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사태 진원지 월스트리트베츠..밀레니얼 개미들은 왜 이곳에 모였나 [정은진의 샌프란시스코 책갈피]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2021. 2. 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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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상품과 개미 투자자

[경향신문]

제이미 로고진스키의
<월스트리트베츠>

“없어도 되는” 여유자금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이 어려운 일을 해낸 다음, 막상 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는 어찌보면 돈을 모으는 것보다 더 막막하다. 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받을 수 있겠지만, 은행 이자율은 물가 상승률에 미치지 못한다. 역대 최고 호황이라는 주식시장을 기웃거려보지만, 소위 대장주라는 주식들은 한 주 사기도 쉽지 않다. 그럴 때 주위에서 듣게 되는 몇 배를 벌었다더라 하는 이야기들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이기 마련이다. 이런 이야기는 한국과 미국 양쪽에서 모두 들을 수 있다.

고위험 고수익 파생상품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파생상품은 주식과 달리 특정 회사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복잡한 수식을 거쳐 적은 금액으로 큰 이득을 볼 수도 있고,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도록 구성돼 있다. 파생상품들은 얼마만큼의 손해를 볼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성 때문에 오랫동안 전문 투자자나 거액 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 일반 투자자들이 직접 참여하면서 투자자 수도 급증하고 연령대도 낮아졌다.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는 2012년 제이미 로고진스키가 고위험 고수익 투자상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만든 게시판이다. 동명의 책에서 로고진스키는 게시판의 역사와 목적을 쉬운 용어들로 설명해준다. 전문 투자자에게 자금을 맡기기에는 투자금에 비해 수수료가 너무 많거나 위탁 최소 금액을 맞추지 못해 직접 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개설했고, 2014년 수수료 없이 주식투자를 할 수 있는 로빈후드 같은 회사들이 생겨나면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2018년 로빈후드가 옵션상품을 취급하기 시작하면서 소액 투자자들도 파생상품을 직접 거래할 수 있게 되었고, 월스트리트베츠 커뮤니티도 그만큼 커졌다.

저자는 소액 투자자들 대부분은 철없는 도박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에 비해 가지고 있는 금융자산이 적다. 금융소득이 근로소득에 비해 빠르게 성장하는 현재 상황에서 안정적인 투자만 해서는 안정된 미래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 인식 때문에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베츠 사용자들의 주도하에 시작된 게임스톱 주가 랠리가 2월2일의 폭락으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과 함께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초반에는 개미투자자들이 헤지펀드 기관투자가들을 이겼다며 기뻐하던 사람들도 실망에 빠진 모습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전쟁으로 불린 게임스톱 사태는 이렇게 자본을 갖춘 기관의 승리로 끝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파생상품시장의 안전성을 질문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저자는 이번 게임스톱 사태가 일어나기 1년 전 이미 파생상품시장이 카지노와 다를 바 없는 도박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책이 쓰인 2020년 초를 기준으로, 미국 파생상품시장 총액은 주식시장 주가 총액의 17배에 이르렀다. 파생상품들이 과연 주식들보다 17배 더 가치 있을까? 저자는 17배라는 숫자에 거품이 들어 있고, 그 거품이 없어졌을 때 손실은 개미투자자들에게 큰 짐이 될 것을 염려한다.

정은진 샌프란시스코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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