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아스트라제네카 만 65세 접종 신중"..질병청에 공 넘겨

조형국 기자 2021. 2. 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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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자문 약심위 '백신 투여 판단 유보' 왜

[경향신문]

1차 자문과 달라진 의견…유럽 유보 확대 속 “판단 자료 불충분”
고령층 접종 부적합 땐 상반기 집단면역 형성 계획 차질 불가피

아스트라제네카사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 ‘만 65세 이상 고령층 접종 여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자문 결과가 나왔다. 유럽에서 고령층에 대한접종 유보가 확대되자 신중론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고령층에 부적합하다고 최종 결론날 경우 오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진행 중인 방역당국의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약심위)를 개최한 결과, 약심위가 ‘만 18세 이상에는 허가하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만 65세 이상의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5일 밝혔다. 약심위는 식약처가 마련한 백신 허가·심사의 3중 자문절차 중 두번째 단계다.

약심위 권고는 1차 자문절차인 검증자문단의 의견과 다소 결이 다르다. 자문단도 지난달 31일 고령자 접종이 가능한지는 결론내리지 않았다. ‘임상 대상자 중 고령자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고령자에 대한 투여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다수 의견이라고 밝히며 ‘추가 임상 결과를 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소수 의견도 전했다.

약심위는 더 신중한 입장이다. ‘추후 미국 임상시험 결과에 대한 분석 자료를 제출할 것’이라는 조건부 허가 의견을 내면서 ‘향후 만 65세 이상의 접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예방접종위)에서 논의되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예방접종위는 식약처가 아닌 질병관리청에 있는 기구다.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의 지정 또는 지정 취소에 관한 사항, 예방접종 실시 기준 및 방법 등을 심의·의결한다. 사실상 질병청으로 판단을 넘긴 것이다.

이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제기된 논란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독일·프랑스 등은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만 65세 미만 접종을 권고했다. 스위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보류했다.

국내 고령층의 접종 여부는 약심위 다음 자문 단계인 최종점검위원회와 백신 허가 여부 이후 예방접종위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고령층 접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상반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고령층 면역을 형성하려던 방역당국의 접종 계획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달 중 125만도즈가 도입되지만,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은 2분기 이후에나 국내에 들어온다. 방역당국이 1분기에는 아스트라제네카 위주로 고령층 등 취약계층 접종 계획을 마련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초저온 유통·보관이 필요치 않아 고령층이나 요양병원 등에 있는 거동이 불편한 취약계층에게 ‘찾아가는 접종’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현재로선 대체품이 없다.

다만 미국·영국 등에서 확보 중인 접종 데이터를 확인한 후 고령층 접종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일환 약심위원장은 “(고령층 접종 효능을)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이 안 된 것이지, 효과가 없다거나 결정을 보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영국에서 수십만명 데이터가 나오면 고령층 접종 일정에 문제가 없을 수 있다”며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선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은 시작보다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마무리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위기요인을 감안한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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