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어느때보다 평화롭다"..野 "연락사무소 폭파..공무원은 총격 피살"

김지훈 기자 2021. 2. 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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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체 공방(종합3)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5. photo@newsis.com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5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 등 외교정책의 실체와 관련해 야권과 공방을 거듭했다.

야당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을 실패작으로 규정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결렬(하노이 노딜)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결과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의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한다"며 반박했다. 그러자 야권은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살해당하고 붙태워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답변이 부적절하다"며 즉각 반격했다.

정 후보자는 외교부 장관에 취임하기 전부터 야권으로부터 '외교 실패'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그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임한 것을 두고 야권이 문제를 삼은 것. 청문회장에서 야당 의원들은 "외교 정책에 대한 총괄적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실제 정 후보자는 세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두차례 미북정상회담에 관여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핵무기 포기' 발언도 직접 들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野, 정의용에게 "실패한 외교정책 총괄적인 책임 져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2면에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현장을 공개했다. 신문은 "북남 공동연락사무소가 6월 16일 14시 50분에 요란한 폭음 속에 참혹하게 완전 파괴되었다"라며 "우리 인민의 격노한 정벌 열기를 담아 이미 천명한 대로 단호한 조치를 실행하였다"라고 전했다. /사진=뉴스1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문재인 정부의 실패한 외교정책에 대한 총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정 후보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도 한반도의 평화가 일상화됐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평화의 유지라는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이 의원은 "북미대화, 남북대화가 중단된 상태에서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총격 살해당하고 붙태워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후보자의 답변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성에 있는 공동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한 상황에서 평화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게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서 적절한 답변인가"라고 따졌다.

정 후보자는 "2017년 5월 상황보다는 현재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이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폭파)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도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해수부 공무원 총격 피살 사건에 대해선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고 (합의)정신에 위배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 강제북송도 도마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춘추관에서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정부가 2019년 11월 동해상으로 탈북한 선원 2명을 닷새만에 판문점을 통해 강제 북송했던 사건도 쟁점화됐다. 정부는 당시 이들을 보호 대상이 아닌 중대 범죄자로 보고 같은해 11월 7일 안대를 씌워 강제 북송했다.

정 후보자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당시 상황에 대한 입장이 어떤지 질문을 받고 "(북송된) 분들은 일반 탈북민과 구분돼야 한다"며 "그 때 사람들은 흉악범"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송 결정에 대해선 "북한에서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가 (북한에) 받아가라고 했다"고 했다. 범죄 혐의의 입증은 북한 당국이 맡을 문제였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 의원은 "북송 선원이 모두 처형됐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과 질서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무의미하게 두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강제 북송에 대해 "국제 인권규범을 위반했다"고 비판했고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HRW) 아시아 담당 국장도 "한국 정부의 발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은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후보자가 2018년 12월에) 했던 말은 결과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정 후보자는 "하노이에서의 (북미 정상회담) 결렬이 굉장히 아쉬운 상황"이라고 했다.

김정은으로부터 '핵무기 포기' 발언 들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조선중앙TV가 지난 1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4차회의에서 새로 임명한 내각 성원들과 기념촬영에 앞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1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1.19. photo@newsis.com
정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했던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완전한 안보 보장을 전제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을 직접 들었다고 확인했다.

조태용 의원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이 단 한번이라도 무슨무슨 조건이 맞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 내지는 폐기할 수 있다라고 했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김 위원장이 영변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보였다고도 했다.

정 후보자는 한미연합훈련이 대규모로 실시되면 북한을 자극해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내비쳤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입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방위태세 유지를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연합훈련은 계속 실시돼야 된다"면서도 "다만 대규모 연합훈련은 한반도 상황에 여러 함의가 있기 때문에 미측과도 아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남북관계 고려 이전에 코로나19(COVID-19) 위기 때문에 훈련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하자 정 후보자는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런 상황까지 고려해서 지금 한미 군 당국 간에 긴밀하게 실시 방안에 대해 협의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는 '밀실 합의'"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1심에서 승소하며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 눈사람이 놓여져 있다. 2021.01.08. myjs@newsis.com
정 후보자는 정부가 문 대통령의 잔여 임기 내에 한·일 현안을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냐는 이 대표의 질의에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도쿄 올림픽 이전까지 한일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쿄 올림픽은 예정대로 개최되기를 희망하는 것이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했다.

지난 1월 8일 사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내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솔직히 조금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까지는 피해야 한다는 게 현재 문 대통령의 시각이라고 정 후보자는 설명했다.

정 후보자는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밀실 합의'"라고 평가했다. "어느날 갑자기 정부가 일본과 위안부 합의를 했다는 사실을 발표해 피해자들이 실망했다"며 "일본으로부터 10억엔(106억원)을 받아서 해결한다는 합의내용은 국민들이 수긍을 못했다"고 했다.
'북원추' 의혹에 "사실 아냐…내 말과 다르면 책임지겠다"
정 후보자는 이태규 의원으로부터 우리 정부의 북원추(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에 관한 질의를 받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재직할 시기에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자는 것과 관련된 검토는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엇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북원추 문건 작성을 지시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후보자는 "그런 지시는 없었고 언론에서 여러 매체에서 북한에 원전을 지어줘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많이 실렸는데 그것을 보고(했을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답변한 내용과 다른 사항이 벌어질 경우 책임질 것이냐는 말을 듣고선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 외교부장관의 소임을 맡게 된다면,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우리나라가 처한 어려운 대외환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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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lhshy@mt.co.kr, 구민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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