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고령자 접종 '신중 결정' 권고

이강진 2021. 2. 5.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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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문제는 아냐"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코로나19 백신과 주사기. 런던=AFP연합뉴스
‘고령층 접종 여부’를 놓고 유럽에서 논란이 일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AZ)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국내에서도 65세 이상의 접종은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 자문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추가 논의 후 접종 여부를 결정하라고 권고했다.

5일 식약처는 전날 내·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성 등에 대해 논의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중앙약사심의위는 식약처가 코로나19 백신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허가심사를 위해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검증 자문단)->‘중앙약사심의위’->‘최종점검위원회’ 등 ‘3중’의 전문가 자문 절차 중 두번째 회의다. 전날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에는 외부 전문가 18명과 식약처 관계자 7명 등 총 25명이 참여했다.  

회의 결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임상시험 결과 등을 제출하는 조건으로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내릴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18세 이상 모든 연령층(임신부 제외)에 4∼12주 간격으로 2회 투여하는 식이다.

◆전문가들 “‘65세 이상 신중 결정’ 반영해야, 안전성 문제는 아냐”  

다만 전문가들은 이 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65세 이상의 백신 접종 여부는 효과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문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 65세 이상의 접종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권고했다.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을 지정 또는 지정 취소하거나, 예방접종의 실시 기준과 방법, 대상 감염병 관리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질병관리청 산하 기구다.

이는 최근 유럽에서 이 백신의 고령층 접종에 신중하게 접근하는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중앙약사심의위 회의는 당초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종료됐으며, 회의가 길어지면서 결과 발표 시점도 이날로 하루 늦춰졌다.

다만 중앙약사심의위는 이런 결정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 문제 때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일환 중앙약사심의위 위원장은 “고령자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봤을 때 현재까지 안전성에 관한 문제는 발견하지 않았다”며 “통계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수준의 효용성이 아직 검증이 안 된 것이지, 효과가 없다거나 결정을 보류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자에 대한 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이므로 효과가 검증될 때까지는 신중하게 사용하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독일·프랑스 등은 65세 미만 접종 권고…아스트라 측은 “고령층에도 효과” 반박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최근 일부 유럽 국가에선 65세 미만 성인에 한정해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29일 이 백신에 대한 조건부 판매를 공식 승인했으나,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백신 효과 증명 자료가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했다. 폴란드는 접종 대상자의 연령을 60세 미만으로, 벨기에는 55세 미만으로 권고했다.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는 65세 이상에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고, 스위스의 경우 제출된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보류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자사의 백신이 고령층에서도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도한다고 반박한다. 백신 임상시험을 이끈 앤드루 폴러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지난 3일 BBC 라디오에 출연해 “(임상시험에서) 고령층은 이들보다 젊은 성인과 매우 유사하게 좋은 면역반응을 보였다”면서 “우리가 확인한 (임상시험 참가자 사이의) 보호 효과 경향은 똑같았고, 그 정도도 유사했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개별 계약을 통해 1000만명분을 공급받기로 한 상태다. 이와 별개로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도 상반기 내에 약 130만명분(259만6800도스)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에 공급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1분기부터 공급될 예정인 만큼, 유럽 국가들의 움직임에 방역당국도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제7구의 한 백신 접종센터에서 94세 노인이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파리 AP=연합뉴스
◆추가 자문·논의 거쳐 65세 이상 접종 여부 결정…“추가 데이터 나오면 ‘주의사항’ 삭제 가능”

중앙약사심의위는 고령자 접종 여부와 관련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서도 접종 가능성을 열어둔 데 대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위험’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오 위원장은 “데이터가 확보되지는 않았으나, 고령자가 코로나19 감염이 됐을 때의 위험을 고려해 현장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며 “나중에 추가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오면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제거하고 (전 연령층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식약처는 향후 최종점검위원회를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허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종점검위원회에서는 검증 자문단과 중앙약사심의위 자문을 통해 얻은 전문가 의견 및 효능·효과와 권고사항 등을 종합해 살피게 된다.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장은 이번 중앙약사심의위 자문 결과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이 65세 이상에도 허용하되 자료의 한계가 있으므로 신중히 고려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규제기관이 허가 여부를 결정하고 나면 질병청에서 예방접종전문위원회를 실시해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절차와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질병청은 식약처의 최종 허가·심사 이후,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단’ 검토와 ‘예방접종전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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