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를 걷어내고 본 보부아르의 삶과 철학 [책과 삶]
[경향신문]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
케이트 커크패트릭 지음·이세진 옮김
교양인 | 588쪽 | 2만8000원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20세기 페미니즘의 선구자로 각인돼 있다. 1949년 출간된 <제2의 성>은 당시 프랑스 가부장 사회에 충격과 논란을 일으켰다. 후대 페미니스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1960년대 성혁명의 토대가 되었다.
동시에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의 연인’으로 기억되었다. 당대 지식인들은 보부아르를 항상 사르트르의 그늘 아래 있다고 평가했으며 <제2의 성>조차도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부아르, 여성의 탄생>은 ‘사르트르의 연인’ 또는 ‘선구적 페미니스트’라는 틀에 갇혀 있던 보부아르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비공개 상태였던 보부아르의 일기·편지 등을 토대로 독자적인 실존주의 철학을 펼친 사상가이자 20세기 여성 해방운동의 선구자였던 그의 일생을 복원해냈다.
저자는 관습적 결혼을 꿈꾸던 부르주아 출신 소녀였던 보부아르가 페미니즘의 선구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제2의 성>에서 여성으로 기대받는 ‘나’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나’ 사이에서 분열하는 여성들의 경험을 생생히 포착해내는데, 이는 보부아르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참여적 지식인의 면모도 보여준다. 보부아르는 세계대전을 경험하며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부르주아 출신 백인 지식인이라는 자신의 계급, 인종, 특권을 성찰하며 프랑스의 알제리 점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치열하게 자신의 사상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살아온 보부아르의 삶의 궤적은 현대 여성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진정한 자신이 되는 삶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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