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마음 안 편해요".. 돈 역대급으로 벌고도 배당줄인 금융그룹들

김정현 2021. 2. 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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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KB, 하나 등 주요 금융그룹 역대 최대 실적
코로나19로 대출 늘고 비은행 부문 약진 덕
주주 환원 정책인 배당에는 인색..'당국 자제령 때문에'
신한금융지주

신한·KB·하나 등 주요 금융그룹이 지난해 일제히 역대 최대 순익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이 늘고, 특히 주식투자 열풍으로 비은행 부문 수익도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최고 수준의 순익을 올린 금융그룹들의 주주 배당 규모는 20%를 넘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비해 자본 여력을 확충해 놓으라는 금융당국의 배당자제령을 따른 결과다.


역대 최대 실적 기록한 금융지주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3조4,146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이자 이익의 증가와 안정적인 자산 포트폴리오로 2014년부터 7년 연속 순이익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최대 규모인 2조6,3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 측은 “코로나 19 여파를 대비한 선제적 충당금, 사모펀드 관련 비용 등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비용감축과 비은행 부문 약진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전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도 역대 최대인 3조4,5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역시 대출 확대로 이자 이익이 늘고 비은행 부문의 수수료 이익등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덕이다.

반면 비은행부문이 상대적으로 약한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 줄어든 1조3,073억원의 당기순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예상보다 적은 지난해 4분기 순익은 코로나19 등에 따른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 각종 비용 요인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지주

최고 실적 배경에는 '비은행부문' 약진...배당은 대폭 축소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금융그룹들이 역대 가장 좋은 실적을 기록한 데에는 비은행부문 영향이 컸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여파로 폭락했던 증시가 연말까지 상승 랠리를 이어갔고, 덕분에 증권사들도 자문수수료 등으로 이익을 봤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년 대비 46.6%(1,306억원) 증가한 4,10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수수료수익(7,406억원)이 전년 대비 45.6%가 증가했다. 다만 '라임 사태’로 인해 대손상각비(1,058억원)이 생겨 전체 순이익은 감소했다.

우리금융그룹

하지만 주요 금융그룹들은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주들에게 이익을 환원하는 한 방법인 배당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KB금융그룹은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을 20%로 줄이기로 했는데, 이는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전년(26%)에 비해서도 6%포인트나 낮아졌다. 하나금융그룹도 배당성향을 전년보다 6%포인트 낮춘 20%로 축소했다.

신한·우리금융지주는 이날 배당성향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20% 안팎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높다.

KB금융그룹 로고

당국 배당 자제령 때문에...일각 "지나친 관치금융" 비판도

금융그룹들이 배당 성향을 크게 낮춘 것은 금융당국의 배당자제령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올해 6월까지 국내 은행의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낮추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장기화 시 올 수 있는 충격에 대비해 미리 자본 여력을 갖추어 놓으라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그룹들은 주주가 있는 민간회사에 당국이 배당성향까지 지정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회사 주가를 보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주주에게 배당도 제대로 못 하는 등 한국식 관치 금융의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올해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에도 대부분의 지주사들이 예년 수준의 배당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그룹들은 당국 권고안인 20%룰을 대체로 준수했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대규모 펀드 환매사태로 인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본격화 되는 가운데, 배당 문제로 당국과 대치하는 것을 금융사들이 부담스러워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4대 금융지주사 한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낮춘 것은 시장 불확실성 등 여러사항을 고려한 것"이라며 "다만 주요금융사가 대부분 최대 실적을 냈는데도 배당 성향을 같이 줄인 것은 아무래도 당국의 권고 영향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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