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네이버 '실검' 폐지, 갈등·분열 치닫는 세상을 바꾸는 전기로

2021. 2. 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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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내 최대 포털업체 네이버가 여론 조작과 변칙 광고 논란을 빚어온 ‘실시간 검색어’를 16년 만에 완전히 폐지키로 했다. 네이버 포털의 ‘급상승 검색어’와 모바일 홈의 ‘검색차트’ 판 서비스 종료 시점을 오는 25일로 잡았다.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결단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간 국정원 댓글 공작이나 조작프로그램 ‘킹크랩’을 통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사건 등도 실검에 편승해 자행됐다. 카카오 다음에 이은 네이버의 실검 폐지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 사회를 바꾸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실검 순위는 사람들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컸다. 그러나 신뢰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포털들은 검색어 중 입력 횟수 증가율이 높은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해명하지만 의문이 많았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네이버의 급상승 검색어 순위를 놓고 찬반 양측이 세대결을 벌였다. 또 실검 순위에 광고성 검색어가 다수를 차지한 것도 상업적으로 악용한다는 지적을 낳았다. 네이버는 쇼핑·동영상 검색 결과를 자사에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67억원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 앞서 포털 다음이 지난해 2월 ‘실시간 이슈검색어’를 폐지한 것도 뾰족한 해법을 못 찾아서다.

나아가 댓글 관리도 더 엄격해져야 한다.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는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수단이다. 그러나 포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댓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근거 없는 비난과 혐오를 위한 도구로 전락하기 일쑤다. 네이버나 다음에 있는 댓글의 70~80%를 상위 10% 소수가 작성한다는 통계도 나왔다. 민주화된 한국 사회에서 댓글 제한은 기본권 침해가 아닌,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노력으로 보는 게 옳다. 이미 실행 중인 다음과 네이버의 연예·스포츠 분야 댓글 폐지는 순기능이 더 크다. 다만 댓글을 전면 폐지하면 건전한 여론소통 창구가 막힐 수 있다. 선거 같은 특정 기간에만 정치 분야 댓글창은 닫아두거나 작성자별로 제한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 문제 되는 표현을 경고하거나 별(*)표로 바꾸는 현행 조치로는 부족하다. 여전히 누구를 향한 욕설인지 알아차릴 수 있어서다. 정부와 국회도 댓글창의 격을 높여 건전한 공론장으로 만들 방안을 강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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