결국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 질환 전문 다사랑중앙병원 최강 원장(정신건강의학과)은 “주류 구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경우 쉽게 잦은 음주로 이어져 잘못된 음주 습관이 형성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 원장은 “하루 1~2잔 정도의 반주나 소량 음주는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 또한 결국 중독성 있는 술이므로 중독이 되고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한간암학회는 지난 2일 ‘간암의날’을 맞아 “술(알코올)은 간염과 간암을 비롯한 간질환의 주요 원인”이라며 습관적인 음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암학회에 따르면, 알코올 간염은 바이러스 간염에 이어 만성간염, 간경변증 및 간암의 유발인자이다. 특히 만성 B형간염 또는 C형간염이 동반되어 있는 경우 소량의 음주에도 간암의 발생 위험이 비음주자에 비해 월등히 높아진다.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음주량과 빈도는 간암 발생에 영향을 준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분해효소가 적고 높은 체지방 비율 등으로 인해 같은 양의 음주라도 남성보다 더 높은 간 손상 빈도를 나타낸다. 서연석 간암학회 기획이사(고려대 안암병원 교수)는 “알코올 간질환에서는 금주가 가장 중요한 치료”라며 “간 건강을 위해선 음주를 금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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