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법농단 청산' 외면이 자초한 '사법부 난국'

한겨레 2021. 2. 5.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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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미리 사표를 내 탄핵을 피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고, 사표 반려 과정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과 임 부장판사의 면담 녹취 공개 등 부적절한 처신이 이어지면서 사법부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이처럼 사법부가 사법농단에 대한 청산 의지를 보이지 않다 보니 국회가 나서 사법부 견제 수단인 법관 탄핵을 꺼내 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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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법관 탄핵]

김명수 대법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탄핵소추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가 미리 사표를 내 탄핵을 피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고, 사표 반려 과정에 대한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과 임 부장판사의 면담 녹취 공개 등 부적절한 처신이 이어지면서 사법부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들고 있다. 사법농단 단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 난맥상은 사법농단이 폭로됐을 때에 못지않은 사법부의 신뢰 위기를 부르고 있다.

지난 3년간 사법농단 사건의 처리 과정은 “절망적”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기소된 법관들은 ‘100%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던 4일에도 또 하나의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 의료진’의 특허소송 상황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 선고를 받은 것이다. 법원은 현행법과 법리로는 처벌할 수 없다거나 검찰이 혐의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판사들에게 잇따라 면죄부를 주고 있다. ‘제 식구’에게 유독 관대한 잣대가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설령 재판을 통한 처벌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무거운 징계 등으로 분명히 단죄를 했어야 한다. 그러나 일부만 ‘견책~정직 6개월’의 솜방망이 징계를 받았고, 아예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은 채 퇴직한 이들도 있다.

이처럼 사법부가 사법농단에 대한 청산 의지를 보이지 않다 보니 국회가 나서 사법부 견제 수단인 법관 탄핵을 꺼내 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김 대법원장의 책임이 크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를 만난 자리에서도 사법농단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정치권 핑계를 댔다. 이 자리에서 탄핵 관련 대화가 없었다고 거짓 해명까지 했다. 사법부 수장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처신이다.

김 대법원장의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이를 빌미로 이번 탄핵소추의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 또한 용납되어선 안 된다. 5일 임 부장판사의 사법연수원 동기 명의로 나온 성명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소속 법관이 부당한 정치적 탄핵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도록 내팽개쳤다”며 “탄핵돼야 할 사람은 김 대법원장”이라고 주장했다. ‘사법농단 법관 보호’를 ‘사법부 독립’으로 둔갑시키는 것이야말로 법관은 아무런 견제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특권의식일 뿐이다. 대법원장 면담 내용을 몰래 녹취해 공개하는 막장 행태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일부 법관들마저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법원 전체가 사법농단과 그 처리 과정을 통렬히 반성하지 않는다면 사법불신을 돌이킬 수 없다. 이는 곧 사법부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법원 구성원 모두가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겸허한 성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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