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건·관심이 몰린다..공수처가 '3다처' 된 이유
검찰 출신 등 '공직 사명감' 충족
퇴임 후 '전관' 경제적 이익 기대
법조계서 매력적 선택지로 인식
[경향신문]
하루 수십통씩 우편·방문 제보
김진욱 처장, 검찰과 차별화 전략
‘사건 제보’ ‘입사 지원자’ ‘관심’.
지난달 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몰리는 3가지다. 첫 공개모집에서 검사·수사관 경쟁률이 10 대 1을 기록했다. 사건 고소·고발도 쇄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적 논란 속에 출범한 공수처가 인적자원과 관심에 힘입어 수사기관으로서 빠르게 안착할지 주목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5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접수 마감한 검사 공개모집과 관련, “저희가 생각하기에도 지원자가 많았다”며 “국민적 관심이 많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진행된 공모에는 정원 4명인 부장검사에 40명이 지원했고, 정원 19명인 평검사에는 193명이 지원했다. 공수처 검사는 3년 임기에 세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김 처장은 “지원자 가운데 검찰 출신은 절반이 조금 안 되는 정도”라고 밝혔다. 또 “여성은 30명이 조금 넘는 수준으로 생각보다 적었다”고 했다.
이날 서류를 마감한 수사관 공모에도 30명 모집에 293명이 지원했다. 7급은 10명 모집에 39명, 6급은 10명 모집에 166명, 5급은 8명 모집에 85명, 4급은 2명 모집에 3명이 응모했다. 수사관 임기는 6년으로 연임, 승진이 보장되지 않아 인재가 몰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있었다.
공수처에서는 지원자의 ‘수’뿐만 아니라 ‘질’에도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원자 가운데 검사·수사관으로서 좋은 자질과 경력을 갖췄다고 판단할 만한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검사직의 경우 ‘사명감’과 ‘경제적 이익’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매력적 선택지라는 의견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공수처 검사 3년만 하고 나오더라도 공수처 ‘전관’ 내지 ‘특수통’으로 분류돼 전관 특혜를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있다. 수사 경력이 많은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나름 사명감을 갖고 다시 공직에 지원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전문인 한 변호사는 “한국에선 여전히 공직에 대한 선망이 있다. 급여가 낮아지더라도 직장의 명성이나 거물들을 수사하는 데서 나오는 자기만족이 있다”며 “공수처 퇴직 후 경제적 이익에 대한 기대도 상당하기 때문에 공수처 출신 전관에 대한 수임제한 규정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수처에는 고소·고발도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현판 제막식 이후 하루 수십통씩 우편이나 방문 접수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수된 제보를 모두 수사한다면 2년치 일거리는 다 만들어졌다는 후문도 있다. 다만 악성 민원이나 사적 원한에 의한 접수 등도 상당수일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현재는 사무규정이 마련되지 않았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인적 구성이 갖춰지지 않아 접수된 사건을 그대로 쌓아놓고 있다.
공수처에 쏟아지는 관심에는 새로 출범하는 수사 조직에 대한 기대감이 깔려 있다. 김 처장은 취임사에서 “절제 있는 수사를 하겠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며 검찰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법으로 보장된 막강한 권한에 새로운 수사관행과 조직문화를 결합시키겠다는 메시지였다. 당초 차장 후보 복수제청 방침을 밝혔다가 비판 여론이 일자 “오류가 있으면 의견을 듣고 바로바로 수정하겠다”며 여운국 차장을 단수제청한 것도 사회의 요구에 기민하게 부응하겠다는 차별화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박은하·이보라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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