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문명국가'로 가기 위해 사유해야 할 것..동서양 고전에서 찾다 [책과 삶]
[경향신문]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
김월회·안재원 지음
길 | 444쪽 | 2만2000원
‘동서양 고전과 문명의 본질’이란 부제를 단 <인문정신이란 무엇인가>는 우선 저자의 조합이 눈길을 끈다. 김월회 서울대 교수는 동양(중국 학술사상),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부교수는 서양(서양고전학) 인문을 천착한 인문학자다. 인문 공부에 동서양 구별이 있겠는가마는 벽이 놓여 쉽게 넘지 못하는 게 한국 학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그래서 동서양 인문학자가 공감·충돌하며 주제를 하나로 풀어낸다는 것은 더 풍성한 생각거리를 줄 수 있다.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꿈꾸고 열어가야 할 미래의 한국, 한국 사회의 방향은? 책은 이런 물음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동서양 고전의 재해석으로 담아낸다. 시대와 지역, 이념과 종교, 민족과 세대를 초월해 그 가치가 널리 입증된 게 고전 아니던가. 지혜의 원천이라는 고전의 재해석! 그런데 왠지 흔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저자들의 고전 재해석은 기존과 많이 다르다. <시경> <일리아드> 등 수많은 동서양 고전들을, 소크라테스와 공자 등 여러 인물들의 사상을 넘나들며 뜨겁게 논의한다. 특히 바로 지금 이 시대 우리 삶과 삶터를 비판적으로 되돌아본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로 ‘보편문명국가’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보편문명국가’로 가기 위해 지금 우리들이 꼭 짚고, 사유해야 할 것들을 고전 속에서 추려낸다. 경전·학문·학교·시험·놀이 같은 ‘문명의 장치’, 리더십·인재등용·학술진흥·혁신 같은 세상을 경영하는 ‘경세의 근간’, 공부·의로움·지혜·용기 등 ‘자기 다스림의 항목’ 등이다. 개인부터 사회, 나아가 문명을 아우르는 핵심 요소들이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이 화두들을 꼼꼼하게 살펴본다. 경향신문에 연재한 ‘쿠오바디스와 행로난’을 수정·보완해 엮어낸 책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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