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비위 공무원 사표 불허" "수리 거부는 직권남용"

유설희 기자 2021. 2. 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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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 임성근 판사 사표 받았어야 옳았나

[경향신문]

출근하는 김 대법원장…대법원 항의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오전 대법원을 항의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출입을 제지당한 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오른쪽 사진 왼쪽)에게 항의하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법조계선 “유사 법률 규정 적용 땐 사표 수리는 위법 가능성”
보수진영 “수리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 없어…부적절한 행위”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움직임을 고려해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의 표명을 반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김 대법원장의 행동이 적절했는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사표 수리를 거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었으므로 사표 반려는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국가공무원법,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 등 현행법의 취지에 비춰볼 때 비위가 있는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오히려 부적절하다는 반론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과 임 판사의 대화 일부가 공개된 지난 4일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김 대법원장이 국회의 탄핵 움직임을 이유로 임 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했다며 그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도 김 대법원장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임 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것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을 만큼 부적절한 행위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 대법원장이 임 판사의 사표를 받지 않은 것이 옳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가공무원법, 법관징계법 등에는 탄핵 사유가 있는 공무원의 사표 수리 여부에 관한 명시적 규정은 없다. 다만 공통적으로 비위가 있는 공무원의 자진 퇴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김 대법원장의 사표 반려를 평가할 때 우선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는 법률은 법관징계법이다. 이 법 제7조의4를 보면 대법원장은 법관이 퇴직을 희망하는 경우 징계 사유가 있는지 확인해 징계를 청구해야 한다고만 돼 있고, 사표 수리를 허용해도 되는지 규정이 없다.

법관의 사표 수리에 관한 구체적 규정은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예규에 따르면 법관은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수사 중임을 통보받은 때’에는 의원면직이 허용되지 않는다. 법조계 관계자는 “예규의 규정이 ‘수사 중임을 통보받았을 때’로 구체적이지 않아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면서도 “지난해 5월 김 대법원장과 면담했을 당시 임 판사는 사법농단 사건으로 1심 선고를 받은 이후였기 때문에 해당 예규 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예규는 법률적 효력이 없다.

이 때문에 유사 법률 규정의 취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무원들에게 적용되는 국가공무원법 78조4는 임용권자는 퇴직을 희망하는 공무원이 파면, 해임, 강등 또는 정직에 해당하는 징계 사유가 있거나 비위로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경우 퇴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서울지역의 A부장판사는 “유사 법률 규정이나 관련 예규를 보면 임명권자에게 사표를 수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수리 여부는 임명권자의 재량권이라고 해석하는 게 맞다”며 “전반적인 법의 취지에 비춰보면 비위가 있는 공무원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대법원장이 임 판사 사표를 받지 않았던 ‘방식’에 대해 비판받을 건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표 수리를 했는지 여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인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는 꼴”이라고 말했다. B부장판사도 “법관 탄핵이 진행될 때 사표 수리를 제한하는 현행법상 규정은 없다”면서도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사의라는 것은 충분히 반려할 수 있어 사표를 수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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