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냄비 두드린 죄?..미얀마 경찰, '냄비 시위대'도 체포
[경향신문]
미얀마 시민들이 군사 쿠데타 닷새 차에 접어든 5일 곳곳에서 소규모 항의 시위를 잇따라 열고 있다. 대학생 수백명은 최대도시 양곤에서 기습 거리 시위를 벌였다. 노동자들은 저항의 표시로 빨간 리본을 달고 일터로 나갔다. 경찰은 시민들을 무더기 체포하고 나섰다.
양곤 다곤대 학생들과 교수 200여명은 이날 학교 앞에 모여 민주화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학생들은 영화 ‘헝거게임’에서 차용돼 태국 반정부 시위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쓰였던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민중 가요를 부르며 행진했다. 이 대학 교수인 윈 윈 마우는 AFP 인터뷰에서 “한 시민으로서 이 쿠데타를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생 민 시투는 “우리는 우리 세대가 이런 군사 독재 하에서 고통받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교육대 학생과 교수 200여명도 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석한 누웨 타진 양곤대 교수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코 그들과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정부가 가능한 한 빨리 붕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얀마 현지 매체 일레븐은 양곤경제대 앞에서도 시위대 4명이 “우리는 군사 쿠데타에 반대한다” “우리의 투표를 존중하라”, “우리의 투표가 중요하다”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있었다고 전했다.
구리 광산 노동자들 수백명도 이날 곳곳에서 쿠데타에 항의해 빨간 손수건을 착용하고 일터에 나갔다. 광산 노동자들도 ‘세 손가락 경례’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국영항공사인 미얀마항공의 엔지니어 50여명도 이날 빨간 리본을 매고 일터에 나갔다고 미얀마타임스가 전했다. 빨간색은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긴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이다.
그러나 경찰에 빌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 거리 대신 각자 집에서 ‘냄비 시위’를 벌인 시민들도 체포되고 있다. 만달레이 경찰은 이날 “만달레이를 포함한 7개 지역에서 공공거리에 소음을 일으킨 혐의로 30명 이상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일레븐이 전했다. 집 앞에서 냄비와 주방용품을 두드린 혐의로 체포된 시민들 전원이 기소됐다.
군부는 이날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 측근인 윈 흐테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중앙집행위원도 체포했다고 미얀마 비영리단체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미얀마 시민단체 ‘정치범 지원협회’는 군부가 쿠데타 후 지금까지 최소 133명의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14명 이상의 인권 운동가와 민주화 인사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민의힘 시의원들 식당서 ‘몸싸움 난동’···집기 깨지고 난장판
- 김건희 여사, 국화꽃 들고 시청역 참사 현장 추모
- 허웅 “전 연인 임신, 내 아이 아니란 의심 있었다”
- 32억 허공에 날렸다···개장도 못하고 철거되는 ‘장자도 흉물’
- 채 상병 특검법 국민의힘서 안철수만 찬성표···김재섭은 반대 투표
- ‘데드풀과 울버린’ 세계관 합병은 ‘마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필리버스터 때 잠든 최수진·김민전 “피곤해서···” 사과
- 동성애 불법화한 카메룬 대통령의 딸, SNS에 커밍아웃해 파장
- 원희룡 “한동훈과 윤 대통령 관계는 회복 불가···난 신뢰의 적금 있다”
- 이진숙, 5·18 왜곡글에 ‘좋아요’ 누르고…“한·일은 자유주의 동맹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